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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만신창이로 웃게된 박태환, CAS 판결에야 빗장 푼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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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만신창이로 웃게된 박태환, CAS 판결에야 빗장 푼 대한체육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08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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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 결정 나오자 대한체육회 "예비 엔트리 포함" 발표…'이중징계' 국가대표 선발규정 개정 불가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박태환(27)은 리우데자네이루로 간다. 이제 모든 논란은 끝났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올려 "박태환은 최종결정이 있을 때까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박태환의 국가대표 자격을 확인시켜준데 이어 CAS까지 잠정처분 요청을 인용함으로써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대한체육회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CAS가 박태환의 국제대회 참가 자격이 있다고 판결함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CAS와 국내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국가대표로서 임시적 지위를 인정하고 리우 올림픽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내려지게될 CAS의 잠정처분 결정을 무조건 따르기로 심의·의결했고 오후 CAS의 통보를 받고 이를 수용한 것이다.

박태환이 올림픽에 나가는데 이젠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대한수영연맹도 곧바로 박태환이 포함된 올림픽 출전선수 명단을 마감시한인 8일 밤 내에 국제수영연맹(FINA)에 보낼 예정이다.

◆ 잘못된 이중징계 고쳐지는 계기…도핑 등 스포츠 4대악 경각심 해쳐선 안돼

이번 판결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포함돼 있는 이중징계의 독소조항을 고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또는 종목별 국제기구에서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가 징계기간이 끝나더라도 3년 동안 국가대표에 포함될 수 없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국가대표로만 뽑힐 수 없다는 것이지, 선수 자격은 회복된다"는 논리로 이중징계가 아니라는 억지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미 CAS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징계를 받은 선수가 징계가 끝나더라도 다음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내용의 오사카룰에 대해 무효결정을 내렸다. 이중처벌 금지규정을 만든 것이다.

CAS가 오사카룰이 이중처벌이라며 무효 판결을 내리고 IOC가 관련 규정을 폐지한 것이 이미 2012년 런던 올림픽 이전임에도 대한체육회는 2014년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이중징계에 해당하는 조항을 추가시켰다. 그동안 해당 규정이 '박태환을 표적으로 했다'는 오해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박태환이 이중처벌이라며 곧바로 항의에 나섰지만 대한체육회는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도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해당 규정을 바꿔서는 안된다"며 "특정 선수를 위해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는 고자세로 일관해왔다. 가장 공정해야 할 스포츠공정위원회도 무슨 이유에선지 이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었다.

▲ 8일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참가 자격을 인정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보도자료. [자료=CAS]

일각에서는 박태환이 CAS에 제소한 것을 두고 '대한민국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하니 너희들이 좀 압력을 넣어달라는 취지'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하며 대한체육회의 잘못된 이중징계 규정에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박태환이 국가대표 지위를 회복한 이후 '도핑 선수를 올림픽에 내보내는 부끄러운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애초부터 잘못된 대한체육회의 이중징계 규정에 대한 철폐이지, 결코 약물복용 선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박태환은 FINA로부터 1년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은 그 징계만으로 자신의 죗값을 모두 치렀다.

또 이번 결정이 자칫 스포츠 4대악에 대한 경각심을 해치는 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도핑을 비롯한 스포츠 4대악은 스포츠의 공정성과 기본정신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라져야 할 일이다. 스포츠의 기본을 훼손하는 그 어떠한 것도 타협해서는 안된다는 상식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 특정인에 대한 미움으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오해,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풀어야

대한체육회는 "특정인에 대한 미움으로 인해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일부의 오해는 사실과 다름을 밝히고자 한다"며 "대한체육회는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를 국가대표로 발탁해야 할 의무가 있고 국민정서와 어긋나게 논란 소지가 있는 선수를 대표선수로 발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모두 대한체육회의 행태에서 비롯됐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이 CAS에 제소했을 당시 "CAS의 결정이 나오더라도 무조건 따라야 할 요소가 없다면 안따라도 된다"는 논리를 펴며 빗장을 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가 한 번 정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강경 일변도로 나간 결과 박태환 측과 갈등은 깊어졌고 상처만 남았다. 박태환 측은 문제를 국내 법원까지 끌고 갔고 CAS에 제소까지 하면서 들이지 않아도 될 에너지와 금전을 낭비했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거액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박태환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훈련에 전념하지 못한 결과 최근 호주 케언즈에서 실시한 전지훈련에서는 지난 4월 동아수영대회보다 못한 기록을 남겼다.

특히 박태환의 부친인 박인호 팀 GMP 대표가 밝힌 뒷이야기는 충격을 던져줬다. 박인호 대표는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FINA 징계 청문회 당시 징계기간이 끝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으니 준비 열심히 하자고 격려까지 했다"며 "그런데 수영연맹이 사고단체가 되고 대한체육회가 관리하게 되면서 대화채널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대한체육회가 관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은 무언가 꺼림칙하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대한체육회가 끝까지 강경 태도를 버리지 못한 것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만든 오해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풀어야만 하는 이유다.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대표 선발규정부터 손봐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중재제도 도입 등 분쟁해결 절차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도핑 징계 후 3년 동안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없다는 조항부터 없애야 한다. 이미 박태환이 올림픽에 나가게 됨으로써 이 규정은 사문화됐다.

또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 및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한 논란으로 국민들의 의견이 양분되는 등 갈등이 커지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스포츠계에서는 폐기된 이중징계의 잘못된 규정에 스스로를 옭아맨채 적용한 그릇된 결정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다가 법원과 CAS의 판결에 잇따라 나오고서야 수용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박태환은 마음 상처만 한가득, 메달 부담 주기보다 응원해야

박인호 대표는 CAS의 결정이 나오고 대한체육회로부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확정을 통보받은 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기쁘다는 마음보다도 너무 멀고 험한 길을 돌아서 왔다는 생각에 기쁨보다는 착잡한 마음만 든다"며 "결과는 예상했지만 시간이 다 됐는데 결정이 빨리 나지 않아 초조했다"고 밝혔다.

선수 본인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팀 GMP 관계자는 "박태환이 호주 케언즈에서도 밤마다 눈물을 흘리는 등 좀처럼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며 "그래도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 박태환도 마음을 추스리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소모전으로 박태환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고 이제 1개월 동안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메달 가능성' 때문에 박태환을 뽑았다는 일부의 비뚤어진 시선 때문에 박태환의 부담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박태환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박태환이 이달초 출전한 호주 그랑프리 기록이 지난 4월말 동아수영대회에서 올린 기록보다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더욱 걱정이다. 100m와 200m, 400m, 1500m 등 4개 종목에 출전 자격을 얻은 박태환은 자유형 400m가 주종목이다. 하지만 호주 그랑프리 당시 박태환의 400m 성적이 3분49초18로 동아수영대회에서 기록했던 3분44초26보다 5초 가량 늦었다.

이에 대해 노민상 감독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조금 더 일찍 결정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쳤으니 기대감이 커지지 않겠느냐. 너무 큰 기대감은 경기력에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제 박태환은 오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사흘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7일 미국 올랜도로 출국,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 체제로 들어간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 올랜도에서 경기력과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박태환이다. 올림픽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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