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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을 일깨워준 소치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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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을 일깨워준 소치 명장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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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불굴의 도전정신, 국적 불문 우애 등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올림픽 정신은 승리보다는 참가하여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를 강조한다. 막을 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감동 스토리가 여럿 나와 전세계 팬들의 가슴을 적셨다. 소치 명장면을 소개한다.

◆ 두 번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 달린 박승희

박승희는 13일(한국시간)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지며 54초207을 기록, 4위에 그쳤으나 상대 실격에 의해 동메달을 따냈다.

레이스 도중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끝까지 열심히 달린 박승희의 모습에 팬들은 찬사를 보냈다. 선두를 달리다 불운에 발목이 잡혀 아쉬울 법 했지만 박승희는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 대인배 김연아, 여왕의 자격

개최국 러시아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올림픽 2연패를 놓친 김연아는 경기 후 가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대인배의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많은 대회에서 판정 시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분노하는 것 같다"면서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니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피겨여왕'은 단 한마디의 억울함도 표현하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건 소트니코바를 축하해줬다.

◆ 이규혁과 가사이, 도전정신을 일깨우다

이규혁은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러시아 소치까지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000m에 출전한 이규혁은 혼을 담은 레이스를 펼치며 각각 종합 18위, 12위를 기록했다.

비록 그를 올림픽 시상대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보여준 뜨거운 열정과 의지만으로도 국민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노메달의 영웅' 이규혁은 그렇게 빙상을 떠나게 됐다.

일본에는 이규혁보다 올림픽에 한 번 더 출전한 선수도 있다. 게다가 그는 은메달까지 따내며 역대 동계올림픽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됐다. 지난 16일 42세의 가사이 노리아키는 남자스키점프에서 2위에 올랐다. 가사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4년뒤 평창동계올림픽 도전 의사까지 드러냈다.

이규혁과 가사이는 '노장의 투혼'이라는 공통분모로 양국민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페루 스키선수, 불굴의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 

지난 14일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개인출발 경기. 스위스의 다리오 콜로냐(28)는 38분29초7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모든 선수들이 들어오고 경기가 종료된 것으로 여겨질 즈음 느지막히 결승선을 향해 힘겹게 다가오는 페루 국기를 든 선수가 보였다.

페루의 로베르토 카르셀렌(44)은 1시간6분28초9로 마지막 지점을 통과했다. 1위 콜로냐의 기록과는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더 큰 감동은 이후 나왔다. 금메달을 딴 콜로냐는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가 꼴찌로 통과한 카르셀렌에게 악수를 건넸다. 둘 모두 올림픽 챔피언이나 다름없었다.

동계스포츠 불모지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대표팀은 '쿨러닝 시즌2'를 보여주며 감동 스토리를 전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윈스턴 와트(47)·마빈 딕슨(29)은 지난 17일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29위를 차지했다. 세르비아 대표팀이 기권했기 때문에 자메이카가 사실상 최하위였다.

▲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은 2018년 평창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사진=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 트위터 캡처]

영화 '쿨러닝'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그들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여곡절 끝에 12년만에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딕슨은 3차 레이스 뒤 2018 평창 올림픽을 기약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 국적을 넘어선 감동

12일 소치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준결승에서 러시아의 안톤 가파로프(27)는 레이스 도중 크게 고꾸라졌다. 그는 완주를 위해 다시 일어섰다. 부러진 스키로 다시 달렸으나 이내 스키가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이 때 한 남자가 코스로 뛰어 나와 새 스키를 그에게 전달했다. 캐나다의 저스틴 워즈워스(46) 코치였다. 코스 주변에 있던 그는 가파로프가 곤란에 빠진 것을 보고 잽싸게 스키를 건네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가파로프는 12위에 그쳤지만 관중들은 결승선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마치 1등처럼 맞이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가파로프의 정신력과 워즈워스 코치의 사려깊은 배려는 올림픽 정신의 상징이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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