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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패러다임 바꾸는 유럽축구선수권, 유로2016 변혁의 지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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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패러다임 바꾸는 유럽축구선수권, 유로2016 변혁의 지배자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0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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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미니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이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개최국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11일 결승까지 앙리 들로네 트로피를 놓고 31일 열전에 돌입한다. 유로 2016은 지난 대회보다 8개국이 늘어난 24개국 체제로 재편돼 어느 대회 때보다 이변과 명승부가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 대회는 유럽의 강호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언제나 세계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다. 미셸 플라티니가 이끄는 프랑스가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아트사커'의 시작을 알렸던 것도 유로 대회였다. 전차군단 독일의 강력한 조직력과 이탈리아의 탄탄한 카테나치오(빗장수비), 스페인의 티키타카도 모두 유로 대회를 통해 축구팬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프랑스에서 한달 동안 벌어지는 '미니 월드컵' 유로 2016에서는 어떤 역사가 쓰여질 수 있을까. 어쩌면 예전의 유로 대회에서 힌트를 찾을 수도 있다.

◆ 세계 축구의 헤게모니를 바꾼 역사, 유로에서 이뤄졌다

1960년부터 시작한 유로 대회는 1976년까지 오직 4개국만이 참가한 소규모 대회였다. 1980년 유로 대회부터 8개국으로 늘어난 가운데 2라운드부터 녹다운 토너먼트가 도입된 것은 유로 1984부터였다. 그런 점에서 많은 축구팬들은 유로 1984를 유로의 진정한 시작으로 인식한다.

프랑스에서 열렸던 유로 1984는 세계 축구의 헤게모니를 크게 바꿔놨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유럽은 조직력과 강력한 체력, 남미는 개인기를 앞세운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지금은 그 차이가 많이 사라졌지만 유럽은 체력축구, 남미는 개인기 축구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그러나 프랑스는 남미의 개인기에 유럽의 힘과 조직력을 결합시킨 '퓨전' 아트사커로 유로 1984를 제패했다.

이와 함께 순혈주의 종말의 시작을 알린 대회도 바로 유로 1984다. 당시만 해도 유럽축구는 자국 선수를 뽑는 순혈주의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령 수단(현재 말리) 출신의 장 티가나가 프랑스 대표팀에서 플라티니와 함께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포용) 정신을 축구에 이식한 이 전통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이끈 지네딘 지단도 프랑스 태생이긴 하지만 알제리 이민자 출신이다. 지금은 독일, 벨기에 등도 순혈주의를 완전히 폐기했다. 순혈주의를 고수하는 국가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됐다.

▲ 프랑스는 유로 1984에서 중원 사령관 미셸 플라티니를 앞세운 아트 사커를 앞세워 첫 메이저 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아트 사커와 순혈주의 포기라는 두 전통을 끝까지 지키며 16년 뒤인 유로 2000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은 통일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국가다. 유로 1988년까지만 하더라도 동독과 서독이 따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유로 1992부터는 독일로 통일돼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유로 1992부터 독일 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마티아스 잠머가 바로 대표적인 동독 출신 선수다. 잠머는 유로 1992 준우승과 함께 유로 1996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 잠머는 유로 1996 최우수선수로도 선정됐다.

유럽에서 대표적인 중위권이었던 포르투갈은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1989년과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내리 우승을 차지한 주역들인 후이 코스타와 루이스 피구 등이 중심이 된 황금세대들이 유로 2000 4강과 유로 2004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됐다.

◆ 스페인의 티키타카부터 안티 사커까지, 전술의 향연

유로 대회는 각종 전술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유로 2008과 유로 2012에서 정상에 오르며 사상 첫 유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스페인의 원동력은 바로 티키타카다.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티키타카는 FC 바르셀로나가 이를 활용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제패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를 그대로 이식받은 스페인 대표팀은 유로 2008부터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스페인은 유로 2012에서는 제로톱 전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로 2008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자리했던 페르난도 토레스의 부진과 함께 다비드 비야의 부상 이탈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제로톱은 스페인의 유로 2012 우승을 통해 새로운 전술로 자리잡았다.

