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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② '비선수 출신 1호' 프로야구선수 꿈꾸는 도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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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② '비선수 출신 1호' 프로야구선수 꿈꾸는 도전자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1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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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수다 3위 서시원, 우직한 노력파 손성민의 아름다운 도전

[화성=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동영상으로 야구를 접하며 독학한 학생이 프로 선수가 된다?

고등학생 때까지 전문 지도자의 손을 거치지 않았던 선수가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프로가 장난이냐’며 안 된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이겠지만 세종대 야구부에는 이런 선수들이 있다. 혹자는 ‘무모한 도전’이라 하겠지만 그들의 꿈은 오직 하나,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다.

투수 서시원(20)은 지난해 SBS스포츠에서 진행한 야구 오디션 프로그램 ‘나는 투수다’에서 3위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홍성용은 NC 다이노스의 부름을 받았다. 왼손투수인 그는 2014 시즌 전반기 원포인트 릴리프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서시원은 '비선수 출신 1호' 프로야구 선수를 꿈꾼다.

서시원은 홍성용 못지않게 사회인 야구인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단 한 번도 ‘전문 야구인’의 지도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축구를 즐겨하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동아리를 통해 야구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동영상을 시청하며 홀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의 최고 구속은 138km. 커터,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2012년에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트라이아웃을 통과해 잠시나마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서시원은 “프로 유니폼을 입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1군 마운드에 서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혔다.

전근표 세종대 감독은 “아직 시원이는 하체를 잘 쓰지 못한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지도를 받은 적이 없는 선수가 이런 투구를 하는 건 대단한 것”이라며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성장하면 145km까지 던질 수 있는 선수다. 프로 지명도 꿈은 아닐 것”이라고 제자를 치켜세웠다.

주장 손성민(25)은 야구에 미쳤다.

어려서부터 야구선수를 장래 희망으로 삼았지만 집안 형편상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일찌감치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었다. 직장에서 사회인 야구를 하며 꿈틀대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그러던 찰나 ‘나는 투수다’를 시청하게 됐고 연타로 세종대의 야구부 창단 소식을 들었다.

손성민은 “나이와 관계없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하는 그들을 보면서 대체 나는 뭘 하고 있나 싶었다”며 “세종대의 창단, 모집 공고는 내게 빛이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야구 한 번 원없이 해보고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반년 전을 회상했다.

▲ 주장 손성민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구에서 상경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전 감독은 면접장에 들어온 손성민의 스토리를 듣고 “대학 야구 진입도 어려우니 프로는 꿈꾸지 마라”며 계속해서 회사를 다닐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손성민은 아랑곳 않고 “지금 아니면 못 한다. 내겐 평생 꿈이다”라며 대구에서 짐을 싸들고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왔다.

한 번 꽂히면 무섭게 몰입하는 그를 보고 정승원 코치는 “처음엔 가르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성민이는 하나를 가르치면 죽도록 연습해서 일주일이 지나면 되게 만들어 온다”며 제자의 의지에 혀를 내둘렀다.

손성민은 “당연히 15년 가까이 야구를 배운 분들께 밀린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부족한 경험과 기술을 노력으로 극복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순 매니저가 찍어준 영상을 닳도록 보고 또 보며 자세를 매만지고 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너클볼을 연마해 미국 독립리그 마운드에 오른 허민 전 고양 구단주, 고양에서 LG로 입단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황목치승을 존경한다는 손성민은 악바리 근성으로 공부도 척척 해내고 있다.

손성민에게 1순위 꿈은 물론 프로선수지만 그는 ‘척하면 척’ 아는 스포츠애널리스트로, ‘왜’에 대한 대답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고급’ 지도자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영상 프로그램과 운동역학에 대한 공부도 빼먹지 않는다.

그는 ‘캡틴’답게 세종대 야구부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종대는 엘리트 야구부보다는 소통이 훨씬 잘 된다고 봐요. 우리는 모르면 끊임없이 물어봐요. 전 감독님, 정 코치님으로부터 늘 만족스런 피드백을 얻습니다. 이 곳은 열정,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매니저님이 늘 영상 촬영과 분석을 하세요. 야구도, 공부도 다 해낼 수 있습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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