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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무한도전'이 일깨운 라디오의 매력, "크게 라디오를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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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무한도전'이 일깨운 라디오의 매력, "크게 라디오를 켜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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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라디오와 무한도전,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했던 둘의 만남이 재미는 물론 라디오의 매력까지 보여줬다.

13일 MBC '무한도전'은 '라디오스타 두 번째 이야기'로 방송됐다. 11일 하루 동안 DJ가 되어 MBC FM4U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멤버들은 라디오 제작진과 만나 회의를 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예능에서는 베테랑들이지만 라디오 DJ에 처음 도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프로의 모습을 벗고 초보 DJ로서 청취자 층부터 파악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무한도전’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것 중 하나는 ‘자막’이다. 비디오에 대해 제작진이 시청자 입장에서 하는 코멘트 자막은 ‘무도’의 주 인기 요인이었다. 또한 빠른 속도와 긴장감 넘치는 편집, 화려한 화면 구성 등 ‘무한도전’은 영상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목소리만으로 청취자에게 다가가는 라디오와 무한도전의 만남은 의외일 수 있었다.

◆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팬이다 … ‘뻔뻔함’ 벗고 ‘팬심’ 발휘한 정형돈의 진정성

정형돈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대신 진행하게 됐다. 중학교 시절 ‘음악캠프’의 팬이었던 그는 이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팝을 접했다. 정형돈은 뻔뻔한 캐릭터를 내세웠던 평소와는 달리 DJ 배철수 앞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 정형돈은 어린시절 팬으로서 들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일일 DJ를 맡았다.[사진=방송 캡처]

‘음악캠프’는 곡을 내보낸 후 그에 대한 정보와 감상을 DJ가 애드리브로 설명한다. 해박한 음악적 지식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정형돈의 걱정은 클 수밖에 없었다. DJ 경험이 없는 그는 대본을 읽다 발음이 엉키고 콘솔 조작을 하며 손을 떨었다. 그는 “새하얀 첫눈이 내린 곳을 내가 밟아버려 오점을 남길 것 같다”는 말로 걱정을 표현했다.

여기에 정형돈은 ‘팬심’을 발휘했다.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것. 그는 집안과 차 안에서 대본을 연습했다. “대본이 이해가 안 되면 읽지 마라. 읽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된 채로 읽으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제작진의 말에 대본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또한 “정 어려우면 그 부분만 녹음하면 된다”는 PD의 말에 “그건 안된다”며 라이브를 해야 한다고 고집하기도 했다. 이 노력들로 그는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 라디오 진행에 서툴렀던 정형돈은 집중적인 연습으로 이틀만에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사진=방송 캡처]

11일 방송 당일, 그의 방송은 호평을 받았다. 선곡한 음악을 꺼 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MBC 라디오 메신저인 '미니'가 접속자 폭주로 수시로 불통이 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손한서 라디오 PD는 "MBC FM4U에서 가장 역사깊은(24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한 정형돈. 배철수 선배처럼 직접 콘솔을 잡고 진행을 하더라구요. 음악캠프 디스크 자키가 콘솔을 안 잡으면 안 되는 걸 어찌 캐치했을까요"라는 청취 소감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영화 '건축학 개론'의 카피처럼,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팬'이었다. '음악캠프'의 오랜 팬이었던 정형돈의 진행은 서툴지만 진정성이 있었다.

◆ ‘무한도전스러움’ 살린 개성있는 진행 … 신선 아이디어, 파격적 선곡

‘무한도전’ 멤버들의 라디오 진행에서 돋보인 점은 각 멤버의 개성을 살렸다는 점이다.

