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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디어 마이 프렌즈' 나문희와 윤여정, 그녀들이 보여주는 황혼의 복수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12 08:36 | 최종수정 2016.06.13 16: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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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점차 참는 법, 그리고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의 '순응'이란 나이가 들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해탈'하는 과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이제 세상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기서 내 성질대로 해 봐야 뭐하냐는 '체념'의 과정도 포함된다. 그런데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 않던가? 여기 인생의 황혼이라는 환갑을 넘어서 참지 않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11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연출 홍종찬) 10회에서는 문정아(나문희 분)와 오충남(윤여정 분)의 서로 다른 복수가 서서히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나문희는 큰 딸 순영(염혜란 분)이 사위에게 맞고 살던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을 계기로 평생 그녀에게 가부장적 권위를 행사하며 또 다른 형태의 '가정폭력'을 선사해 온 남편 김석균(신구 분)과의 이혼을 결심한다.

▲ 11일 방송된 tvN '디어 마이 프렌즈' 10회에서 문정아(나문희 분)는 남편 김석균(신구 분)과 이혼할 결심을 세우고, 제사를 마치고는 밤중에 몰래 짐을 챙겨 나온다. [사진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
 

나문희는 이혼을 결심하고는 윤여정에게 부탁해 자신이 살 작은 집을 구한 후 신구에게는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고 이혼서류만 달랑 던져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나문희는 이런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며칠만이라도 남편 신구에게 오히려 더 잘해 주고자 한다.

그리고 나문희의 이런 결심은 일가친척들이 모인 제사를 계기로 드디어 시작됐다. 신구는 제사를 앞두고 북한산 고사리를 사려는 나문희에게 "고사리는 제주산 아니면 지리산"이라며 소리를 지르고, TV 밑에 있는 화투판도 겨우 조금 숨 돌리는 나문희에게 찾아오라고 시키는 등 구세대적인 가부장 권위의 끝장을 선보인다.

나문희는 제사가 있던 날 둘째 딸 호영(강은진 분)과 셋째 딸 수영(한정현 분)에게 이혼을 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밤에 몰래 챙겨둔 짐을 들고 산동네에 사둔 집에 가서 남편의 잔소리와 짜증에서 해방되어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편안한 잠을 잔다.

윤여정 역시 '디어 마이 프렌즈' 10회에서 그동안 그녀의 등골을 빼먹고 살던 박교수(성동일 분)와 양교수(곽인준 분) 등 예술가를 자청하던 인간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윤여정은 자신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컴플렉스로 인해 성동일과 곽인준 등 예술가라고 자청하는 지식인 집단하고 어울리면서, 수십만 원씩 먹어대는 그들의 술값을 대주고 그들이 만든 시시껄렁한 작품들을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며 호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이런 윤여정에 대해 조카인 양주영(백승도 분)은 물론, 장난희(고두심 분)의 딸 박완(고현정 분)마저도 수없이 그 사람들과 관계를 끊으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그를 계속 무시해 왔다.

그리고 사건은 윤여정이 밤중에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지던 날 일어났다. 윤여정은 겨우 몸을 일으켜 성동일에게 전화를 하지만, 성동일은 공항에 가서 지금 가볼 수 없으니 119를 부르라고 한 뒤 곽인준과 신나게 술을 마셔댄다.

결국 윤여정은 오쌍분(김영옥 분)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가서 겨우 살아날 수 있었고, 성동일이 술에 취해 잘못 보낸 문자를 보고는 성동일과 곽인준 등 여태 그녀가 밥과 술을 챙겨 먹이고 저질 작품들을 비싼 돈 주고 사주면서 챙겨주던 인간들에게 호구 취급을 당했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윤여정은 침대에 누워 "이 새끼들, 죽었어 니들은"이라며 이를 꽉 깨물며 복수를 다짐한다.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사진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나문희와 윤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황혼의 복수를 감행한다. 평생을 남편 신구의 가부장 권위에 억눌리고 자식들 뒤치닥꺼리를 하며 살아온 나문희는 집에서 뛰쳐나와 혼자 사는 길을 택하며 인생 70이 넘어서 비로소 '문정아'라는 인간의 가치를 찾아내려고 한다. 운 좋게 돈 좀 벌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친척들과 자신을 호구로 보는 예술가입네 하는 식자층들에게 평생 호구 노릇을 해온 윤여정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깨닫는 순간, 복수를 위해 이를 악문다.

계기는 다르지만 나문희와 윤여정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찾지 못하고 한없이 쪼그라드는 우리들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나'라는 개념이 없던 나문희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베풀어 왔지만 결국 '나'를 부정당한 윤여정도 '나'를 찾기 위해 복수를 계획한다.

이런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10일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 9회에서 오충남(윤여정 분)과 조희자(김혜자 분)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은연중에 드러난다.

윤여정은 김혜자가 해준 잡채를 먹으며 남은 것은 나 싸주지 말고 애들이나 주라고 말하지만, 김혜자는 "애들은 그저 내가 지들 눈에 안 띄는게 최고야. 뭐 갖다 주는 거 싫어해"라며 "애들은 집에서 온 택배도 싫어한대. 그 안에 지 부모가 들어있을까 봐"라고 말한다. 윤여정은 그 말에 "그러다 부모 죽으면 후회하고"라고 되받아치지만, 김혜자는 다시 "나중에 죄책감으로 퉁치고"라고 말한다. 노희경 작가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나이가 들어서 귀찮은 짐짝 취급이나 당하며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실을 윤여정과 김혜자의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풀어내며 그 속에 잔뜩 칼날을 품는다.

이렇게 점점이 쌓여온 어머니들의 분노는 나문희와 윤여정이 펼쳐낼 복수극으로 조용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 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저 참고 인내하고 그렇게 살다 가라고? 천만에, 나이 일흔이 넘어도 여전히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설렐 수 있고, 일흔이 넘어서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떨쳐 일어날 수도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렇게 '자신'을 잃어버린 어머니들에게 용기를 내보라고 말하고 있다.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원호성 기자  cinex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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