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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미래' 리틀야구 국가대표 26인, 모두가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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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미래' 리틀야구 국가대표 26인, 모두가 승자였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04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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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12세 대표팀 이벤트전, 모두 쏟아부은 리틀 졸업경기

[장충=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많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꼭 눌러주고 싶어요.“

13세 이하 대표팀은 간절히 이기고 싶었다. 친구들에게만 모두 쏠려버린 포커스를 조금아니마 돌릴 수 있었으면 하고 빌었다. 힘이 너무 들어간 걸까.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4일 장충리틀구장에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제패기념 이벤트전을 개최했다. 29년만에 진출한 월드시리즈에서 파죽지세로 전승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12세 이하 대표팀과 세계 대회에서 2승2패로 아쉽게 탈락한 13세 대표팀간의 친선전이었다.

▲ 경기 종료 후 양팀 선수들이 한데 모여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경기 전 13세 대표 진승철(경기 부천 원미구)감독은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절대로 다치면 안된다”고 부풀어 오른 선수들을 애써 가라앉혔지만 친구들의 우승 소식에 묻혀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난 선수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특히 월드시리즈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황재영(서울 강동구)과 같은 학교(휘문중)에 재학 중인 엄문현(경기 광명시)은 승부욕을 불태웠다. 그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특히 주변에서 재영이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꼭 이기고 싶다. 장충에서 마지막 경기기도 하니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결연한 출사표를 던졌다.

▲ 13세 대표팀의 김태호(오른쪽)가 12세 이하 대표팀 문태민에게 태그를 한 후 아웃 여부를 심판에게 묻고 있다.

13세 대표팀 리드오프 김태호(광명시) 또한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친구들이 우승한 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조금 얄밉기도 했다”고 고백하며 “최상의 전력으로 맞붙어 승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12세 이하 대표팀의 분위기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박근하(서울 강동구), 황상훈(서대문구) 코치는 “그저 즐기는 경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종욱(동대문구) 감독은 “부담감은 없다. 우리가 메인이 된 경기 아니겠나”라고 여유를 보였다.

▲ 13세 대표팀의 이현우(가운데)가 12세 이하 대표팀 친구와 눈빛을 주고받고 있다.

황재영 역시 “부담없는 경기니까 마음껏 즐기겠다”며 “그래도 지고싶지는 않다”고 웃어보였다. 월드시리즈에서 알토란 활약을 보인 안동환(동대문구)과 권규헌(노원구)의 마음가짐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이벤트전이니까 즐겁게 임하자는 생각”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13세 대표팀은 12세 대표팀과 함께 아시아-퍼시픽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대만을 이기고 29년만에 세계 무대에 나간 12세 대표만큼이나 큰 업적이었다. 대만과 일본을 꺾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13세 이하 디비전(INTERMEDIATE 50/70) 월드시리즈에 나선 그들은 2승2패로 조기 탈락했다.

▲ 왼쪽부터 엄병렬 코치, 박근하 코치, 윤현식 코치, 박종욱 감독, 황상훈 코치, 진승철 감독.

반면 12세 대표팀은 승승장구했다. 특히 본선에서 일본을 꺾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파죽지세로 미주 대표까지 물리치고 챔피언에 오르자 하루아침에 위상이 달라졌다. 2001년 5월 이전 태어나 13세 대표가 된 선수들은 친구들을 향한 세상의 크나큰 관심이 부럽기만 했다.

신동완(인천 부평구)은 “13세 친구들도 같이 우승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투수 유준하(서울 송파구)는 “우리도 그렇고 13세 대표 친구들도 중학교에 가서 모두 잘했으면 좋겠다”는 애정 어린 메시지를 보냈다.

칼을 갈고 나섰지만 경기는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리틀야구 본고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값진 경험을 하고 온 친구들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1회 3득점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12세 대표팀의 끈질긴 추격에 역전을 허용했다. 13세 대표팀은 결국 5-7로 패했다.

▲ 경기 종료 후 황재영(앞쪽)과 최해찬이 1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경기 후 태극전사들은 마운드로 모여 사진 촬영에 임했다. 그들은 치열했던 승부를 뒤로 하고 중학생답게 서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풀이 죽은 선수들도 몇몇 있었다. 김태호와 김민우(경기 구리시)는 “정말로 이기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 경기 전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뒤줄 왼쪽에서 7번째)이 장충구장을 찾아 12,13세 대표팀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엄문현은 “재영이의 존재가 큰 자극이 된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것 아닐까”라며 “열심히 운동해 이 아픔을 극복하겠다. 박병호같은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세 대표팀은 세계를 호령하고 돌아왔음에도 변치 않고 경기력을 유지했다. 그들은 13세 대표팀 친구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13세 대표팀은 이날을 계기로 더욱 나은 선수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2014년 9월4일. 장충구장엔 패자가 없었다. 국가대표 26명 모두가 승자였다.

▲ 13세 이하 대표팀 김민우(왼쪽)와 12세 이하 대표팀 유준하가 장난을 치고 있다.

 

▲ 12세 이하 대표팀의 한상훈(뒤쪽)이 13세 이하 대표팀 소형준을 끌어안고 장난을 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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