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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브랜드가 부끄러운 '나가수' 추석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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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브랜드가 부끄러운 '나가수' 추석 특집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09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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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추석 연휴 끝자락인 9일 오후 6시10분부터 MBC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 2014’가 100분 동안 전파를 탔다.

형식을 다소 바꿔 스튜디오 녹화가 아닌 상암동 MBC 신사옥 앞마당에서 야외 공개방송으로 진행됐다. 1라운드는 자신들의 히트곡, 본 경연인 2라운드는 재해석한 리메이크곡으로 겨뤄 청중 평가단의 현장 평가로 순위를 매겼다. 올해에는 아이돌 가수 효린을 비롯해 더원, 플라이투더스카이, 박기영, 시나위, 김종서, 윤민수가 출연해 더원이 우승했다.

지난 2011년 시작한 ‘나가수’는 가요 예능사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이다. 매주 7명의 실력파 가수들이 출연해 자신의 곡이 아닌 곡을 편곡해 부르는 미션에 도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가요계를 장악한 상황에서 내공 있는 중견 보컬리스트들의 가창력을 황금시간대에 감상함으로써 가요계의 다양성 확보에 큰 기여를 했다. 이와 함께 7080문화 붐을 주도했다.

▲ '추석특집 나가수 2014'[사진=MBC 제공]

특히 시즌1 출연진인 박정현, 김범수, 이소라, 윤도현의 진가를 전 세대가 재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며 이후 시즌2를 거치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거나 숨겨진 보석으로 존재했던 임재범, 한영애, 정엽, 김연우, BMK, 윤민수, 김경호, 더원, 소향, 이영현을 재조명받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층위의 가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가요계는 한층 풍요로워졌다.

'프로 가수들을 어떻게 서열을 매길 수 있나?'라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압도적인 시청률로 극복한 데는 순도 높은 가창이 선사하는 어마어마한 감동과 마스터피스급 가요의 발굴 및 재해석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첫 방송부터 큰 화제를 모은 ‘나가수’는 방송이 끝나면 음원이 즉시 공개돼 음원차트를 휩쓰는 광풍을 일으켰다.

‘나가수’의 인기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각종 예능,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는~’ 코너를 유행시켰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중국으로까지 수출됐다.

2012년 시즌2 이후 마침표를 찍었던 ‘나가수’는 지난해 추석 특집으로 방영됐다가 올해 또다시 추석 특집으로 전파를 탔다. 방송인 김성주와 가수 윤민수가 공동 MC로 나선 ‘나가수’는 장난스러운 말장난 위주의 진행만큼이나 실망스러운 무대였다. ‘나가수’의 성공 요인이었던 참신한 기획력은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어 너덜너덜해졌고, 식상함을 오락성으로 보강하려다보니 청중의 진지한 몰입도 방해했다.

▲ '나는 가수다' 시즌1

출연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도 과거 ‘나가수’ 그리고 유사한 포맷인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만만치 않은 편곡으로 불린 곡들이라 별다른 감흥이 샘솟지 않았다. 출연진 라인업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재탕 아니면 새롭지 않아 관심 가지 않는 가수들이었다. 방송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거나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박효신, 하동균, 나얼, 김동률이나 그야말로 전설인 전인권, 이선희와 같은 가수를 집요하게 설득해 출연시켰다면 180도 다른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방영 시간 내내 차오르던 긴장과 몰입도, 가수 이소라-윤도현-윤종신으로 이어지던 진지함과 위트 넘치는 진행, 정교한 편곡과 스튜디오 세션, 가수들의 어마무시한 가창력을 머릿속에 또렷이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추석특집 나가수’는 오리지널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이렇듯 무의미하게 소비할 바에야 새로운 기획과 실험성을 보태 시즌3을 론칭시키는 게 정정당당하다.

자사 프로그램이 일궈놓은 눈부신 가치를 한순간에 훼손시키는 모습은 과거와 달리 시청자의 신뢰와 사랑을 잃어버리고 비틀대는 요즘 MBC의 정신세계를 집약해 보여주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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