정준하는 라디오가 소리로만 청취자와 소통한다는 점에 자신의 ‘식신’ 캐릭터를 살렸다. 먹는 소리를 들려주고 어떤 음식인지 맞히게 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먹방’은 방송에서만 통한다는 생각을 깼다. 라디오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DJ만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 정준하는 자신의 '식신' 캐릭터를 살려 라디오에 '먹방' 아이디어를 냈다. [사진=방송 캡처]

유재석은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이하 꿈꾸라)를 진행하게 됐다. ‘꿈꾸라’는 DJ가 직접 선곡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평소 잔잔하고 조용한 곡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견학 차 타블로의 생방송 스튜디오에 온 유재석은 평소 ‘댄스 사랑’ 취향대로 ‘달타령’을 신청해 내보냈다. 여기에 타블로는 “우리가 틀에 갇혀 있었다. 정말 좋다”고 유재석의 신개념 선곡에 감탄했다.

‘꿈꾸라’의 고정 코너 중 하나는 ‘블로노트’다. ‘블로노트’는 감성적인 글귀를 연필이 사각거리는 배경음에 맞춰 DJ가 읽는 코너다. 이는 웹상 젊은 층들 사이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 유재석은 “굳이 연필 소리가 나야 하냐”고 다소 낯부끄럽단 반응을 했다.

11일 실제 방송에서 유재석은 평소 흥이 많은 자신의 개성대로 ‘꿈꾸라’에 신나는 댄스곡들을 골랐다. 오프닝으로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스텝 바이 스텝’과 박명수의 ‘파이야’를, 이어 ‘압구정 날라리’, 민요 ‘맹꽁이 타령’ 등을 선곡했다.

▲ 유재석은 잔잔한 노래가 대부분이었던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에 댄스곡과 민요를 선곡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사진=방송 캡처]

그러다가도 ‘재석노트’에서는 묵직한 울림을 줬다. 그는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같이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란 글귀를 읽었다. 이어 '레이디스 코드'의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를 들려줬다. 이는 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교통사고, 세월호 침몰 참사, 군대 내 사고 등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귀였다.

전반적으로 신나는 진행이었지만 유재석의 울림 있는 메시지는 단숨에 청취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 우리가 잊고 있었던 라디오의 매력 … '날것'의 라이브, 아날로그 

사람들은 더 많은 자극에 끌린다. 소소한 재미보단 ‘빅재미’를, 음성보단 영상을 찾는다. 소리만으로 승부하는 라디오는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적어졌다.

이 시점에서 '무한도전'은 라디오의 매력을 짚어줬다. 생방송 진행이니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는 ‘라이브’성과,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경우 1990년 방송을 시작해 여전히 손글씨로 쓰는 대본을 보여주고 LP판을 재생해 음악을 내보내는 등 아날로그한 모습들이 있었다.

한 번 실수는 되돌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청취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보다 날것의 방송이라는 점이 라디오의 큰 매력이다.

또한 ‘무한도전’은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모습도 보여줬다. 대부분 청취자들은 '라디오'에 대해선 DJ만 떠올린다. 그러나 라디오에는 DJ만 있는 것이 아니다. PD와 작가들과의 사전 회의를 통해 제작된다. 이 점을 짚어주며 프로그램과 라디오 제작에 대해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 노홍철은 청취자 층을 파악하며 임산부가 많이 듣는다는 말에 주의했다. [사진=방송 캡처]

◆ 갖은 정성으로 라디오 제작환경 살리기에 성공하며 홍보 우려 불식

하루 동안 ‘무한도전’의 여섯 멤버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파격이다. 자칫 '무한도전' 판으로 보여 기존 청취자들의 반갑지 않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었고, MBC FM4U 라디오 방송의 홍보로 보일 수도 있었다. 무한도전의 영향력과 팬층이 큰 만큼 홍보 효과는 엄청나다.

모든 프로그램과 홍보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지만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은 이 홍보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았다.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다.

이는 '인기 예능 '무한도전' 멤버들이 일일 DJ를 한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넘었기에 가능했다. 멤버들이 라디오 방송에서 보여준 정성과 개성, 라디오 DJ들과 제작환경을 짚어준 무한도전 제작진들의 연출에 답이 있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라디오를 실제 진행했던 11일의 모습은 오는 20일 방송되는 ‘6인 6색 라디오데이’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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