이탈리아는 유로 2012를 통해 스리백이 구시대 유물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탈리아는 조별리그 경기에서 스리백을 사용해 스페인의 예봉을 꺾는데 성공하며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반면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결승전에서 다시 포백을 돌아서면서 4-0 완패를 당해 스리백이 현대 축구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전술이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실제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을 5-1로 꺾은 네덜란드가 썼던 전술이 바로 스리백이었다. 당시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네덜란드에 공격적인 스리백을 이식시켜 브라질 월드컵 3위라는 성과를 냈다.

유로 대회에서는 '안티 풋볼(또는 안티 사커)'도 있었다. 유로 2004에서 우승을 차지한 '언더독' 그리스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오토 레하겔 감독이 이끌었던 그리스는 당시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 8강부터 결승까지 토너먼트를 무실점으로 통과해 정상까지 올랐다.

그리스는 조별리그에서 4득점, 4실점을 기록했지만 8강부터 결승까지는 한 골을 먼저 넣은 뒤 6명에서 최대 8명까지 수비에 집중시켰다. 그리스가 유로 2004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1로 이긴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모두 1골 경기를 펼쳤다. 그럼에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인 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유로 2016의 흐름, 역대 유로 대회에서 힌트가 보인다

24개국이 각축을 벌일 유로 2016의 흐름을 알고 싶다면 역대 대회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우승후보가 어느 팀이고 판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기란 어렵지만 24개국이 어떻게 유로 대회를 맞이할지 정도는 가는해볼 수 있다.

티키타카로 무장한 스페인의 제로톱 여전히 유용할 것이다. 스페인은 디에고 코스타가 대표팀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최전방 공격수가 사실상 부재 상태다. 원톱 스트라이커 자원이 있긴 하지만 자국내에서도 왜 뽑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격 자원이 취약하기 때문에 유로 2012 전술이었던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 전망이다.

스페인을 저지하기 위한 다른 팀들은 이를 깨기 위한 전술로 맞설 것이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스리백으로 효과를 본 것처럼 스페인의 높은 점유율 축구에 맞서 '선 수비-후 역습'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조지아가 평가전을 통해 스페인을 상대로 역습으로 1-0 승리를 거둔 적이 있다.

프랑스의 아트사커는 여전히 유용하지만 1984년과 2000년에 이어 '16년 우승 주기설'이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1984년에는 플라티니, 2000년에는 지단이라는 중원 사령관이 있었지만 현재 프랑스에는 이를 맡아줄 선수가 없다. 올리비에 지루 등 공격수는 충분하지만 허리에서 프랑스의 공수를 지휘하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금세대'를 앞세웠던 포르투갈이 그랬듯 벨기에도 유소년 때부터 길러왔던 힘을 바탕으로 유로 대회에서 최대 이변을 노린다. 한때 FIFA 랭킹 1위까지 올랐던 벨기에는 지금도 2위로 독일(4위), 스페인(6위)에 앞서 있다. 에당 아자르와 디보크 오리기, 크리스티안 벤테케, 케빈 데 브루잉 등 강력한 공격진이 있고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토마스 베르말렌, 얀 베르통언 등 수비진도 경험이 쌓여 전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다.

'언더독'으로 꼽히는 팀들은 탄탄한 철옹성을 구축할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부터는 조 3위 가운데 상위 4개팀도 16강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언더독의 반란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가 1승 1무 1패의 전적으로 8강에 올라 유로 2004에서 정상에 올랐듯 이번 대회 우승팀이 조 2위나 3위에서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유로 대회는 월드컵과 월드컵 사이에 끼어있는 '미니 월드컵'으로서 남미축구선수권인 코파 아메리카와 함께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이끌어온 주요 대회다. 유로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세계 축구의 헤게모니를 뒤바꿔놓기도 하고 전략가들의 다양한 전술의 향연도 펼쳐진다. 이미 지난 대회가 이를 증명했다.

유로 2016에서 어느 팀이 우승할지를 점치는 것도 재미이지만 세계 축구의 흐름과 전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느껴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프랑스가 순혈주의를 깼고 스페인이 새로운 유형의 축구를 들고 나왔으며 이탈리아가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졌던 스리백을 새롭게 바꿔놨듯이 유로 2016에서는 또 어떤 선입견과 틀이 깨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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