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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① “‘공감’ 축소 반대”, 음악팬·뮤지션이 함께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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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① “‘공감’ 축소 반대”, 음악팬·뮤지션이 함께 만든 기적
  • 김현식 기자
  • 승인 2014.01.23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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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현식·사진 노민규 기자] EBS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 측이 대중과 뮤지션들의 거센 반발에 프로그램 축소 결정을 번복했다.

지난 13일 오후 8시 서울 홍대 앞 라이브카페 벨로주에서는 ‘공감’의 축소를 반대하는 자선 공연 ‘공감을 지켜주세요’가 열렸다. 12~13일 양일간 진행된 이번 공연은 PD를 3명에서 2명으로, 주 5회 공연을 2회로 대규모 감축하겠다는 EBS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한 대중과 뮤지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다.

▲ 베이시스트 최은창

공연 기획을 주도한 재즈 펑크 밴드 JSFA의 공동리더 최은창은 “지난달 27일 ‘공감’의 축소 소식을 접한 후 답답한 마음에 SNS를 통해 공연 제안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생각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공연장 대관도 무상으로 이뤄져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대중의 참여도 뜨거웠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EBS 스페이스 공감의 독단적 축소 개편에 반대하는 예술인들의 서명 페이지’는 ‘좋아요’ 수가 7000 건을 훌쩍 넘겼고, 포스터 제작부터 공연 사진 촬영까지 다양한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또 예매는 개설 12시간 만에 매진됐다.

'공감'의 울림이 EBS사측에 전해진 것일까? 이날 공연 시작 전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던 ‘공감’이 주 4회 공연과 프리랜서 PD 1명이 추가 편성되는 것으로 완화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0대부터 아이의 손을 잡고 온 4,50대 부부까지, 공연장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이 넘는 관객과 관계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 기타리스트 박주원

덕분에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될 뻔했던 공연은 단숨에 축제 분위기로 변했고 피아노, 재즈, 기타 연주, 펑크록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싱어송라이터 유발이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감미로운 목소리로 귀를 즐겁게 했다. 2009년 ‘공감’에서 ‘헬로루키’로 선정되기도 했던 유발이는 “5년 전 ‘공감’을 통해 처음 TV에 출연했다. 몇 천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했던 그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어 등장한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화려한 연주와 재치 넘치는 말솜씨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의 입담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경쾌한 멜로디의 곡을 연주할 때는 환호성이 터졌다. 박주원은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라며 “‘공감’은 인디 음악과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는 소중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공감’은 뮤지션들에게 엄마 품 같은 고향”이라고 강조하며 특유의 깊고 진한 보이스로 공연장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물들였다. 이후 크라잉넛이 등장하자 관객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록앤롤!”을 외쳤고, 앙코르곡 ‘밤이 깊었네’를 마지막으로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공연 후 ‘공감’의 제작을 맡고 있는 정윤환PD는 “많은 분들이 SNS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남겨 주셨다. 축소 반대 공연도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라며 “‘공감’이 단순히 EBS만의 프로그램이 아닌 좋은 음악, 다양한 뮤지션들을 위한 무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앞으로도 좋은 방송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 그룹 크라잉넛

‘공감’은 2004년 4월부터 방송된 EBS의 장수 음악 프로그램으로 ‘그 곳에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모토 아래 팝·록·재즈·클래식·월드뮤직·국악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왔다. 지금까지 제이슨 므라즈, 뱀파이어 위켄드, 송창식, 이승환, 윤종신 등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출연했고,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를 통해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로큰롤라디오 등을 발굴했다.

[취재를 마치고] 아이돌 위주, 순위 경쟁에만 치우친 음악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던 ‘공감’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에 대중이 ‘공감’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알리고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배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ssi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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