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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사' 조인성의 빛과 그늘 '드라마 v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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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사' 조인성의 빛과 그늘 '드라마 vs 영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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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11일 종영했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노희경 작가의 이 작품은 9~12%의 기대에 못 미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병을 짊어진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밀도 높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괜사’는 조인성의, 조인성에 의한, 조인성을 위한 드라마였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에 이르는 동안 그는 수많은 얼굴을 보여줬다.

싸가지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 지적이면서 젠틀한 라디오 DJ, 치명적 매력의 바람둥이, 의붓 아버지와 형의 폭력에 짓밟힌 과거에 아파하는 남자, 화장실에서만 잠들 수 있는 강박증 소유자, 죄책감으로 인해 환시에 시달리는 스키조(조현증·정신분열증) 환자, 운명과 같은 사랑에 품을 내주는 로맨틱 가이, 자신이 만들어낸 열일곱 강우(도경수)에 갇혀 있는 여린 소년의 내면 등 감정 스펙트럼은 드넓었다. 이를 표현하는 연기 결은 섬세하기 그지없었다.

▲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 역 조인성[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14, 15회에서 조인성의 연기는 매회 정점을 찍었다. ‘연기력 기록 경신’ 퍼레이드를 벌이는 듯 보였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상태에서 지해수(공효진)에게 들릴 듯 말 듯 쉰 목소리로 토로하는 대사와 초점 잃은 눈동자, 넋을 놓은 표정은 저릿한 여운을 남겼다. 재입원한 뒤 다시 찾아온 강우의 상처투성이 발을 씻겨주고 나서 분신과도 같은 강우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재열에게 이별을 고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시청자의 마음을 격렬하게 움직였다.

붉어지는 눈시울, 미세한 떨림만으로 내면의 아픔과 슬픔을 전달하는 것은 내공 및 풍부한 감수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 ‘선덕여왕’의 고현정에게서 느낀 감동을 ‘괜사’의 조인성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의 일명 주먹 울음을 터뜨린 지 10년 만에 그는 광대역급 속도로 진화했다.

조인성은 특급 외모에 신체비율 등 타고난 자산이 좋은 연기자다. 남녀노소 모두로부터 호감이다. 예의바른 태도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도 호평 일색이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이미지와 하이톤의 목소리는 묘하게도 미성숙한 남성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런 특징을 영민하게 잘 살린 덕에 ‘깐족거리는 연기와 청승맞은 연기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듣곤 했다. 이는 배우로써 장점이자 한계다.

▲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과 공효진[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에선 굉장한 위력을 발휘한다. 긴 호흡, 가벼움과 디테일을 요구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가 가진 스타성, 외모, 연기력에 비춰봤을 때 이상하리만치 영화에선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남자배우는 중저음 목소리와 무거움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기에 조인성은 얇고 가볍다.

그동안 영화 ‘마들렌’ ‘클래식’ ‘남남북녀’ ‘비열한 거리’ ‘쌍화점’에 출연했으나 조승우가 두각을 나타낸 ‘클래식’과 껄렁껄렁한 조폭 캐릭터를 연기한 ‘비열한 거리’ 외에 흥행작이 없다. 2008년 사극 ‘쌍화점’ 이후 출연 소식마저 들리질 않는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투영한 드라마 ‘괜사’는 군 제대 이후 주춤하는 듯 싶었던 조인성의 실질적 복귀작이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작품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판타지도 충족시켰기에. 그린라이트를 켠 조인성은 드라마에 최적화된 연기자로 남을까. 아니면 고유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해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 평정에 나설까. '괜사' 종영 이후 그것이 궁금하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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