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0:35 (수)
[SQ포커스] 한계 넘어서는 정영식-이상수, '복식의 힘'으로 키우는 남자탁구 리우의 영광
상태바
[SQ포커스] 한계 넘어서는 정영식-이상수, '복식의 힘'으로 키우는 남자탁구 리우의 영광
  • 강언구 기자
  • 승인 2016.06.26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력-심리 싸움이 메달 획득 관건

[인천=스포츠Q(큐) 강언구 기자] 한국 남자 탁구는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그 결과 남자 복식에서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 이상수(26·삼성생명)라는 젊은피 듀오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단체전 정상 도전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리우 올림픽 한달 남짓 앞두고 안방에서 리허설을 가진 이들은 마지막 고비에서 만리장성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한계를 정확히 확인한만큼 충분히 리우의 영광을 바라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랭킹 13, 16위 정영식-이상수는 26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6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코리아오픈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쉬신(세계랭킹 3위)-장지커(4위)에 세트스코어 3-0(12-10 12-10 11-8)으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세트를 5-1로 앞서다가 갑자기 흐름을 내주며 고전했다. 10-10 듀스에서 연속으로 포인트를 허용해 세트를 뺏겼다. 2세트에서는 10-5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5점을 만회해 듀스를 만들었지만 1세트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3세트에서는 6-6 상황에서 내리 3점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10-8까지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힘이 모자랐다.

◆ 명백한 문제점, 하지만 가능성도 충분

정영식-이상수는 코리아오픈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 2위인 판전둥-마룽을 3-2로 꺾는 돌풍을 일으켰다. 만리장성을 두 번 만나 한 번은 넘어선 값진 준우승이라는 성과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정확하게짚어냈다.

정영식은 “중국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반까지 팽팽하게 맞서다가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며 “경기력이 좋았는데 이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고 결승전을 돌아봤다. 이상수 역시 “1, 2세트 듀스까지 갔는데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마지막에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배에도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결승서도 중국과 2차례 듀스를 이끌며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이들은 이번 리우 리허설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수는 “목표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거기서 이기기 위해 지금 패하면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며 “이번 대회에 호흡이 안 맞아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작전 등 경기 내적인 부분을 체크하려고 했는데 준결승전부터 잘 맞았다”고 웃었다.

정영식은 “복식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단식은 올 시즌 초반에 못해서 힘들었는데 크로아티아 오픈부터 성적이 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또 “대회를 할 때마다 마룽과 붙었다. 컨디션이 좋아 이겨보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영식은 이번 대회 이전에도 일본 오픈서 마룽과 대결했지만 모두 패했다.

선수들의 아쉬움과 달리 강문수 한국 대표팀 총 감독은 “코리아오픈은 올림픽의 전초전으로 모의고사 성격의 대회였다”며 “남자 복식은 그동안 호흡이 잘 맞지 않았지만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보고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흐뭇해했다.

또 “이상수가 뒤에서 포핸드로 상대 공격을 많이 받아 넘겨줬다.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을 딸 확률은 5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리우 올림픽에는 남녀 단식과 남녀 단체전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단체전에서 복식은 승부를 결정짓는 열쇠다. 정영식-이상수가 복식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해왔고 이번에도 선전을 이어갔기에 메달 예감지수도 그만큼 올라간 것이다.

이상수는 “복식 단식 모두 중요하지만 단체전에서 복식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복식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며 “단식에서는 연습할 때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이야기하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수는 맏형 주세혁(36·삼성생명)의 양보로 남자 단식에 나서게 됐다. 주세혁이 이상수보다 랭킹이 높지만 후배의 경험을 위해 단체전 단식에만 전념하기로 한 것. 이상수는 “주세혁 선배님이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단식에서도 잘해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 무대에 대해 이상수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다. 항상 꿈꿔왔던 무대이기 때문”이라며 “보는 사람들이 많아 부담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다들 긴장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노리면 유승민 선배님이나 유남규 선배님처럼 금메달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5살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는 정영식 역시 “올림픽은 모든 운동선수의 목표이자 꿈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국민들게 메달로 보답하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 담금질은 이제부터 시작

정영식과 이상수는 체력과 심리 싸움이 메달 획득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모두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기 때문에 긴장감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상수는 “아직 큰 대회가 아니라 긴장감이 안 올라온 것이 문제”라며 “아직 올림픽에 대한 실감은 안 난다. 리우에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식 역시 “형들이 엄청 긴장되고 에베레스트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긴장을 안 할 것 같은데 막상 가면 또 모른다”고 웃었다.

강문수 총감독은 올림픽의 변수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나오는 변수에 흔들리면 무너진다. 그런 부분을 코리아오픈을 통해 배웠을 것”이라며 “남은 한달여 동안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가능성을 봤다고 판단하고 위기를 넘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정영식과 이상수가 선배 주세혁과 대화하면서 준비를 잘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영식은 “강문수 감독님께서 염려하는 부분이 경험 부족이다. 어떤 무대보다 긴장감 있고 떨리기 때문에 대비하라고 주문하신다”며 “연습 때 긴장감을 최대한 올리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보완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상수는 “근력 운동을 통해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분석도 철저히 할 것”이라며 “연습할 때도 저는 공이 날카롭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공을 상대 진영에 넣는 빈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오상은 선배님이 실수하든 말든 파워있게 하거나 상대를 물고 늘어져 끝까지 공을 넘겨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며 “긴장이 많이 되니까 체력 소모가 심할 텐데 근력 운동을 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한국 남자 탁구를 오래 이끌어야 할 이들 듀오는 포스트 리우 올림픽에 대해서도 그 구상을 꺼냈다. 세대 교체의 시작점인 둘은 어느새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었다.

이상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탁구를 잘해야 자연스럽게 후배들도 저희를 보고 배울 것”이라며 “저희가 먼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해야 한다. 할 일에 충실하면서 악착같이 한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