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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후 부모에게 메일을 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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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후 부모에게 메일을 보내는 이유
  • 김종빈 편집위원
  • 승인 2014.09.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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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와 '집중력', '과한 승부욕'과 '합리적인 승부욕'에 대한 이해 필요

[스포츠Q 김종빈 편집위원] 캠프가 끝나면 처음 참여한 학생의 부모에게 아이의 운동능력, 집중력, 단체생활, 교우관계로 나누어 느낀 것을 메일로 보낸다.

메일을 보내게 된 계기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일주일 두 번하는 클럽운동 때는 몰랐던 점들이 좋은 점은 더 좋게, 나쁜 점은 더 나쁘게 부각이 돼서이고, 두 번째는 나의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우연히 선배의 아들을 가르치고 계셨는데 이 아이의 성격이 집에서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성격은 집과 캠프에서 다를 수 있다

당시 선생님께 이 아이에 대해 여쭤봤더니 매우 활달한 아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정작 부모는 이 아이를 내성적으로 알고 있었다. 선생님께 다시 여쭤 봤더니 "부모는 아이의 성격을 제대로 알 수 없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느낀 바가 컸다.

▲ 캠프에 처음 참가한 아이들의 부모에게는 캠프가 끝난 뒤 가감 없이 메일을 보낸다. 집에서와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캠프에서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일의 내용은 '아이임을 배제하고 쓰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고 시작하는데, 부모입장에서 읽을 때 ‘아이가 뭘 안다고 이렇게 가혹하게 쓰나’ 싶을 정도로 냉철하게 가감 없이 쓴다. 예를 들어 ‘ㅇㅇ는 배려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을 뿐더러, 왜 배려를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등이다.

생활체육을 하는 우리 팀 부모에게 운동능력은 큰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운동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하느냐'와 '힘든 것을 참지 못해 설렁설렁 하느냐'로 나누어 부연설명을 곁들여 간단히 설명을 한다.

흥미를 느껴서 하는 것과 집중력은 다르다

집중력은 인지능력과 이해력을 바탕으로 설명하는데, 공부나 운동 모두 결국은 집중력이 성적을 결정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꽤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간혹 부모에게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어느 면에서는 집중력이 있다고 얘기를 한다. 그래서 살펴보면 그것은 아이가 흥미를 느껴서 하는 것이지 집중력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집중력은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도 끝날 때까지 차분히 마무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시간에도 재미있는 프로그램과 재미없고 힘든 프로그램을 할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

단체생활은 무엇을 할 때 단체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며 단체의 규범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로 얘기한다.

예를 들어, 운동시간 중에 한 명이 집중하지 않아 단체로 한 바퀴를 뛰고 오게 했는데도 전혀 동료한테 미안해 하지 않고 같은 행동을 계속하는 아이들이 있다. 소위 얘기하는 '눈치 없는 아이'다. ‘아이가 다 그렇지’라고 생각하고 넘기면 이런 부분들로 인해 단체에서 소외당하게 되므로 반드시 고쳐줘야 한다.

교우관계가 좋으면 단체생활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다르다. 교우관계가 안 좋아도 단체생활을 잘 하는 아이가 있고 단체생활에 문제가 있어도 교우관계가 좋은 아이가 있다.

▲ 합리적인 승부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지도자에게 항상 고민을 안겨주는 과제다.

앞서 얘기했듯이 캠프에서 일주일을 지켜보니 장, 단점이 부각되어 싸움이 일어나게 됐는데 이 아이는 코치들에게도 몇 번 보고를 받아 승부욕이 과해 운동 이외에도 절대 지려고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승부욕만 보면 과한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억지를 써서라도 이기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국 몸싸움 직전까지 간 것을 코치가 말려 마무리 됐고, 캠프 내내 이런 일이 반복되어 아이들이 그 아이와 얘기를 길게 하지 않으려는 상황이 됐다.

승부욕이 강한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대화를 안 해주어도 자존심이 있어 굽히지 않고 외롭게 캠프생활을 마쳤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아이고 어릴 때의 나와 비슷하여 장문의 메일을 부모에게 보냈다.

대개의 부모는 메일을 받으면 제3자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본 것이 처음이어서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내주는데,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만나서 상의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 만나게 되었다.

과한 승부욕과 합리적인 승부욕의 차이

참고로 아이의 부모는 두 분 모두 훌륭한 성품을 가진 분들이다. 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게 말씀을 하셔서 ‘이런 분들만 계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예측하건대, 아이가 외로웠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셔서 오셨을 것 같았고, 역시나 다툼이 잦아 외로움이 있었을 테니 다툼의 상황에 대해 물으려 오셨다.

어머니는 어떤 상황에서 싸움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했다. 나는 아이들 싸움에 대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닭이냐? 달걀이냐?’ 또는 진실게임밖에 되지 않고 어찌됐든 다툼이 잦은 것이 문제라고 말씀을 드렸고, 어머니 또한 아이가 지지 않으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하셨다. 문제가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일주일동안 모든 생활을 같이 하는 캠프에서 크게 드러난 것이다.

아이의 성격은 부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이 학생의 경우 문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부친이 승부욕(부친도 같이 하키를 하고 있어 승부욕을 알고 있다)이 강한 것이 생각났다. 부친의 승부욕을 닮았는데 이것이 잘못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승부욕이 없는 아이는 운동을 통해서 키워주기도 해야 하지만, 과한 아이는 합리적인 승부욕과 지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하며 남에 대한 배려로 시작해야 한다. 이 학생의 경우는 아직 저학년이라 동생을 챙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데, 올 겨울캠프서부터는 후배들을 챙기게 하면서 배려와 승부욕에 대한 것을 가르쳐 보기로 하고, 어머님과의 자리를 끝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우리나라는 지고 나서 받아들이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최선을 다하고 지는 것은 괜찮다’ 정도로 가르치는데 사실 무엇을 얻게 되는지 막연하다. 지도자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jongbi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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