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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임성한 복귀를 바라보며...작가들이여, 제발 취재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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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임성한 복귀를 바라보며...작가들이여, 제발 취재 좀 하시라!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14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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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논란을 먹고 사는 임성한 작가의 신작 '압구정 백야'가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 후속으로 편성을 확정지었다. 전작 ‘오로라 공주’에서는 방송사 드라마국이 주요 배경이었는데 이번엔 방송사 예능국이 배경인 가족 드라마라고 한다. 벌써부터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오로라 공주’에서 몰락한 대기업 총수의 고명딸 오로라(전소민)는 백수가 되자 반반한 외모와 청순한 분위기를 어필, 드라마의 주조연 캐릭터를 꿰찼다. 신문기자 출신 박지영(정주연) 역시 연기 경험이 전무함에도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이유로 여주인공에 꽂혔다. 베스트셀러 작가 황마마(오창석)는 자신의 소설이 드라마화되자 이 드라마의 조연출을 차지했다.

▲ 임성한 작가의 취재력 빈곤이 여실히 드러났던 '오로라 공주'[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작가가 방송사 사람들(PD, 기자, 연기자, 작가, 분장사)을 다룬다고 문제시될 건 없다. 전혀 생소한 분야를 취재하는 수고 대신 친숙한 공간에서 다양한 소스를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상당수 작가들이 그래 왔다. 그런데 생생함과 밀도 면에서 잔상이 강렬한 작품으로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정도만이 떠오른다. 잘 안다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취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로라 공주’는 나쁜 예의 화룡점정이다. 작가가 취재 열의가 없다보니 안이하게 익숙한 방송사를 끌어오기 바쁘고, 이마저도 미시적 경험에 의존한다. 수많은 탤런트 지망생들이 단역이라도 따내기 위해 오디션에 거듭 도전한다. 언론 고시생들이 어렵사리 방송사 공채시험을 통과해야만 조연출을 맡을 수 있다. 이게 팩트(사실)임에도 이 드라마는 현실성이 결여돼 있었다. 그랬던 임 작가가 또다시 방송사를 드라마 속 배경으로 삼는다니 아연해질 수밖에. 이는 비단 임성한 작가에 국한되는 문제만은 아니다.

▲ 2년에 걸친 박혜련 작가의 현장 취재가 빛이 났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작가와 기자는 공통분모가 많은 직업군이다. 대본을 집필하거나, 기사를 작성하거나 취재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재료를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서 사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시야가 확장되는 게 '취재'다.

드라마 작가는 소재와 캐릭터 연구를 위해 취재를 한다. 지난해 방영된 법정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는 2011년부터 만 2년간 서울에 있는 지원들을 모두 다니며 법정에서 각종 재판을 방청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법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수원지방법원, 경기도변협부회장 등 여러 법조계 인물들을 취재하면서 실감나는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발품을 들인 꼼꼼한 취재가 평단과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원동력이 됐다.

최근 화제리에 종영한 ‘괜찮아 사랑이야’의 노희경 작가도 스키조(조현증·정신분열증)를 비롯한 다양한 정신병리 현상에 대한 취재를 치밀하게 진행함으로써 현대인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이라는 주제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 ‘추적자’ ‘황금의 제국’ 박경수 작가, ‘쓰리 데이즈’ 김은희 작가, ‘골든타임’ ‘개과천선’ 최희라 작가의 탄탄한 대본에서는 진한 취재 향기가 풍긴다.

보통 법정·의학·정재계 드라마와 같이 전문 영역을 다루거나 대하사극·스릴러 등의 장르물에서 촘촘한 취재과정이 선행된다. 취재는 인터넷 검색과 관련 서적 탐독, 고급 저작물 접근, 관계자·증인 접촉의 3단계로 이뤄지곤 한다. 하지만 직업이 다양화·전문화된 요즘, 동시대 사람들을 다루는 ‘일반’ 드라마에서도 이런 식의 취재는 필요조건이 됐다. 로맨스와 스릴러, 과거와 현재의 결합 등 복합장르의 유행 역시 이를 요구한다.

▲ 노희경 작가의 정신 병리현상에 대한 치밀한 취재가 돋보인 '괜찮아 사랑이야'[사진=SBS 제공]

미드를 보더라도 홈드라마든, 청춘 로맨스물이든 작품 안에 등장하는 상황 및 직업군에 대한 묘사와 현실적인 대사, 캐릭터의 디테일한 말투는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며 공감대를 넓힌다. 그런데 상당수 국내 드라마는 여전히 '의사, 변호사' ‘본부장’ ‘방송사’ ‘가게’ ‘밥상머리’를 맴돈다. 간혹 전문 직업군이나 배경이 등장하는 경우에도 대사 몇 마디 주고받다가 애매해진다 싶으면 남녀의 로맨스로 장면전환 해버린다. 비근한 예로 '왔다! 장보리'의 한복 명인과 비술채를 보라.

한국 드라마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도 제자리를 맴도는 이유는 취재력 빈곤에서부터 출발한다. 많은 작가들이 취재 의지도, 책임감도 없는 안이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시청자와 소통 운운한다. 어불성설이다. 작가들이여, 제발 취재 좀 하시라.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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