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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간비행' 곽시양, 여명을 가르는 힘찬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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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간비행' 곽시양, 여명을 가르는 힘찬 날갯짓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0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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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김남길, 한주완, 진이한, 이이경 등을 발굴해 ‘루키 감별사’로 불리는 이송희일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재목은 곽시양(27)이다. 187cm의 훤칠한 키에 탄탄한 체격, 수려한 얼굴엔 단정한 소년의 미소와 성숙한 남자의 날카로움이 공존한다.

 

Night Flight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은 ‘야간비행’(8월28일 개봉)은 어릴 적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모범생 용주와 일진 기웅이 학교와 가정, 사회 속에서 외로워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우정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영화다. 성적 경쟁만 요구하는 잔인한 현실에서 어떻게 우정이 부서지고, 소수자들이 배척되는 지 바라보며 10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Yongjoo 자유연애주의자인 싱글맘 어머니, “지금 친구 사귈 때냐”며 공부만을 강요하는 선생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내신 1등급 모범생, 열여덟 꽃다운 청춘이지만 용주는 블루 톤의 외로움에 휩싸여 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채 일진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기택을 위로하고, 기웅(이재준)의 곁을 서성이며 애틋한 마음으로 걱정한다.

“용주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뿐 굉장히 밝은 친구예요. 밝은 면은 최대한 밝게, 힘든 면은 최대한 힘들게 강약조절을 하려고 고심했어요. 얼굴을 앳되 보이게 하려고 체중을 지금보다 7kg가량 늘렸고요.”

 

Emotion 연기 경력 없는 신인에게 숙제가 많은 작품이었다. 교복을 입은 풋풋한 10대 연기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굴곡 심한 감정선이 요구됐다. 과묵한 기웅과 달리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야 했다. 그럼에도 자연스러운 결로 소화했다. 이 감독은 “곽시양은 손을 대면 톡하고 감성이 폭발할 정도로 표현력이 뛰어난 친구라서 봉선화 연정 같은 존재라 부르고 싶다”고 언급했다.

Johnny Depp “대본을 읽으면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지 않나란 생각을 했어요. 사랑하니까 갖고 싶어하는 거겠죠. 캐릭터에 제 색깔을 넣고 싶어서 일부러 퀴어영화나 바, 동성애자를 접촉하지는 않았어요. 모방할까봐. 대신 좋아했던 배우 조니 뎁을 탐구했어요. ‘캐러비안의 해적’을 준비하던 당시 우스꽝스럽고 여성스러운 행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게이들을 만나 행동 하나하나를 배웠다고 들었거든요. 조니 뎁처럼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Voice 용주의 언뜻언뜻 드러나는 여성스러운 면은 이런 노력의 결과다. 방과 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웅에게 집으로 피자 배달을 시켜 만나는 장면에서 그의 디테일한 연기는 위력을 발휘한다. 자신을 거부하는 기웅을 향한 섭섭함, 토라진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제 목소리가 원래 중저음인데 톤업을 시켰어요. 목소리 조절을 잘하는 배우란 소리는 들어요. 하하. 용주의 생활습관을 많이 상상했던 것 같아요. 기웅이 자전가를 타고 도망갈 때 보이는 리액션에서도 발모양이나 어깨 추임새에서 여성스러움을 불어놓으려 했고요.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장점이자 좋은 걸 놓치는 단점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Teens 다시 고등학생이 되는 점은 설렜다. 마지막 교복 착용일 수 있겠단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이후 친구들과 단체로 월담해서 오락실, PC방에 갔다가 다음날 벌로 청소를 했던 추억, 방과 후 농구를 하고 집에서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먹던 기억을 되새김질했다.

“고교시절 추억을 되살리며 연기해 오히려 고교생 연기가 편했어요. 친구에게 툭툭 말하듯이 대사 처리를 했고요. 힘들었던 점은 일진과 왕따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거예요. 저희 땐 고1 무렵 서열정리가 끝나고 나면 질서가 정착돼 힘센 애들이 약자들을 돌봐주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 요즘 학교폭력이나 왕따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어 안타까워요. 10대 시절 전 하고 싶은 걸 해서 행복했는데, 요즘 10대들은 공부에 시달리느라 꿈을 찾지 못하잖아요. 불행한 거죠.”

Friendship 용주 캐릭터 연기에서 키워드는 우정이었다. 고교 친구는 평생 함께 가는 관계다. 극중 기웅을 향해 돌멩이를 집어든 채 “우리 친구였잖아”라고 절규하는 용주를 연기하며 친구마저 없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울컥해졌다.

 

Queer 기웅에 대한 용주의 감정을 고민하다가 살짝 여자를 대입시켰다. 과거 자신이 겪었던 짝사랑을 복원했다.

“상대가 워낙 새침데기라 제가 좋아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항상 거리를 두더라고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번 더 고백을 했는데 받아주질 않았어요. 서서히 마음을 정리했죠. 크게 상처입진 않았는데 여운은 많이 남더라고요. 용기를 내서 여자에게 고백하는 것처럼 기웅에게 고백하는 연기를 했어요. 자신의 비밀을 알리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건데 용주는 굉장히 밝고 용기 있는 친구예요.”

Berlin 올해 2월 영화제 참석 차 방문한 베를린은 가슴 벅참 그 자체였다. 세계적인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셀러브리티 구경하기 바빴고, ‘야간비행’에 대한 관객 및 관계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홍콩 배우 임달화는 식사하는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치즈를 먹으며 “한국 좋아해요”라고 말을 건네주기까지 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신기했어요. ‘처음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느냐’ ‘데뷔작인데 잘 만든 것 같다’ 등의 얘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을 거예요.”

 

Lesson 선배 연기자 박혁권이 현장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준비하는 걸 보며 “난 아직 멀었구나”를 절감했다. 자신이 세 수 앞을 생각한다면 선배 연기자들은 열 수를 앞서서 생각했다. 그가 “니 감정을 계속 이끌고 가라. 주연인 너만이 가능한 거니까 충실히 해나가라”는 말은 큰 가르침으로 가슴에 품었다. ‘야간비행’을 통해 수많은 스태프, 배우들과 합이 맞아야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함을 깨달았다. 겸손과 협업의 중요성을 배웠다.

History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곽시양은 일찌감치 가수를 준비했다. 연습생 기간 중 틈틈이 뮤직비디오와 광고촬영을 했다. 군 입대해서야 연기를 꿈꾸기 시작했다. 제대 후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연기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간 힘겨운 사건사고가 속출했다. 1년 정도 모델로 활동할 땐 교통사고 탓에 접어야하기도 했다. 그런 실패와 경험이 지금 연기를 하는데 영감을 주고, 자극이 된다.

Drama SBS 주말극 ‘기분 좋은 날’에서 이해심 많고 사려 깊지만 남모를 비밀을 지닌 대학생 정희주로 출연 중이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여성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용주와 희주의 외로운 측면은 비슷한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다보니 순발력이 길러져요. 영화가 섬세하고 디테일한 면이 있어서 감정을 더욱 이끌어낸다면, 드라마는 생동감이 넘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게끔 자극을 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취재후기] 곽시양의 얼굴은 정면과 좌우 측면의 이미지가 모두 다르다.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점은 배우로서 큰 자산이다. 연기할 때 눈에서 진실함이 느껴지는 이병헌과 진구를 좋아하는 배우로 꼽는다. 그 역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본명 곽명진을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이란 의미의 시양으로 바꾸었다. 이 신인배우에게 2014년 늦여름은 찬란한 태양을 품은 여명의 시간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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