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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베어 더 뮤지컬', 1년 만에 돌아온 파격 코드… '같은 듯 다르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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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베어 더 뮤지컬', 1년 만에 돌아온 파격 코드… '같은 듯 다르게' (종합)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6.07.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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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윤정 기자] “마지막까지 더 열심히 사랑하겠다”.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청소년들의 숨길 수밖에 없었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성장의 아픔 등을 다룬 ‘베어 더 뮤지컬(bare the musical)’이 지난해 초연 이후 1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는 음악감독 원미솔의 진행 아래, 연출 이재준과 배우 정원영, 손승원, 박강현, 김승대, 성두섭, 서경수, 최서연, 민경아, 주민진, 지우림이 참석한 가운데 ‘베어 더 뮤지컬’ 프레스콜이 열렸다.

▲ ‘베어 더 뮤지컬’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지난 200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돼 2004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인 성 세실리아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그 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감각적인 뮤지컬 넘버와 대담한 가사, 동성애와 마약 등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소재들, 그리고 초연 때보다 탄탄하게 보완된 이번 재연 무대는 ‘베어 더 뮤지컬’의 작품성과 흥행성에 더욱 힘을 실었다.

‘베어 더 뮤지컬’에는 성두섭, 정원영, 서경수, 민경아 등의 초연 멤버와 김승대, 주민진, 최서연, 손승원, 박강현 등의 새 멤버들이 함께 한다.

앞서 ‘라카지’, ‘인 더 하이츠’, ‘엘리펀트송’, ‘지구를 지켜라’ 등 뮤지컬과 연극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한 정원영은 이번 공연에서 기숙학교의 잘 나가는 킹카 제이슨(Jason)과 비밀리에 교제 중이며 그와의 커밍아웃을 원하는 피터(Peter) 역을 맡았다.

정원영은 교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학생이면서도 소신 있는 성격을 가진 ‘외유내강’ 캐릭터 피터에 대해 “나와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길이 있다고 믿고 긍정적으로 해쳐나가는 모습이 나랑 잘 맞는다. 나는 속도 강하고 겉도 강한데, 피터보다는 덜 성숙한 것 같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고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 피터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베어 더 뮤지컬’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베어 더 뮤지컬’에서 피터 역을 맡은 배우는 정원영 외에도 손승원과 박강현이 있다. 또한 그와 교제를 하는 제이슨 역에는 김승대와 성두섭, 서경수가 캐스팅됐다. 여섯 배우는 동성애 소재로 인해 무대 위에서 입을 맞추고 서로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등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쉽지 않았을 동성애 연기에 대해 손승원은 “간접경험을 해볼 수 없는 거라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그냥 본질적으로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입을 맞추는 신에 대해선 “처음엔 뽀뽀할 때 어색하고 민망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서 문제인 것 같다.(웃음) 너무 재밌게 연습하고 공연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더 열심히 사랑하겠다”고 밝혔다.

피터 역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 제이슨 역의 서경수는 “접근 방식 자체를 어렵게 가지 않았다. ‘다르다’란 전제가 아닌 사랑으로서 접근을 했다. 성소수자들과 이성애자들의 차이는 그냥 대상만 다를 뿐이지 그 안에 본질적인 건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극중 제이슨은 예쁜 외모로 인기와 질투를 동시에 받는 여학생 아이비(Ivy)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후 아이비는 임신을 하게 되고, 제이슨은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피터란 것을 깨닫고 그를 떠난다. 모든 꿈들이 산산조각난 아이비는 더 이상 꿈을 꿀 수도 잡을 수도 없다고 도와달라고 외치며 뮤지컬 넘버 ‘All Grown Up’을 부르게 된다.

▲ ‘베어 더 뮤지컬’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예쁜 외모를 갖고 있지만 결국 마음속엔 큰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아이비 역을 맡은 최서연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아이비에 대해서 두 마디 돼있었다. ‘예쁘다’, ‘소심하다’. ‘소심하다’라고 쓴 것에 대해선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아이비가 갖고 있는 상처에 좀 더 중점을 두려고 했다. 겉은 화려할 수 있지만, 아픔을 갖고 있는 소녀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수한 성적에 준수한 외모를 가진 모범생이지만 성적도 사랑도 킹카 제이슨에게 밀리는 남학생 맷(Matt) 역은 최근 막을 내린 연극 ‘Q(큐)’에서 PD 역을 맡았던 주민진이 연기한다. ‘Q(큐)’에서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주민진은 ‘베어 더 뮤지컬’의 맷을 통해서는 모범적이고 정직한 이미지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Q(큐)’에서 맡은 역할이 너무 힘들어서 남을 신경 쓰지 않게 된 인물이라면, 맷은 사랑과 학업 때문에 힘든 일들을 겪어내면서 주변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많이 쓰다가 성격이 만들어진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작품으로 데뷔를 하게 된 신예 지우림은 질투심 많은 제이슨의 쌍둥이 남매 나디아(Nadia)역을 맡은 것에 대해 “이번 공연이 데뷔여서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지금도 사실 떨린다”는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 ‘베어 더 뮤지컬’ [사진 =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이번 재연 공연은 원작에 충실하되 캐릭터의 이해관계와 심리묘사를 더욱 깊이 있게 표현했다. 크게 바꾸기 어려운 구조와 여건들 속에서 큰 틀은 유지하되 공간의 변화가 느껴질 수 있도록 무대도 보완했다. 이에 6m 높이에 달하는 대형 창문 4개를 중심으로 한 무대에서 창문의 앞과 뒷면의 색을 다르게 변경했고, 십자가와 기둥에 전식을 보강했으며 무대 뒤 밴드가 잘 보이도록 보완해 동선과 구조에 신경을 썼다.

좀 더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기 위한 장면 추가도 진행됐다. 제이슨과 피터가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을 하는 장면, 그리고 수녀와 신부의 의견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2막에서의 피터와 제이슨의 갈등이 그려지는 장면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재준 연출은 “재연을 하면서 처음과 같이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새로 온 배우들도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캐릭터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지우림은 “제이슨, 아이비, 나디아, 맷, 반 친구들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고 아픔이 있다. 관객들도 각자의 삶이 있지 않냐. 같이 공감하고 울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초연의 제작진 이재준 연출을 비롯해 원미솔 음악감독과 정도영 안무가가 다시 한 번 뭉친 ‘베어 더 뮤지컬은 오는 9월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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