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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특별수사' 의외로 유쾌하지만 그래서 더욱 무거운 남자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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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특별수사' 의외로 유쾌하지만 그래서 더욱 무거운 남자 김명민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29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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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 '하얀 거탑'의 천재 외과의 장준혁, 그리고 '베토벤 바이러스'의 고독한 한 마리 늑대 같던 지휘자 강마에까지. 시청자들의 가슴에 각인된 배우 김명민의 이미지는 힘부로 말 붙이기도 어려워 보이는 진중하고 무거운 이미지였다. 그런데 김명민이라는 배우, 사실 알고 보면 은근히 가볍고 유쾌한 남자이기도 했다.

[스포츠Q 글 원호성·사진 최대성 기자] 배우 김명민에게는 두 가지의 얼굴이 있다. 하나는 '불멸의 이순신'이나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처럼 감히 범접하기 힘든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 괴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김명민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명탐정' 시리즈처럼 진지한 듯 하다가도 알고 보면 어딘가 맹탕같기도 한 허허실실의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김명민도 있다.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에서 김명민의 모습은 명백하게 후자의 김명민에 가깝다. 겉으로는 형사 출신의 변호사 사무장으로 잘 나가는 사건 브로커라는 위엄이 철철 넘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으로는 과거 형사옷을 벗어야 했을 때 있었던 일도 꽁하니 간직하면서 능청맞게 자기 실속을 챙기는 경박한 '필재'의 모습이 숨어 있다.

▲ '특별수사' 김명민 [사진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 재미있는 시나리오, 재료가 많은 시나리오

과거에는 건달이었지만 지금은 개과천선해 딸 동현(김향기 분)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던 택시기사 순태(김상호 분)는 인천 굴지의 대기업인 대해제철의 며느리를 살해한 혐의로 딸이 보는 앞에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는다. 순태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편지를 모범경찰이었던 필재(김명민 분)에게 보내고, 필재는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자신의 형사시절 파트너이자 자신이 경찰옷을 벗게 만든 양형사(박혁권 분)라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는 데 단 한 명도 따로 노는 캐릭터가 없더라고요.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웃어라 울어라 하는 장면은 없어도 드라마가 탄탄해서 처음부터 몰입이 잘 됐어요."

사실 '특별수사'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솔직하게 너무나 많다. 대기업이나 재벌, 정치인이 저지른 강력사건을 파헤쳐 억울한 사람을 구하고, 권력자를 징벌한다는 이야기는 '공공의 적'이나 '베테랑', '시그널'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즐겨 사용하던 사회적인 소재다.

그런데 '특별수사'는 이 과정이 조금 남다르다. 주인공 김명민이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 계기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김상호의 누명을 벗겨주겠다거나 아니면 재벌의 횡포를 막아보겠다는 정의감 따위가 아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사건을 조사하다 자신까지 누명을 쓰게 되자 이번에는 그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사건을 해결하려고 발버둥친다. 솔직히 말해 다분히 속물적인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 '특별수사' 김명민 [사진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그런데 정의감에 넘치는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정의로운 행세를 하는 김명민의 이 캐릭터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형사를 그만 둔 후 고급 외제차를 사건현장에 끌고 와 피해자들에게 변호사 명함을 돌리며 잘난 척을 하고, 자신이 불리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당하던 모습을 숨기고 꼬리부터 마는 지극히 속물적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웃음이다.

"영화는 우선 시나리오가 재미가 있어야 해요. 제 마음을 동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나만 할 수 있는 영화, 재료가 많은 영화가 좋아요. 요리를 할 때도 재료가 많으면 여러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재료가 없으면 한계가 뻔히 보이는데 그런 것은 싫은 거죠. 뭔가 복잡하고 다중적인 것들을 제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이 연기해도 상관없는 그런 캐릭터는 매력이 없어요. '특별수사'의 필재도 그런 캐릭터예요. 일직선상에 있는 캐릭터 같지만, 영화에서 계속 감정이 변하거든요. 그럼 저는 영화에 모두 나오지는 않아도 개인적으로 준비를 하면서 왜 '필재'라는 사람이 이런 속물이 됐는지 이 사람의 개인사를 써 보면서 상상을 하고 즐기는 거죠."

▲ '특별수사' 김명민 [사진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 "액션도, 노출도 필요하다면 가능해"

영화 '특별수사'에서 김명민은 상당한 몸고생을 한다. 일단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지만 전직 형사이기도 한 캐릭터 때문에 싸움은 다반사에 범인을 잡는다고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지하철에 치일 뻔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사람을 죽이는 청부살인업자들과 목욕탕에서 치열한 격투를 벌이며 목이 졸려 정말 저 세상 구경을 하고 올 뻔하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로 통하는 김명민과 액션의 조합이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김명민은 제법 액션을 잘 하는 배우다. 김명민은 과거 조재현과 함께 주연을 맡았지만 결국 90% 이상 촬영을 진행하고도 엎어진 영화 '스턴트맨'을 촬영한 적이 있었다.

