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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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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 원종원 편집위원
  • 승인 2014.02.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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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아리아’라 소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아리아’는 오페라의 노래들을 말하기 때문이다. 대신 뮤지컬에서는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음악이 주제를 전달하고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기에 뮤지컬에서 노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히 비할 데가 없다. 뮤지컬을 감상하고, 되새김하는 데에도 뮤지컬 넘버만큼 효과적이고 강력한 매개체도 드물다. 본 연재글에서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누리는 뮤지컬의 뮤지컬 넘버들을 통해 무대를 즐기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쪼록 즐거운 관극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맘마미아' 가운데 소피와 스카이가 마지막 여행가는 길의 장면[사진=신시뮤지컬컴퍼니]
 

아이는 자란다. 영원히 그 귀여운 모습으로 곁에 머물 것만 같지만 언젠가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가게 마련이다. 인류가 반복해온 이 성스런(?) 의식은 그러나 언제나 눈시울을 시큰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담고 있다.

뮤지컬에도 이런 감동이 있다. 뮤지컬 ‘맘마 미아!’에 등장하는 노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Slipping through my fingers)’이 대표적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며 어머니가 부르는 이 노래는 무언가 액체가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럽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 품을 떠나는 아이들을 노래한다.

‘처음 스쿨 버스로 향하던 날, 책가방을 들고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 때 나는 곧 이 아이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올 것이라 느꼈어’라는 가사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실제로 이 노래는 전설적인 팝그룹 아바(ABBA)의 멤버들이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음악적으로는 글로벌한 흥행을 기록한 최고의 뮤지션들이었지만, 바쁜 일정과 콘서트 스케줄 탓에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어느덧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이 노래를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유투브 등에서 이 노래를 검색해보면 아바의 멤버들이 눈물이 글썽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감동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극중 '댄싱퀸'을 부르는 장면[사진=신시뮤지컬컴퍼니]

‘댄싱 퀸(Dancing Queen)’, ‘치키티타(Chiquitita)’,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 등 뮤지컬 ‘맘마 미아!’에는 혼성그룹 아바의 내로라하는 빅 히트곡이 즐비하게 등장하지만, 사실 이 노래만큼은 ‘무명’에 가까웠다. 전체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들 중 유일하게 팝 차트에 오르지 않은, 그래서 새롭고 또 숨겨진 보석 같은 뮤지컬 넘버가 됐다. 뮤지컬을 구상하던 중 극작가가 운명처럼 찾아냈다는 후문도 있다. 배경을 알게 되면 ‘숨겨졌던 보석’ 같아 더 감동스럽게 기억되는 이 뮤지컬의 명곡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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