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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줄잇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대재앙'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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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줄잇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대재앙'되지 않으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2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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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먹는 하마' 전락한 경기장 활용대책 시급

[300자 Tip!] 우리나라는 동하계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을 모두 유치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이렇게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마다 늘 수조에 이르는 경제 효과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 행사가 끝난 후에는 경기장 등 인프라 활용방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세금 먹는 하마'가 된 경기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해당 지자체들이 스포츠 마케팅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우리나라에서 열린 첫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이다. 그리고 2년 뒤 서울 올림픽이 열렸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열린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유산으로 남았다.

그러나 지금 올림픽 주경기장은 애물단지다. 한국 축구의 메카였던 적도 있었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만들어진 후 그 지위를 잃었다. 지난해 여름 동아시아축구선수권이 열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사진=스포츠Q 이상민 기자]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등으로 한국 스포츠의 위대한 유산이 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한국 축구 메카' 지위를 내준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혈세 1조9755억 원을 쏟아 부은 10곳의 월드컵 경기장도 '세금 먹는 하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만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은 월드컵경기장 유일하게 K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는 월드컵경기장이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숭의동 인천전용축구장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확장도 불가능해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도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 인천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새로 짓고 있다.

◆ 필요 이상 투자 이뤄지면 대재앙 불 보듯

서울 고척동에 지어지고 있는 고척돔은 완공되기 전인데도 세금 먹는 하마가 됐다.

아마야구 전용구장으로 설계됐으나 세계주니어야구선수권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위한 경기장으로 만든다며 돔구장으로 설계를 바꿨다. 설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고척돔은 혈세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돔구장이 되면서 운영비도 늘어나게 됨에 따라 고척돔은 프로야구단을 유치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야구 전용구장이라는 원래 취지는 퇴색했고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함에 있어서 가장 고민하는 것은 비용 대비 경제적인 효과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유치 과정에서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면서까지 장밋빛 미래를 보이려 애쓴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면 도시 개발, 관광 발전, 고용 증가, 커뮤니티 활성화 등 각종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기장과 각종 기반시설이 쓸모없거나 필요 이상으로 지어지게 되면 곧바로 돈 먹는 하마가 되고 만다. 이럴 경우 지자체는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는 납세자, 즉 국민들의 몫으로 남는다.

 

▲ [사진=스포츠Q 이상민 기자] 고척돔은 당초 아마전용 야구장으로 지어질 목적이었으나 세계주니어야구선수권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유치한다는 정치권의 욕심 때문에 돔구장으로 설계가 바뀌었다. 그 결과 고척돔은 세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전락했고 아직까지도 공사 중이다.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1976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던 캐나다 몬트리올은 주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직도 골칫거리다. 몬트리올은 주경기장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을 하려 했지만 오히려 슬럼화가 됐다. 2004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아테네는 경제가 파탄 났다. 소치 올림픽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어 처리방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에 대해 스포츠 전문가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회 성적과 함께 경제적인 이익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수천억 원의 세금을 들여 스포츠 경기장 등 각종 시설을 만드는 만큼 지자체들은 사후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확실하게 대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리케 탁스 캐나다 윈저대 교수 역시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다가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단순히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해서, 또는 우리나라 국위를 떨치기 위해서 여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탁스 교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큰 연못 하나에 작은 물고기 한 마리'로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 대비 효과는 의외로 적다"며 "이벤트를 연 이후 시설 활용 방안을 미리 세워둬야 대재앙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열면서 이것이 지역사회의 요구를 능가하는 것이라면 꼭 해야 하는 것인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사후 활용 대책을 세울 수가 없어 결국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다목적 활용·용도 변경·이전 등 방안 강구돼야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장의 활용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다.

탁스 교수는 경기장을 '다목적 경기장(multi purpose stadium)'으로 만드는 것을 첫 번째로 제안한다.

 

▲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풋살구장 외에도 연회와 세미나를 열 수 있는 리셉션몰과 대형할인점, 복합영화관, 스포츠센터 사우나, 예식장이 있는 월드컵몰 등을 유치해 다목적 경기장으로 변신함으로써 흑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FC서울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다목적 경기장의 가장 좋은 본보기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풋살구장 외에도 각종 부대시설을 유치해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주경기장 시설에 리셉션몰을 만들어 각종 연회와 세미나 등을 열게 했고 월드컵몰에는 대형할인점과 복합영화관, 스포츠센터 사우나, 예식장을 만들었다.

서울시설공단이 2009년 발표한 항목별 수입액에 따르면 서울월드컵경기장 전체 수입의 75%가 임대료에서 나왔다. 정작 경기 관람을 통한 수입은 19%에 머물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다른 경기장이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이 흑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사후활용의 좋은 사례가 됐다.

또 다른 방안은 용도 변경 또는 철거 또는 이전하기 쉽게 임시경기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런던 올림픽의 경기장이 좋은 예다.

