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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열차 타고 영화 '곡성' 촬영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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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열차 타고 영화 '곡성' 촬영지 속으로!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06.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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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닮은 청정 자연에 웰빙 음식이 풍성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영화 ‘곡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개봉 한 달 만에 660여만 명이 봤군요. 촬영무대인 전남 곡성도 덩달아 유명해지고 있네요. 읍내를 중심으로 20여 곳에서 이 영화가 촬영됐습니다. 그 덕분인지 최근 섬진강기차마을 장미공원에서 열린 곡성 세계 장미축제에 무려 23만 만 명이 다녀갔답니다. 대중문화의 위력이 실감나는군요. 영화 곡성의 치솟는 인기가 최근 곡성 공무원이 아파트 투신 자살자에 깔려 애꿎게 사망한 사건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군요. 오싹함과는 거리가 먼 수려한 친환경 농촌지역 곡성으로 슬슬 떠나보실까요?

▲ 영화 '곡성'포스터

6월에 가볼만한 곳 곡성! 거기에서는 우선 섬진강 덕분에 행복호르몬이 왕창 분비됩니다. 멋진 계곡도 있어 피서 여행지로도 손색없습니다. 전통 별미인 참게탕, 다슬기탕 등 몸에 좋은 음식도 다양합니다. 그 뿐 아니라 캐러밴이나 한옥 같은 감성을 높이는 숙소도 있네요. 명물이 된 섬진강기차마을 관광열차에 한번 타보는 것만으로도 곡성에 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전형적 청정농촌의 향취가 물씬 나는 고장에서 영화 속 시체를 떠올리면 실소가 터질 것입니다. ‘그토록 살벌한 영화를 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찍었을까?’하는 의문이 들 겁니다.

여행객에게 곡성 촬영지는 의미가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작품 자체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들투성이이다 보니 멋진 기념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죠. 읍내리 식당가나 경찰서가 어찌 멋진 인증샷 장소 반열에 오르겠습니까? 읍내리, 삼기면, 오곡면, 석곡면, 목사동면 등 현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소소한 공간과 시설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 그 시절 그 추억 속으로! - 증기기관 관광열차

▲ 증기기관 관광열차.
▲ 증기기관 관광열차 승객들이 가정역에서 내려 잠시 주변을 둘러봅니다(위). 곡성역 앞의 레일바이크.

열차를 이용해 간 관광객들은 곡성역에 내리자마자 들뜬 표정을 짓게 마련입니다. 섬진강기차마을이 눈앞에 펼쳐지고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가 흥을 돋습니다. 관광열차는 허연 연기를 뿜어내며 굵직한 고적소리를 울리곤 합니다. 섬진강을 따라 가정역까지(왕복 20km) 오가는 이 열차는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열차가 출발하고 차창 밖을 보면 1급수가 흐르는 강물과 푸른 들판이 안구를 정화시킵니다. 관광객은 추억 속으로 바로 빠져듭니다. ‘아이스께끼 장수’가 지나갈 때는 “우와!” 환호성이 터집니다. 레일바이크는 곡성역 근처에서만 약 5분간 순회하는 ‘기차마을 레일바이크’와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왕복하는 ‘섬진강 레일바이크’ 등 두 종류가 있습니다.

 
 

 

# 유명하지 않아 깨끗해-도림사·태안사·청계동 계곡

▲ 도림사와 도림사 계곡.
▲ 태안사

계곡에 발 담그러 곡성까지 가는 여행자는 드물겠지요. 그러나 산사를 향해 숲을 걷다가 잠깐 그늘진 너럭바위에 앉아보세요. 탁족하는 기쁨으로 온몸에 신선한 소름이 돋습니다. 곡성역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산이 동악산(737.1m)인데, 그 북쪽에 곡성 최고의 물놀이장인 청계동 계곡이 있습니다. 청계동은 임진왜란 때 고경명 장군의 우부장이었던 ‘청계’ 양대박 장군이 의병을 모아 훈련시킨 곳입니다. 산 남동쪽에는 도림사 계곡이 꼬불꼬불 발달해 있습니다. 길이가 십리(4km)에 이릅니다. 펑퍼짐한 바위에 투명한 폭포수가 흐르고 늙은 소나무가 우거진 계곡, 왠지 운치가 넘치겠지요? 먼 옛날부터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을 정도로 깨끗합니다.

