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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영월 '요선정 요선암'에 힐링하러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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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영월 '요선정 요선암'에 힐링하러 가세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06.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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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촬영한 비경...억겁세월 풍화겪은 기암이 즐비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요즘 자외선, 미세먼지 때문에 께름칙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마냥 흘려보낼 수는 없지요? 이번에는 수도권 2~3시간 거리의 강원도 영월 ‘요선정·요선암’으로 안내합니다. 신선이 놀기 좋을 것 같은 정자와 암자! 왠지 운치, 치유(힐링), 탈속, 이완 등 휴양에 관련된 단어가 줄줄이 떠오르지 않나요?

요선정·요선암은 남한강 지류인 영월군 수주면 주천강에 있습니다. 다양한 들꽃, 강물, 기이한 바위군, 돌부처 등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여유와 휴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지요. 절벽 위 소나무는 S라인으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억겁세월 동안 침식작용에 의해 올록볼록해진 강바닥의 화강암은 세월의 깊이를 발산합니다.

▲ 술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오는 주천강은 참으로 맑습니다.
▲ '기황후'를 촬영했던 절벽 아래에는 화강암이 기이하게 발달해 있으며 이를 조선시대부터 '요선암'이라 불렀습니다. 이 화강암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 중기에 걸쳐,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난 대보조산운동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 드라마 '기황후'에서 하지원이 오열하는 장면.

2013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방영된 SBS 드라마 ‘기황후’에서 하지원이 아기를 잃어버리는 장면이 요선정에서 촬영됐습니다. 같은 방송국의 드라마 ‘무사 백동수’도 일부 장면을 요선정의 아찔한 낭떠러지를 배경으로 찍었습니다.

그러나 요선정·요선암을 추천하는 것은 단지 드라마 배경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건 인위적 자연훼손을 당한 흔한 관광명소에 비해 인공의 냄새가 거의 없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 mbc 드라마 '기황후'에서 하지원이 아기를 잃고 절규했던 요선정 옆 절벽.

주천강은 횡성군 태기산에서 발원해 영월군 수주면, 주천면을 지나 서면에서 평창강을 만나고 영월읍에서 바야흐로 남한강(동강) 본류를 만나는 의외로 긴 강입니다. 도로명 새주소가 시행되기 전, 요선정이 있는 마을의 행정지명은 수주면 무릉리였습니다. 태기산과 백덕산에서 내려온 거울같이 맑은 계곡물이 요선암 일대의 별나게 생긴 바위와 어우러져 사람이 늙지 않을 것 같은 선경을 빚었고, 마을 이름도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상향을 빌렸습니다.

요선정 앞의 설구산(502.9m) 동쪽에 있는 마을은 ‘무릉리’, 서쪽마을은 ‘도원리’가 됐습니다. 이곳은 자연의 원색이 고이 살아있고 고요해서, 잠시만 머물러도 마음의 묵은 때가 말끔히 씻기는 청정 농촌마을입니다.

▲ 주천강의 맑고 평화로운 요즘 풍광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OECD 회원국 중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대다수 서민이 일자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빈부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한국이 꼴찌입니다.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각종 혜택이 만백성에 돌아가는, 빈부차별 없는 복지국가를 꿈꿨지만 세상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국가가 각 개인에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이때 개인이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해야 열심히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선정에서 사색을 즐기다 보면 자존감과 용기가 저절로 생기리라 여겨집니다. 굽은 소나무를 벗 삼아 발아래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활력이 생기고 살아있음의 고마움을 절로 느껴게 됩니다.

독일의 저명한 신학자요 뮌스터슈바르 소재 베네딕트 수도원 원장을 지낸 안젤름 그륀 신부는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라는 저술을 통해 참행복은 평범한 일상에 있기에 순간마다 알차게 보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삶을 붙들 생각은 않고 정말 잘 살 것 같은 ‘언젠가’를 위해 허송세월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숱한 순간들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말도록 현재를 실컷 살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 주천강이 물돌이동을 이뤄 흐르는 무릉리의 한 낭떠러지 위에 요선정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윗덩이가 있습니다. 바위에는 불상이 날아갈 듯 새겨져 있습니다.
▲ 하상의 화강암이 흐르는 물에 의해 침식돼 오묘한 형상으로 변했습니다.조선시대 문장가 봉래 양사언은 이 일대를 '요선암'이라고 칭했습니다.

