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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새 감독 선임, 선수들 투혼' 한국축구의 희망찬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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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새 감독 선임, 선수들 투혼' 한국축구의 희망찬 새 출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05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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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맞아 100번째 A매치 치른 이동국 멀티골…팬들도 7월 아픈 기억 떨쳐내

[부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축구의 2014년 여름은 너무나도 혹독했다. 여름을 보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지난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브라질은 결코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16년 전으로 뒷걸음질쳤다는 비판과 비난만 따라왔다.

하지만 완전히 불타버려 잿더미가 된 숲에도 새 생명이 자라고 새싹이 튼다. 브라질에서 처참함을 맛본 한국축구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A매치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팬들에게 보여주며 내일과 미래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현재 한국축구대표팀에는 정식 감독이 없다.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우루과이와 평가전까지 신태용 코치가 대표팀을 지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아픈 기억을 잊고 투혼을 불사르며 승리를 따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의 한국축구가 29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3-1로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이 시작되기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축구가 뽑은 세 골은 신예와 '백전'노장이 넣었다. 동점골은 A매치 10번째 경기만에 데뷔골을 넣은 이명주(24·알 아인)에게서 나왔고 역전 결승골과 쐐기골은 A매치 100번째 경기를 치른 이동국(35·전북 현대)가 넣었다.

또 이동국의 결승골 어시스트도 A매치 6번째 경기를 치른 김민우(24·사간 도스)가 기록했다. 신예와 고참들이 하나가 돼 90분 동안 열심히 뛴 것이 승리를 가져왔다.

◆ 관중석을 메운 3만5000여 관중, 하나가 돼 한국축구를 응원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만을 안고 돌아온 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심지어 인천국제공항 귀국 행사장에서는 항의의 표시로 엿사탕이 날아들기도 했다. 물론 의식있는 팬들에 의해 제지되긴 했지만 어쨌든 초유의 일이었다. 한국축구를 향한 여론은 갈수록 나빠졌다.

그러나 이런 비난과 비판, 나쁜 여론도 한국축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축구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성적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런 실패를 딛고 다시 한번 찬란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과 관심은 가슴 한편에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2개월만에 치러진 A매치에서 축구팬들의 애정이 폭발했다. 부천종합운동장 수용인원인 3만5000석을 가득 메웠다. 공식 집계 관중수는 3만4456명이었다. 일부 관중들은 좌석이 없어 계단에 앉아서 보기도 했다.

관중들은 국민의례 때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선수들은 부진을 벗어버리고 다시 한번 투혼을 발휘했다.

전반 13분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이 상대 선수와 충돌한 뒤 사타구니쪽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땅을 치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들것에 실려나가 어느 정도 통증이 가시자 손흥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차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전반 13분 이동국의 스루 패스를 받아 분노의 오른발 슛을 날렸다. 막내의 투혼이었다.

전반 21분 골키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실점하긴 했지만 누구 하나 김진현을 향해 비난하는 팬은 없었다. 자신감을 끝까지 잃지 않은 선수들은 실점한지 불과 12분만에 이명주의 동점골로 만회했고 후반 이동국의 두 골로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의 손흥민(오른쪽)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전반 13분 날카로운 오른발 슛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열심히 뛰자 관중들도 저절로 흥이 났다. 보통 후반 중반 때 선수들이 지치는 기색이 보일 때 나오는 파도타기 응원이 전반부터 나왔다. 또 이명주의 동점골이 나올 때는 '그렇지'하는 함성이 울려퍼지며 동점골을 함께 기뻐했다. 이동국의 센추리클럽 가입 자축 두 골이 나왔을 때는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 신태용표 '신공', 한국축구의 공격 마인드를 일깨우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은 4-2-3-1 포메이션을 썼다. 포백 앞에 2명의 수비 미드필더를 세우다보니 수비 지향적인 경기 운영이 될 때가 많았다. 신태용 코치는 이를 과감하게 떨쳐내고자 4-1-2-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쉽게 말하면 4-2-3-1 포메이션에서 공격을 전담할 수 있는 선수는 4명이다. 그러나 신태용 코치는 '신나게 공격(신공)'을 시연하기 위해 5명의 공격진을 배치했다. 그만큼 공격축구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수비만 하는 답답한 축구가 아니라 화끈한 공격축구로 축구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 끌어모으겠다는 것이었다.

신태용표 신공은 위력을 발휘했다. 전반 어이없는 선제 실점에도 세 골을 넣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특히 답답했던 공격은 단 한차례도 없었고 적중률도 높았다. 전후반 90분 동안 때린 10개의 슛 가운데 3개가 골로 연결됐다. 이동국의 고감도 슛과 이명주의 그림과 같은 감아차기 슛은 매력적이었다. 늦여름의 더위를 싹 가시기에 충분했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한국축구대표팀 이동국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또 선수들은 평가전이지만 투혼을 발휘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승리를 향한 뜨거운 투혼이 분명해보였다. 브라질 월드컵 때 무기력했던 모습은 이내 잊혀졌다. 축구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축구를 했다. 골키퍼 김진현은 비록 실수하긴 했지만 몸으로 부딪히면서 선방을 하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고 이동국은 자신을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수비수와도 신경전을 벌이며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구나 선수들은 베네수엘라전에 들어가기 직전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을 새로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선수들도 저마다 해보자는 자신감에 가득차 경기를 치렀다. 이런 자신감과 의지를 갖고 경기에 임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

노엘 산비센테 베네수엘라 감독도 "경기가 접전이고 타이트했지만 한국의 빠른 플레이에 수비라인이 무너졌다"며 "초반 우리가 기회를 살려 선제골을 넣었지만 이후 일대일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기세를 넘겨줬고 세트 플레이로 골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좋았다"고 한국축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대한축구협회의 '팬 프렌들리', 부천을 축제장으로 만들다

대한축구협회는 성난 팬심을 되돌리기 위해 '팬 프렌들리'의 일환으로 A매치에 팬 퍼스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선수들이 부상당할 때 들것을 들고 가는 들것조와 기수단을 고등학생 이상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하는가 하면 경기장 A보드를 통해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보이스 오브 K팬', 가장 열정적인 응원을 한 팬에게 승용차를 선물하는 '팬 오브 더 매치'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앞으로도 팬 퍼스트 프로그램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한동안 축구에 관심이 떠나있었던 팬들도 팬 참여형 A매치로 바뀐 것에 대해 환영하고 나섰다. 단순한 관중에서 경기의 한 요소가 된다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A매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기 당일 부천종합운동장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도로가 꽉 찼고 인근 주차장 역시 댈 곳이 없어 취재진도 차량을 갓길에 주차시켜야만 했다.

선수들은 화끈한 공격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팬들에게 던져줬고 관중 역시 이에 화답했다. 한국축구가 다시 부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시작은 분명 부천이었다고 기억될만 하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한국과 베네수엘라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경기 종료휘슬이 울린 뒤 하프라인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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