런던 올림픽에서 지어진 구장 가운데 농구장은 철거했고 수구장은 경기장 재료를 다른 곳에 재활용했다. 하키 경기가 열렸던 리버뱅크 경기장도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또 핸드볼 등이 열렸던 쿠퍼박스 경기장은 지역사회를 위한 장소 및 선수 훈련을 위한 다목적 스포츠 센터로 용도 변경했다. 8만석 규모의 올림픽주경기장은 처음부터 5만5000석 규모의 철골구조를 분리할 수 있게 설계해 2만5000석 규모로 조정해 사용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평창 올림픽에도 큰 교훈이 됐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통해 새로 만들어지는 빙상장 4곳에 대한 활용방안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피겨 및 쇼트트랙 경기장은 빙상경기장으로 남겨두되 복합 문화체육시설과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실내수영장을 만들고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규모를 8000석에서 4000석으로 줄인 뒤 민간자본에게 운영권을 맡겨 워터파크 및 컨벤션센터, 공연장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제1 아이스하키장은 조립식으로 설계, 올림픽 이후 해체해 원주 한라대학교로 이전하고 제2아이스하키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관동대학교가 위탁 운영해 관동대 및 강릉대 체대생의 훈련장 및 공공 아이스링크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영동권 인구가 많지 않은데도 빙상장이 5곳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을 확실하게 해둔 것이다.

 

◆ 프로구단이 쓰고 있는 경기장은 과감히 장기 임대를

만약 지자체가 경기장 때문에 골머리를 겪고 있다면 이를 프로구단에게 장기 임대할 필요도 있다.

장기 임대의 길은 이미 열려있다. 지난 2009년 스포츠산업진흥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구장 임대가 25년까지 가능해졌다. 이미 수원시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과정에서 KT에 파격적인 혜택을 준 것도 이 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월드컵경기장 역시 K리그 구단에게 장기 임대해줄 필요가 있다.

수원 삼성의 경우 임대료만 입장 수입의 25%로 연 8억~9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시설에 사용료까지 붙는다. 이는 다른 K리그 구단들도 매한가지다. 이 때문에 K리그 구단들은 차라리 장기 임대를 해 운영권을 구단이 갖고 각종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싶어 한다.

이는 지자체나 구단에게 모두 '윈윈'이다. 지자체는 더 이상 적자를 끌어안지 않아도 좋고 구단은 자신들의 터전이 생겨 마음껏 비즈니스를 펼 수 있다. 물론 윈윈이 되려면 지자체, 구단 모두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 울진군은 지리적인 여건과 따뜻한 기후를 활용해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바다와 인접해있다는 특성으로 코리아컵 요트대회를 개최하는 등 해양 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으며 겨울이면 동계전지훈련을 하는 팀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렸던 코리아컵 요트대회 모습. [사진=울진군청 제공]

◆ 소규모 지자체는 특성에 맞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욕심낼 수 없는 소규모 지자체도 스포츠 마케팅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바로 지자체의 지리적인 여건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의 소도시 또는 애리조나의 소도시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지로 활용되고 일본도 기후가 온화한 미야자키 등 규슈 지방 또는 오키나와 등이 야구 훈련캠프를 차린다.

우리나라에도 지리적인 여건을 잘 활용해 스포츠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소규모 지자체가 점점 늘고 있다.

경북 울진군은 바다와 산을 동시에 끼고 있고 온천까지 있는 지리적인 이점을 잘 활용해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바다가 있어 여름이면 각종 해양 레포츠 축제와 코리아컵 요트 대회도 벌어지는 등 해양 스포츠 메카로 자리하고 있다. 또 비교적 따뜻한 기후조건에 온천까지 있는 점은 중고교 팀의 동계훈련지로 각광받는 요소다. 스포츠 경기장 등 각종 시설을 늘려 종합 스포츠 관광 타운으로 만들겠다는 판단이 선 울진은 군 지역 최초로 경북도민체전을 유치하면서 경기장 개보수 및 신설에 과감히 투자했다.

스포츠 이벤트를 기회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대비까지 해놓은 마스터 플랜까지 사전에 미리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울진군은 겨울마다 중고교 팀을 적극 유치하는 한편 중고교축구대회, 여자축구대회 등 전국 규모의 대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 경남 창녕군은 지난 2009년 축구장과 궁도장, 전천후 게이트볼장이 있는 창녕스포츠파크를 열어 동계 전지훈련지로 각광받고 있다. 창녕군은 2016년까지 축구장과 야구장을 더 만들 계획이다. [사진=창녕군청 제공]

부곡온천이 있는 경남 창녕군은 지난 2009년 159억7700만원을 들여 창녕스포츠파크를 개장했다.

축구장, 궁도장, 전천후게이트볼장 등을 갖춘 창녕스포츠파크는 지난달까지 61개 팀, 2만3945명의 동계전지훈련 유치 성과를 올렸다. 연간 250팀, 6만여 명이 축구장을 이용할 정도로 스포츠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창녕군은 오는 2016년까지 156억 원을 들여 축구장 3면과 야구장 2면을 확대 조성한다.

이밖에 경남 남해군에는 남해스포츠파크가 있고 전남 목포시에도 축구센터가 자리하고 있어 동계전지훈련의 메카가 됐다.

[취재후기] 스포츠 마케팅과 비즈니스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마케팅이고 비즈니스다. 여태껏 우리나라 스포츠는 국민들을 기쁘게 하는 결과와 성적에만 일희일비했지, 스포츠 마케팅과 비즈니스에는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연 유산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들의 스포츠 마케팅 마인드가 시급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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