'스턴트맨'에서 김명민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건에 휘말리는 스턴트맨에 캐스팅되어 당시 액션스쿨에서 살다시피하며 갖은 스턴트와 액션을 연습했다. 김명민이 '특별수사' 언론시사회 당시 "솔직히 연기보다 액션을 조금 더 잘 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것도 다 그만한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나온 소리였다.

"'특별수사'도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상당히 액션 분량이 많아요. 그리고 요즘도 액션연기를 할 수 있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와요. 액션연기를 딱히 꺼리는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액션이 필요하다면 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액션 뿐 아니라 노출연기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액션이든 노출이든 원칙은 분명해요.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되어야 해요. 무작정 보여주기 위해 벗기는 노출은 싫어요. 액션도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위해 필요한 액션이라면 언제든 오케이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액션만 보여주는 영화는 싫어요. 그런 영화는 저보다 더 몸 좋고 젊은 친구들이 할 수 있잖아요. 김명민은 김명민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죠."

▲ '특별수사' 김명민 [사진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 배우, 정신병을 앓는 직업

드라마 '하얀 거탑'을 촬영할 당시 김명민에 대해 이런 소문이 있었다. 촬영장에서 김명민이 '장준혁 과장'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하고도 일절 이야기도 안 하고, 식사도 같이 안 하면서 '장준혁 과장'의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를 연기할 때도 들려왔다. '강마에'라는 캐릭터가 평소에도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면 냉정하고 차가운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며 김명민 스스로가 배우들과 거리를 둔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대한 김명민의 대답은 간단했다.

"저도 그 이야기는 들었어요. 근데 엄청난 과장이에요. '하얀 거탑'에서 밥을 안 먹은 것은 사실인데, 마지막에 '장준혁'이 죽어가며 곡기를 끊었을 때 저도 밥을 안 먹긴 했어요. 근데 평소에는 후배들 밥도 잘 사주고, 그 정도는 아니에요. 역할에 따라 다르긴 한데, '하얀 거탑' 같은 경우는 유난히 힘든 역할이었고, 또 드라마 제작환경이 제가 잠시라도 눈을 떼면 다시 캐릭터에 몰입하기 힘들다 보니 현장에서 항상 긴장하며 있긴 했죠. 농담하다가 다시 '장준혁'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으니까요."

사실 '하얀 거탑'이나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작품을 통해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진지한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 김명민은 유쾌하고 쾌활한 성격이다. 그러나 김명민은 굳이 자신의 성격이 절대 진지하지 않다고 일부러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김명민'이라는 사람은 유쾌하고 쾌활할지 몰라도 '배우 김명민'까지 유쾌하고 쾌활한 이미지로 굳이 알려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제가 진지한 이미지로 굳어져서 사실 덕을 보는 부분도 많아요. 남들은 이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도 쉽게 못 만들거든요. 진지하다는 것이 나쁜 이미지도 아니고 배우에게는 좋은 이미지죠."

물론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진지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인식이 되게 된 것은 그가 연기한 강렬한 캐릭터 덕분이다. 그런데 그 캐릭터에는 '김명민'이라는 개인을 비워 내고 그 안에 '장준혁'을, '강마에'를 받아내는 김명민의 굉장한 연기에의 몰두와 집중도 큰 몫을 차지한다. 흔히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것이다.

▲ '특별수사' 김명민 [사진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순신 장군도 해 봤고, 마에스트로(지휘자)도 해 봤고, 하반기에 개봉하는 '판도라'에서는 대통령으로 나오니 좀 특별한 배역을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소시오패스나 다중인격자 같은 역할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제가 사람 심리에 관심이 많은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그런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어요."

"사실 배우는 일종의 정신병을 앓는 직업이에요. 저도 실제로 '하얀 거탑'이나 '내 사랑 내 곁에'를 마치고 우울증이 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어요. 할리우드에서는 배우들이 어떤 역할을 마치고 나면 정신과를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라고 하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것이 자신의 것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이는 접신(接神)의 경지잖아요, 그래서 한 편을 끝내면 반드시 회복을 해야 해요."

[취재후기] 김명민은 스스로를 진지하기보다 유쾌하고 쾌활한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김명민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무게감은 그만큼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자신의 연기에 강한 자부심이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명민의 이 자부심이 관객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더한 신뢰로 언제나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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