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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교육의 힘', 경북대 춘계대학미식축구 9연패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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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교육의 힘', 경북대 춘계대학미식축구 9연패 원동력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16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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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규 감독 철학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식축구 통한 교육이 우선"…매년 11월부터 새 시즌 준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성적도 중요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식축구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미식축구를 통해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배우는 거죠. 그런 토대에서 미식축구를 잘 하기보다 잘 아는 선수로 만드는 것이 경북대의 힘입니다."

1983년 창단 이후 줄곧 '오렌지 군단' 경북대 미식축구팀을 지휘하고 있는 박경규 감독의 미식축구 철학은 분명했다. 한국 스포츠에서 프로팀은 물론 학교팀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성적이지만 박 감독은 교육이 우선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성적을 두 번째로 중요하는 것으로 놓는다면 별로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약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북대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최강자로 자리하고 있다.

▲ 경북대는 대구-경북지역 대학 미식축구의 최강자다. 경북대는 지난 5일 끝난 대구-경북지역 춘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 9연패를 달성했다. 경북대가 지역 최강자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성적지상주의가 아닌 교육의 힘이다. 사진은 지난 5일 경북대와 영남대의 경기. [사진=스포츠Q(큐) DB]

경북대는 지난 5일 끝난 대구-경북 미식축구 춘계 대학리그에서 한동대와 영남대, 경일대를 제치고 전승으로 9년 연속 춘계 대학미식축구 대구-경북 1부리그 정상에 올랐다. 또 추계 대학리그에서도 지난해까지 4연패를 이뤘다.

◆ 강팀의 조건 하나, 다른 팀보다 다음 시즌 준비를 먼저 시작한다

경북대가 어떻게 대구-경북지역에서 최강 보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박경규 감독은 다른 팀보다 다음 시즌을 일찍 시작한다는 것을 첫 요인으로 꼽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을 수 있듯이 경북대 역시 일찌감치 다음 시즌 준비를 함으로써 전반기부터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대학 미식축구는 엘리트가 아닌 생활체육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팀들은 신입생이 입학하는 3월이 돼서야 비로소 해당 시즌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박경규 감독은 전년도 11월부터 새 시즌을 준비한다.

박경규 감독은 "졸업생을 비롯해 군대 갈 선수들을 미리 제외하고 남은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11월부터 구상한다. 또 1월에 신입생들을 미리 선수로 뽑기도 한다"며 "여기에 예비대학 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1%라도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들을 데려오기도 한다. 다른 대학이 부랴부랴 선수 구성을 시작할 때 경북대는 선수 구성을 끝내고 훈련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경북대가 강한 요인을 또 하나 들자면 두꺼운 선수층이다. 경북대는 40명 정도로 구성돼 다른 대학팀에 비해 가용 자원이 많은 편이다.

박경규 감독은 "기본적으로 미식축구는 지도자의 열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33년 전 경북대를 맡은 이후 단 한 번도 긴장을 늦춰본 적이 없다"며 "학생 선수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결국 지도자의 몫이다. 어떻게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느냐에 따라 전력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 경북대가 꾸준히 최강으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은 1983년 창단 이후 33년 동안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규 감독의 힘도 크다. 박 감독의 열의 속에 경북대는 시즌 준비를 전년도 11월부터 시작해 팀을 구성한다. 사진은 지난 5일 경북대와 영남대의 춘계대학리그 경기. [사진=스포츠Q(큐) DB]

◆ 강팀의 조건 둘, 성적지상주의 버리고 미식축구 교육효과에 집중한다

경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성적지상주의를 버렸더니 성적이 따라온 경우다. 1966년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미식축구를 시작해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던 1983년 미식축구팀을 창단한 '미식축구의 산 역사'인 박경규 감독은 '미식축구는 곧 교육'이라는 철칙을 실천해 오고 있다.

박경규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미식축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우라는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함께 미식축구를 잘 하기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박 감독은 "미식축구를 하는 것은 학생들의 '성공 DNA'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지도하다보면 미식축구를 중도에 포기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이럴 때 '미식축구를 하면서도 중도에 포기하는데 앞으로 네 인생에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지금처럼 또 포기하겠느냐'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개인 사정상 포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단순히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두는 것은 없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결단코 성적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단 한 번도 '오늘 꼭 이겨야 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며 "다만 '그동안 쌓아왔던 성적이 있는데 여기서 끝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살짝 동기부여를 한다. 그러면 선수들이 알아서 다 한다"고 밝혔다.

경북대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강팀이지만 전국대회에 나가면 고개를 숙이곤 한다. 동의대, 부산대 등 강호들이 즐비한 부산-경남지역의 힘에 밀린다. 지난해도 전국대학선수권인 타이거볼에서 4강에 들지 못하면서 부산지역 대학팀에 밀렸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성적은 언제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전국대회뿐 아니라 지역대회에서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선수들을 달달 볶아본 적이 없다"며 "그러나 자신이 잘한다는 오만에 빠져 설렁설렁하거나 팀 분위기를 망치면 호되게 야단을 친다. 미식축구가 가져다주는 교육효과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그만큼 교육효과가 크다는 뜻이며 경북대의 전통으로 남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경북대를 이끌고 있는 박경규 감독은 미식축구가 가져다 주는 교육효과에 더욱 집중한다. 인생을 살면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강조하면서 미식축구를 잘하기보다 잘 아는 선수로 키운다. 사진은 지난 5일 경북대와 영남대의 춘계대학리그 경기. [사진=스포츠Q(큐) DB]

 

■ [HOW Q] 대학 미식축구, 어떻게 치러지나?

미식축구는 여타 종목과 달리 엘리트 스포츠가 없는 종목이다. 그러다보니 대학 미식축구팀들은 모두 생활 스포츠 클럽이며 졸업 후에도 실업팀이 아닌 사회인팀으로 진출하게 된다.

현재 대한미식축구협회에는 37개 대학팀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대학팀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3곳이다. 미식축구 전국대학선수권인 타이거볼 역시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에서 올라온 8강이 경쟁을 벌인다.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 대학팀은 봄과 가을에 걸쳐 두 차례 지역 대학연맹전을 치른다. 지역 대학연맹전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며 추계연맹전 2부 우승팀은 다음해 1부로 승격된다. 반대로 추계연맹전 1부 최하위팀은 2부로 강등된다. 또 추계 연맹전 성적 기준으로 전국대학선수권 진출팀이 결정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타이거볼에는 부산경남지역에서 4개팀, 대구경북지역과 서울지역에서 2개팀씩 모두 8개팀이 참가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서울지역에서는 고려대와 성균관대가 출전했고 대구경북지역에선 영남대, 경북대, 부산경남지역에선 부산대, 동서대, 동의대, 신라대 등이 자웅을 겨뤘다. 그러나 전국대회 지역 안배는 해마다 바뀐다.

전국대학선수권에서 우승한 팀은 사회인 미식축구 전국선수권대회인 광개토볼 우승팀과 전한국선수권인 김치볼에서 맞붙어 한국 미식축구 최강자를 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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