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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강해졌기에 도전하는 독수리, 최용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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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강해졌기에 도전하는 독수리, 최용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22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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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성적 바닥이라 못 떠나, 이제는 장쑤 비전에 깊은 인상"..."위기 있겠지만 도전하고 살아남겠다"

[상암=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고민을 하긴 했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제의를 거절했던 '독수리'였다. 그러나 최용수(43) FC서울 감독은 불과 1년 만에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장쑤의 제의를 거절했을 때 "시즌 중에 팀을 떠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의리를 중요하게 여긴 최용수 감독이 1년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슈퍼리그에서 올 시즌 3위를 달리고 있는 장쑤 사령탑으로 취임하는 최용수 감독이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 안산 무궁화와 2016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을 앞두고 몰려든 취재진에게 1년 만에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이날 경기로 서울에서 고별전을 치르는 최용수 감독의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서울과 장쑤 구단의 환경이었다.

▲ [상암=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무궁화와 2016 FA컵 16강전을 앞두고 피치를 응시하고 있다.

◆ 지난해 정규리그 성적 바닥, 그 상태에서 어떻게 팀을 떠나나

최용수 감독이 지난해 서울을 떠나지 못한 것은 역시 정규리그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서울은 4승 4무 4패(승점 16)로 10위였다. 장쑤행을 거절했던 7월은 순위가 4위까지 오르긴 했지만 전력이 불안정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데얀과 아드리아노, 박주영 등 '아데박 트리오'를 앞세워 K리그 클래식에서도 선두 전북 현대에 승점 1 뒤진 2위를 달리고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까지 올랐다. FA컵도 있다.

최 감독은 "지난해는 팀 전력과 경기력이 바닥이었기 때문에 나갈려고 해야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망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팀 전력도 안정되고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도 많다. 장쑤가 두 번째 제의를 해왔을 때 고민이 됐지만 지난해보다는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서울이 올 시즌에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최용수 감독이 그대로 팀에 남았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최용수 감독은 "난감하네"라고 멋쩍게 웃었다. 최 감독의 장쑤행 결정이 올 시즌 성적과 팀 전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 [상암=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최용수 FC서울 감독(왼쪽)이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무궁화와 2016 FA컵 16강전에서 전반 29분 선제골을 넣은 윤주태를 포옹하고 있다.

◆ 잊지 않고 두번째 제의, 팀 발전에 대한 구단주의 의지를 봤다

역시 최용수 감독의 마음을 잡은 것은 장쑤의 상황이 지난해와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장쑤는 장쑤 쑨텐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중국 가전유통업체인 쑤닝그룹이 팀을 인수하면서 장쑤 쑤닝으로 바뀌었다. 쑤닝그룹은 지난달 이탈리아 세리에 A 인터 밀란의 지분 70%를 인수, 실질적인 구단주가 되며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장쑤 구단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조와 알렉스 테셰이라, 하미레스 등을 데려왔다는 사실도 최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미레스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활약하고 있던 미드필더다. 또 알렉스 테셰이라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주전 공격수로 리버풀이 눈독을 들였던 선수다. 장쑤 구단이 유럽의 명문팀과 '머니 게임'에서 뒤지지 않는 자금력을 가졌다는 증거다.

최용수 감독은 "왜 내게 두 차례나 제의했는지는 미스터리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한 장쑤가 나를 통해 어떤 효과를 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장쑤 구단의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의 폭이 크다. 물론 경기 결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중장기 발전에 대한 구단의 의지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하미레스나 테셰이라 같은 선수들이 내 말을 잘 들을지가 의문"이라고 웃은 뒤 "선수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해서 팀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 [상암=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무궁화와 2016 FA컵 16강전을 앞두고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기에 최 감독은 '끝없는 도전'에 대한 의사도 분명히 했다.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도전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서울의 경기력이 좋지 않아 구단 버스가 팬들에 둘러싸야 갇혀있었을 때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무너져선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결과 나는 강해졌다"며 "중국에서도 분명 위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겠다, 무너지지 않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도전을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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