UPDATED. 2024-04-20 08:29 (토)
박용진 무지개야구단 감독 "마음이 아프면 아무것도 안돼요"
상태바
박용진 무지개야구단 감독 "마음이 아프면 아무것도 안돼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24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기술은 2차적인 문제..."재능기부, 야구인으로서 당연히 할 일"

[300자 Tip!] 박용진(66) 감독은 프로야구 2군 감독을 네군데서나 했다. 현재는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아이들의 감독으로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하는 멋쟁이다. 선수가 마음이 아프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지도자는 선수의 심리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한다.

[스포츠Q 글 민기홍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박용진 감독은 1977년 모교인 선린상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광고, 신일고에서 각각 2년씩 감독을 했다. 1985년부터 MBC 청룡 코치로 프로 지도자로 입문해 태평양 돌핀스 2군, 삼성 라이온즈 2군, LG 트윈스 2군, 한화 이글스 2군 감독까지 4개 구단 감독을 지냈다. 2009년 히어로즈 기술고문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났다. MBC와 KNN에서 방송 해설을 한 적도 있으며 대전일보에서 야구칼럼을 쓰기도 했다. 리틀 야구단 감독으로, 사업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배동 사무실로 그를 찾았다.

◆ 프로 2군 감독에서 어린이 야구단 감독으로

▲ 박용진 감독은 아픈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용기를 심어주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게 현장 곳곳을 누비던 그는 이제 어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팀은 고양시 허구연 무지개 야구단이다.

이 팀은 조금 특별하다. 새터민 아이들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 위주로 구성됐다. 허구연 야구발전위원회 실행위원장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박 감독은 제자인 김용달 타격코치, 임호균 투수코치를 불러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아이들 모두가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있는만큼 각별히 신경을 써 지도하고 있다. 즐거움 위주로 교육하며 아이들 기를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야구는 아이들이 사회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일뿐이다.

“애들이 기가 죽어있더라고요. 야구하는 것 말고도 야구장 단체관람도 하고 문화생활도 하고 2년 해보니까 아주 좋아졌어요. 아이들이 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홀로 지내던 엄마들도 아주 좋아해요. 2주에 한번씩 아이들이 야구하는 날은 이야기꽃이 피는 날입니다.”
 

▲ 박용진 감독이 맡고 있는 강북구 리틀야구단. [사진=박용진 감독 제공]

그는 무지개 야구단 이외에도 일구회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만든 강북 리틀 야구단 감독도 맡고 있다.

“야구로 먹고 살았잖아요. 감사히 생각합니다. 야구계에서 할만큼 했죠. 이제 제가 가진 것들을 사회로 돌려줘야죠. 야구 원로들이 이렇게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 SNS 적극 활용하는 신세대

박용진 감독은 페이스북 야구 커뮤니티 ‘야구사랑방’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야구팬들이 삼삼오오 모이더니 어느덧 3000명을 넘어서는 대형 커뮤니티가 됐다. 그는 70~80년대 고교야구 자료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에서 나오는 깊이있고 흥미로운 자료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부쩍 늘어난 회원들은 이제 스스로 재미난 자료를 올리고 건전한 토론을 하고 있다.

“1997년부터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블로그, 카페, 트위터 등 앞서가진 못해도 다 따라해봤죠. 지도자 생활하며 자료들을 모았어요. 이 구단 저 구단 옮겨다녔으니 자료도 참 많습니다. 정리해서 올리다보면 나도 공부가 됩니다.”

그는 하나하나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기술서적을 집필해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하려고 한다.

◆ 공부하는 지도자가 된 계기

그는 MBC 청룡에서 프로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한다.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으니 지도할 것이 없더란다. 
 

▲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 시절. 뒷줄 왼쪽부터 김용철 이선희 양일환, 가운데줄 왼쪽부터 조창수 박용진 티안트(쿠바), 앞줄 왼쪽부터 김무종 권영호 이철성 [사진=박용진 감독 제공]

“1986년 MBC에서 코치를 할 때 미즈타니 코치란 분이 있었어요. 그 분과 함께 생활하며 '이런게 프로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지요. MBC 코치직에서 물러난 후 1년여의 공백기간동안 ‘다시 프로로 돌아가려면 실력을 갖추자, 이론으로 무장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갑갑함을 느낀 그는 그때부터 야구관련 서적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니 선수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에 보이더라고요. 1991년 삼성 2군 감독 시절에는 1군 김성근 감독과 활발히 교류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죠. 1994년 LG 2군 감독이 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때 공부한 것들은 그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당시 필기해 남겨놓은 노트들을 지금도 수십번씩 본다고 한다. 공부한 자료는 ‘야구사랑방‘ 운영의 탄탄한 기초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 마음이 아프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박용진 감독은 2군 감독으로 누구보다 오래 재임해 슬럼프에 빠진 선수, 의욕이 떨어진 선수, 운동에 집중 못하는 선수들을 숱하게 겪어봤다.

▲ 박용진 감독은 마음이 아프면 기술적 부분도 따라가게 되어있다며 심리적 부분을 여러번 강조했다.

“야구가 안되는 건요. 다 마음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LG 감독을 하면서 1주일에 두 번씩 시간을 쪼개 공부하러 갔어요. 카운슬러 과정이었습니다. 그게 지도자 생활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었어요. 심리학의 기초를 알고 나니 선수들의 상담사가 된거지요.”

그는 기술, 테크닉은 어디까지나 2차적인 문제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열등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힌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아픔부터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야구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런데요. 테크닉만 올라온 것 같아요. 멘탈쪽 발전은 한참 멀었습니다. 지도자들이 무지하면 안바뀌어요. 서점에 가서 책 사서 몇 쪽이라도 꼭 읽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어요.”

◆ 메이저리그 펜스를 들여오다

박용진 감독은 히어로즈의 기술고문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난 2009년부터 야구장 지붕과 펜스, 그물망 등을 시공하는 업체 타이가의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 박용진 감독은 현재 야구장 인프라 시공업체 타이가의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내가 야구인 출신이잖아요. 펜스같은 인프라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개장할 울산 야구장에 메이저리그 펜스를 들였어요.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야구하기를 바랍니다.”

■ 고양시 허구연 무지개 리틀야구단은?
지난 2012년 고양시와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 기획해 창단했다. 다문화와 새터민 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월 2회에 걸쳐 야구하고 있다.

[취재 후기] 박용진 감독의 행보는 흥미롭다. 재능기부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 소통을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 야구 인프라 선진화에 힘쓰는 모습 모두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왕성한 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특히나 강조한 심리적인 부분의 중요성은 모두가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포츠심리학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