태안사는 도림사에서 꽤 떨어진, 죽곡면 봉두산(753.8m) 남쪽 중턱에 있습니다. 태안사 계곡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낙엽활엽수가 많아 색다른 멋을 풍깁니다. 일주문 아래 ‘능파각’에 이르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암반 위로 사철 물이 흐르고, 그 바위에 누각이 걸려 있습니다. 물줄기가 치마 주름처럼 펼쳐지며 흐릅니다. 태안사는 고려 말기에 정신적 흐름을 이뤘던 구산선문에 속합니다. 한때 구례 화엄사를 거느릴 정도로 세가 막강했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거의 없네요. 연못 한가운데에 불탑이 서 있는 풍경이 특이합니다.

# 능이닭곰탕, 돼지숯불구이, 한우비빔밥...별미천국!

 흙돼지숯불구이(위)와 다슬기전골.
▲ 섬진강 다슬기 채취.

섬진강 참게는 40년쯤 전 곡성군 오곡면 압록유원지 식당에서 팔리기 시작하면서 토속별미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지금은 값싼 중국산이 판치고 있어 씁쓸합니다. 섬진강 재첩, 섬진강 은어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운이 좋으면 진짜 섬진강 참게탕을 맛볼 수도 있겠지요.

중국산 참게탕, 중국산 재첩국이 꺼려질 때는 ‘능이닭곰탕’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무성한 활엽수림과 높은 습도, 큰 일교차 덕분에 곡성의 능이는 품질이 뛰어나답니다. 능이닭곰탕이나 능이돼지찌개는 곡성읍내를 비롯해 도림사·압록유원지·가정역 인근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호남고속도로 석곡IC 인근 석곡면은 ‘흙돼지숯불구이’ 메카입니다. 토종돼지고기를 석쇠에 얹어 참숯불에 구워낸 돼지고기가 참으로 맛납니다. 부드러운 육질과 훈제 맛은 중독성이 있네요. 고추장, 매실액, 꿀 등을 섞은 양념은 새콤달콤한 맛을 더합니다. 그럼 왜 한적한 면 단위 소재지가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해졌을까요? 오랜 옛날에 석곡은 교통의 요지여서 수많은 고속버스·트럭 운전사들이 들렀답니다. 한데 70년대에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손님이 급감해 상권이 위축됐습니다. 그러나 운전사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숯불구이의 맛은 지금도 일부러 찾아갈 만합니다. 곡성읍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자동차로 30분 안에 갈 수 있습니다.

5일장에서 맛볼 수 있는 장터국밥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군요. 곡성의 5일장 날짜는 곡성장 3일과 8일, 옥과장은 4일과 9일, 석곡장은 5일과 10일, 죽곡장 1일과 6일입니다.

 

# 별스러운 숙박체험?

심청한옥마을<곡성군청 제공>

먼저 ‘도림사 오토캠핑장’을 소개해야겠군요. 곡성군이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이곳은 캐러밴 18대, 캐빈 14동(이상 예약 필수), 텐트 칠 곳 38면을 갖췄습니다. 텐트 야영은 당일 선착순으로 접수받습니다. 압록유원지 오토캠핑장은 폐쇄됐습니다.

곡성에는 저렴한 민박시설도 많습니다.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객에게는 ‘가정녹색농촌체험마을’이 으뜸입니다. 농림부 녹색농촌 시범마을, 행자부 살기 좋은 마을, 검찰청 범죄 없는 마을 등의 수식어가 이 마을의 위상을 대변하군요. 인근 ‘두계외갓집체험마을’도 괜찮습니다. 깨끗한 민박집이 10여 채 있는 마을입니다. 심청한옥마을은 좀 우아하게 잘 수 있는 신식시설입니다.

곡성은 화려한 볼거리 대신 살아있는 자연을 보여주는 고장입니다. 이렇게 자연친화적 특성을 지닌 곳을 배경으로 엽기적 영화가 탄생한 것이 꽤 흥미롭군요. 때묻지 않은 산과 강, 질박한 인심이 살아 있는 곡성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 열차를 타면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합니다. 자세한 여행문의는 곡성군청 대표전화 (061-363-2011)로 해서 관광문화과 직원과 통화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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