요선암(邀仙岩)은 조선의 문예가 봉래 양사언이 평창군수로 재직할 때 지은 명칭입니다. 강바닥 형상이 하도 빼어나 ‘신선이 놀 만한 바위’라고 추켜세운 것이지요. 이곳 화강암은 화산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은 듯 신비스럽습니다. 요강이 들어갈 만한, 밥그릇 혹은 종지가 간신히 앉을만한 크기의 숱한 구멍들이 광범위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물살을 따라 떠내려 온 자갈 따위가 와동류(회오리를 닮은 물결)에 의해 반복적 침식을 일으켜 그릇을 닮은 독특한 모양이 빚어졌습니다. 이런 ‘돌개구멍’을 영어로는 Pot Hole(포트 홀)이라고 합니다. 여름철에도 비가 많이 와서 하상이 물에 잠기지 않으면 돌개구멍들이 다 드러납니다. 화강암의 기이한 형태는 장마철에도 강 언저리에서 확인됩니다.

주천강에는 그럴싸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먼 옛날 주천면의 어느 곳에 술이 솟는 바위샘(주천)이 있었는데, 그 샘은 방문자를 신분에 따라 차별대우 했다네요. 양반이 잔을 내밀면 청주를 줬지만, 천한 백성이 오면 막걸리를 쏟아냈습니다. 천민은 화가 나서 샘을 파괴해 버렸습니다. 그 탓에 샘은 기능을 상실하고, 말간 물만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요선정은 원·곽·이 씨 등 인근 주민들이 뜻을 모아 조선 숙종, 영조, 정조가 편액으로 하사한 어제시를 봉안하기 위해 1913년에 세운 정자입니다. 요선정 앞에는 자연암석을 깎아 만든 ‘영월 무릉리 마애여래좌상(높이 약 3.5m)’이 있습니다. 이 불상은 얼굴만 돋을새김이 됐고 그 아래는 선으로 묘사돼 마치 부처가 바위를 뚫고 올라 하늘로 날아갈 듯한 형상을 띱니다. 전체적으로 균형미는 떨어지지만 역동성이 돋보이지요. 인체비례나 섬세한 묘사보다 힘과 덩치, 진취성이 강조된 점으로 미뤄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촉사 은진미륵(높이 18.2m)’과 ‘파주용미리석불입상(17.4m)’도 덩치만 컸지 정교함과는 거리가 먼, 고려시대의 불상들입니다.

▲ 술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오는 주천강은 참으로 맑습니다.

여름에 주천강에 가면 펜션이나 민박집, 또는 즐비한 캠핑장에 숙소를 마련하고 물놀이 등을 즐기면 좋습니다. 물이 꽤 풍부합니다. 주천강자연휴양림도 있습니다. 백덕산(1350.1m) 방면으로 법흥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지은 법흥사가 나옵니다.

그밖에 영월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가볼만한 곳으로는 요선정과 영월읍 청령포 사이 중간쯤에 위치한 ‘한반도지형’을 비롯해 단종 유배지였던 청령포, 별마로 천문대, 김삿갓 유적지 등이 있습니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동강 어라연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잣봉 산행을 권합니다. 영월읍 삼옥리 섭세마을 거운교 근처에 무료주차를 하고 등산을 시작하면 이내 잣봉 정상을 지나며 짙푸르게 눈부신 동강이 눈을 호강시킵니다. 어라연이 지척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강으로 내려서서 강변을 따라 원점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왕복 3시간 소요.

▲ 한반도지형. 요선암과 영월읍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습니다.

영월에서는 메기매운탕, 송어회, 한우숯불구이, 뱀장어구이, 꺼먹돼지구이, 올갱이(현지 사투리로 ‘골뱅이’) 전골, 막국수 등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이 널려 있습니다. 장릉 입구의 식당들은 ‘보리밥’으로 유명합니다. 곤드레나물밥, 순대국, 선지해장국 등 토속음식을 맛보려면 영월읍내의 서부시장 등 재래장터로 가면 됩니다. 영월의 5일장은 영월대교 부근 덕포리 동강 뚝방에서 4,9일에 열립니다. 온갖 농산물을 비롯해 뻥튀기, 호떡, 고무줄, 빗자루, 강아지, 잉꼬 등 잡다한 것들이 나와 재래장터의 묘미를 시끌벅적하게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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