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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족구왕' 순정 퀸카 황승언의 시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08 00:27 | 최종수정 2014.09.08 17: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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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지난 8월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며 폐인을 양산하고 있는 청춘영화 ‘족구왕’에서 캠퍼스 퀸 서안나는 센 여주인공 캐릭터다. 그런데 화려한 미모와 어울리지 않게 솔직하고 걸쭉한 입담을 구사한다. 몰락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남친 우식(강민)을 걷어차지 않는 의리를 보이는가 하면, 교내에 족구 열풍을 일으킨 복학생 만섭(안재홍)의 순정을 냉정하게 뿌리치지 않을 만큼 품이 넉넉하다.

서안나 캐릭터를 글래머러스하게 착용한 황승언(26)을 만났다. 어깨를 넘어 출렁이는 긴 머리와 새하얀 얼굴, 고양이 눈을 한 스크린 속 안나가 홍대 거리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햇살을 받아 광채가 나는 모습은 투명한 보석보다 강렬한 자수정에 가깝다.

 
 
 
 

◆ 캠퍼스 퀸카 안나 ‘호감녀’로 전환 영민함 과시

“안나 역을 소화하려면 퀸카 겸 학교모델다운 미모와 성격 강한 매력도 있어야 하고, 배우들과의 밸런스도 맞아야 했어요. 큰 기대를 못했는데 캐스팅돼 너무 영광이었죠. 크랭크 인 1주일 전에 출연진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했어요.”

우문기 감독과 미팅 때 스키니 팬츠를 입고 나갔던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오디션에 참석할 때 캐릭터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나가곤 했는데 이날은 안나에 걸맞게 자신감 넘치고 대담한 의상을 입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는 어떻게 영화화될지 상상이 잘 안 됐어요. 판타지 느낌이 강했거든요. 저예산 독립영화인데 CG를 이용한 영상 구현은 가능할까 싶기도 했고요. ‘발랄하고 좋기는 한데 진짜로 이걸 찍으실 건가’ 의문이 들었죠. 하지만 안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지고지순한 여자가 아니라 발랄한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란 점이 좋았거든요.”

   
 

‘족구왕’에서 황승언은 자칫 소비되거나 비호감으로 전락할 법한 캐릭터를 정확한 지점에서 호감으로 전환시키는 위력을 과시한다. 튀는 캐릭터를 디테일한 표현으로 현실의 인물마냥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하는 영민함을 발휘한다.

“제가 원래 현실적이에요. 그런 면에서 ‘족구왕’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급한 마음이었어요. 나이가 든다는 건 여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무기 하나가 닳고 있단 느낌을 주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지를 새삼 깨달았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위해 뛰어오고,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 “이 남자다 싶으면 평강공주처럼 거둬줄 자신”

영화 속에서 안나는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까칠하고 냉소적인 킹카 강민과 무한긍정의 별 볼일 없는 복학생 만섭으로부터. 자격지심 탓에 강민은 속마음을 제대로 고백하지 않는 반면 만섭은 헌신과 끈기로 대시한다. 잠시 만섭의 천연기념물 급 순수함에 마음이 흔들리긴 하나 결국 의리로 인해 인연의 끈을 놓지 않던 강민을 향해 그린라이트를 켠다. 현실의 황승언이라면 어떨까.

   
▲ '족구왕'의 우식과 안나(사진 위), 만섭과 안나(아래)

“전 둘 다 노(No)예요. 후후. 솔직히 남자 얼굴 보는데 그렇다고 얼굴값 하는 남자는 싫어요. 제가 안양예고와 경희대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꽃미남, 나쁜 남자의 실체는 꿰뚫고 있거든요. 그들과 사랑에 빠질 만큼 순진하진 않아요. 만섭은 미래가 불투명한 점이 걸리고요. 이 남자다 싶으면 그를 둘러싼 현실이 힘들더라도 평강공주처럼 거둬줄 자신은 있어요. 그런 점은 안나랑 비슷해요.”

◆ 공포영화 연이어 출연하며 분위기 넘치는 역할 소화

2009년 공포영화 ‘여고괴담5’를 시작으로 영화 ‘요가학원’ ‘오싹한 연애’ ‘나의 PS 파트너’, 드라마 ‘황금물고기’ 등에 출연했다. 올해 방영된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4- 뱀의 춤’에선 아름답지만 위험한 캐릭터를 연기해 주목받았다.

“‘여고괴담5’ ‘요가학원’ 오디션 때는 산만하는 깔깔대고 그래서 떨어질 줄 알았어요. 공포영화 캐릭터완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런데 속내를 감추는 무서운 표정이 리얼하다는 이유로 합격이 된 거죠. ‘오싹한 연애’ 때는 아예 귀신 역할까지 맡았고요. 이러다 ‘호러’로 쐐기를 박는 게 아닌가 내심 걱정했어요.”

   
 

실제 비슷한 장르의 역할이 연이어 들어왔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활동을 못하던 중 만난 작품이 ‘족구왕’이다. 이전까지의 말없고 차분한 역할에서 벗어나 실재 성격과 비슷한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맡았기에 물 만난 고기처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어 코스를 밟아 연기자로 데뷔했어요. 운 좋게 좋은 배역으로 스타트를 했고요. 그러다가 활동을 중단하면서 오랜 시간 생각을 고르게 됐어요. 곰곰이 따져보니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노년까지 할 거니까 천천히 가자, 할 수 있는 거에 대해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자란 결론에 이르더라고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시기예요.”

◆ 오는 10월 드라마 ‘나쁜 남자들’에서 박해진 여친 역 맡아

수천미터의 탑처럼 겹겹이 쌓아올려진 생각은 그의 자세를 일거에 바꿔버렸다. 의상팀, 분장팀이 따로 없던 열악한 ‘족구왕’ 촬영 때는 소속사마저 없는 상황이었으나 직접 의상과 헤어, 소품을 준비하며 촬영에 임했다. 올해 상반기 흥행작인 ‘수상한 그녀’에는 여대생 역할로 불과 몇초 동안 등장했다. 대사는 “전 안 늙을 건대요. 서른 되면 자살할 거예요”. 딱 두 줄이었다.

   
 

“직접 의상을 공수해가며 촬영을 하다보니 내 영화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상한 그녀’의 경우 예전 같았으면 부끄러웠을 텐데 연기할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들었고요.”

황승언은 가을바람을 타고 안방극장에 침투한다.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악을 소탕하려는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최연소 박사이자 사이코패스인 이정문(박해진)의 전 여자친구인 미대생 양유진 역을 맡았다. 그는 “미모의 여대생인 점은 안나와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캐릭터예요. 사연을 간직한, 차분해 보이는 여자”라며 엔돌핀을 분출시켰다.

[취재후기] ‘족구왕’ 속 캐릭터들은 찌질하건, 잘 나가건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안나 역시 마찬가지다. 황승언은 안나 캐릭터와 간극이 별반 느껴지지 않는다.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타입이다. 인터뷰 도중 “행복은 적립되는 게 아니니까 포인트 받으면 바로바로 쓰면서 살려고요”란 말이 귀에 꽂혔다. 아픔이 성장의 동력 역할을 충실히 한 느낌이다. 인터뷰 다음날 그로부터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배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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