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14 21:02 (수)
'16년 집념의 100경기 자축 멀티포' 이동국, 한국축구 부활을 깨우다
상태바
'16년 집념의 100경기 자축 멀티포' 이동국, 한국축구 부활을 깨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05 2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멀티골로 센추리클럽 가입 자축…뜨거운 열정으로 팀내 구심점 역할 '형님 리더십'도

[부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그동안 한국 축구 대표팀에 구심점이 없다는 말이 많았다.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대부분 20대 선수로 이뤄져있다보니 어려울 때 후배들을 다독거려줄 리더십이 있는 선수가 없었다.

특히 박지성(33)과 이영표(37), 이운재(41)가 줄줄이 은퇴한 뒤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이동국(35·전북 현대)이 클래스가 영원함을 보여주며 실의에 빠졌던 한국 축구에 투혼과 희망을 심었다.

이동국은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친선 평가전에 선발 출전, 100번째 A매치 경기를 치른 가운데 1-1 동점이던 후반 8분 역전 결승 헤딩골을 넣은데 이어 10분 뒤 오른발로 쐐기골을 넣으며 3-1 승리에 앞장섰다. 이동국은 이날 멀티골로 A매치 100경기 출전에 32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베네수엘라는 29위의 팀이었다. FIFA 랭킹이 축구의 수준을 결정짓는 절대 지표는 아니라고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과 대등하게 맞서는 다크호스다.

베네수엘라가 40시간의 여정으로 약간 지쳐있었다고 하더라도 실력만큼은 남미 축구의 강력함을 보여줬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동국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후반 18분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한 뒤 자신의 등번호를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이런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이동국은 후반 32분 이근호와 교체될 때까지 77분을 뛰며 두 골을 넣었다. 당연히 경기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의 몫도 그였다. 이동국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갈 때는 3만5000여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박수와 기립환호를 보냈다.

이날 신태용 코치가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전반 21분 김진현의 어이없는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33분 이명주가 오른발로 감아차는 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내는 등 투혼을 불살랐다. 그리고 후반에 연속 두 골을 넣은 이동국을 앞세워 기분좋은 승리를 챙겼다. 승리의 중심에 이동국이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 한발 더 뛰는 솔선수범으로 공격 기회 창출

신태용 코치는 전반에는 4-1-2-3, 후반에는 4-2-1-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수비쪽에 미드필더를 한 명 두느냐, 두 명 두느냐의 차이였다. 그러나 공격이나 수비 때나 이동국은 호시탐탐 베네수엘라의 골문만을 주시했다. 마치 먹이가 다가오면 언제라도 채갈 것만 같은 '매의 눈'을 하고 있었다.

전반 13분 손흥민의 슛의 단초가 되는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준 이동국은 전반 29분에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성 슛을 때리며 공격을 차츰 강화해나갔다.

이동국과 상대 수비수는 두세명 달고 다니는 손흥민의 움직임으로 이명주나 이청용 등은 슛 기회를 쉽게 잡아나갔다. 5명의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베네수엘라의 골문을 계속 두드려댔다.

전반 내내 베네수엘라 수비수들과 치열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은 이동국의 활약에 손흥민이나 조영철, 이청용, 이명주 등 2선 공격진의 공격력도 시너지 효과가 났다.

전반전이 끝난 뒤 이동국은 그라운드에 남아 센추리클럽 가입 기념식을 가졌다. 3만4456명의 팬들은 관중석에서 이동국의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축하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기념 티셔츠를 선물했고 반우용 붉은 악마 회장도 꽃다발과 머플러로 그의 기록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동국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후반 8분 헤딩으로 역전 결승골을 넣은 뒤 손키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30개월만에 터진 A매치 멀티골, 후배들의 존경담은 세리머니

이동국은 지난 2012년 2월 25일 우즈베키스탄과 친선 평가전에서 두 골을 넣고 4-2 승리를 이끌었다. 이동국은 A매치 99경기를 치르면서 멀티골을 넣은 것이 세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국은 K리그 클래식에서 득점왕을 달리는 상승세를 바탕으로 대표팀에서 다시 한번 라이언킹의 포효를 보여줬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도 전반에 골을 넣지 못했던 이동국은 후반 8분 김민우의 오른쪽 코너킥 때 역전골을 넣었다. 김민우의 정확한 코너킥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보다 먼저 끊어내는 헤딩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고도의 집중력과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상대 수비수의 몸싸움에서 뒤져 골을 넣기 어려운 장면이다.

또 이동국은 10분 뒤에도 오른발로 골을 만들어냈다. 동점골을 만들어낸 이명주가 올린 오른쪽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앞에 떨어졌고 이동국은 이를 그대로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시켜 골을 만들어냈다.

이동국의 골에 후배들과 존경과 사랑을 담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과 기성용은 후반 8분 이동국이 역전 헤딩골을 넣자마자 구두닦이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또 이동국은 멀티골을 만들어낸 뒤 그동안 팬들의 무한 애정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은 듯한 손키스를 날리는 세리머니로 관중들을 기쁘게 했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A매치 100번째 경기에 출전한 이동국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 하프타임에 센추리클럽 가입 기념 축하행사를 하고 있다.

◆ 대표팀은 은퇴의 대상이 아니라던 이동국, 클래스 입증하다

이동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만 하더라도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뼈아픈 실수로 동점골을 만들어내지 못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미 이 때 '이동국은 끝났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동국은 되살아났다. 소속팀 전북에서 꾸준히 골을 기록하는 클래스를 과시했다.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면서 다시 대표팀 스트라이커로 기용됐다.

하지만 이동국은 다시 한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해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남아공 월드컵 때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이동국의 A매치와 대표팀 경력은 끝나는 듯 했다.

불사조 이동국은 믿음직한 공격수가 없는 대표팀의 현실 속에 다시 돌아왔고 멋진 멀티골로 아직까지 자신이 여전한 톱 클래스 스트라이커라는 것을 알렸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동국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후반 32분 이근호와 교체되어 벤치로 물러나면서 관중들의 환호에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 '기립환호의 의미' 한국축구 부활, 이동국처럼

이동국이 이근호과 교체되어 물러나자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동국 역시 박수로 관중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이동국의 멀티골에 부천종합운동장에 모인 4만5000여 팬들이 기립환호를 한 것은 단순히 이동국의 부활이 반가워서가 아니다. 이동국의 부활을 통해 한국축구가 바닥을 딛고 일어서 다시 부활의 나래를 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계약을 함으로써 내년 초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위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이동국의 앞에는 우루과이가 있다.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맞붙는다. 우루과이는 같은 날 일본 삿포로에서 벌어진 일본과 경기에서 2-0으로 이긴 뒤 한국으로 건너오기 때문에 자신감과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신태용 코치가 베네수엘라전에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는데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켜보는 경기여서 이동국의 출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아쉬움만 가득했던 4년 전 우루과이전의 아픈 기억을 스스로 힐링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101번째 A매치를 위해 다시 한번 축구화 끈을 질끈 맨다.

이동국은 "우리가 강팀을 상대로 홈에서 어떤 경기를 펼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플레이를 한다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젊은 선수들이 여유도 많이 생겼고 경기 운영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하고자 하는 의지를 끌어낼 수 있도록 고참으로서 도움을 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동국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후반 18분 골을 넣은 뒤 양팔을 벌리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