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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연아 저희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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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연아 저희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 권대순 기자
  • 승인 2014.02.26 09: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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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겨 대표후보선수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유망주를 만나다

[300자 Tip!] 그간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홀로 이끌었던 김연아(24)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이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빛낼 새로운 ‘피겨 요정’을 꿈꾸는 피겨 국가대표 후보선수들이 땀을 쏟고 있는 태릉국제빙상장을 찾았다. 태릉빙상장은 김연아뿐 아니라 쇼트트랙의 심석희, 박승희 등 한국 동계스포츠 스타 배출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피겨 대표 후보선수들을 가르치는 오지연(47) 코치과 피겨 꿈나무들을 만났다. 오 코치에게서는 한국 피겨의 현실을, 선수들에게서는 피겨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태릉=스포츠Q 글 권대순 기자 ∙ 사진 이상민 기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인해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제 한국은 2018 평창올림픽 등 올림피아드와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제2의 김연아'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태릉국제빙상장에서 2014 동계 국가대표 후보선수 훈련에 땀을 쏟고 있는 피겨 꿈나무들과 오지연 코치를 만났다.

▲ 태릉국제빙상장에서 국가대표 후보선수 임아현이  '제2의 김연아'를 꿈꾸며 동계 훈련에 땀을 쏟고 있다.

◆ 소치올림픽 그리고 김연아

텃세 판정에 온 국민이 놀라고 또 분노한 김연아의 은메달. 올림픽 2연패는 역사상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1928, 1932, 1936년)와 독일의 카트리나 비트(1984, 1988년), 단 2명 만이 해낸 대기록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관심과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연아가 은메달을 받은 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아요. 본인 스스로 만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마지막 공연을 끝냈기 때문에 후련해 하는 것같아요.”

주니어 시절 메인코치로 김연아를 지도한 적이 있는 오지연 코치는 김연아 본인이 괜찮다고 하기 때문에 자신도 특별히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다고 했다. 그저 이 한마디만 덧붙이기를 원했다.

“확실한 건, 소트니코바가 금메달 감 연기를 펼친 건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렇다.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 하지만 지난 경기를 되돌릴 순 없는 일이었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제는 그가 없는 2018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평창올림픽 도전에 가장 유력한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 김연아와 함께 출전해 프리스케이팅 연기까지 펼쳐  각각 16위,21위를 기록한 김해진(17 과천고)과 박소연(17 신목고)일 것이다.

▲ 피겨 국가대표 후보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오지연 코치.

“소연이는 평상시 보다 잘 못한 것같아요. 아무래도 긴장했겠죠. 해진이도 평소 실력보다 잘 하지 못했지만 경기는 잘 풀어나간 것 같아요.”

두 선수 모두 올림픽에서는 자신이 가진 것만큼 보여 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큰 무대를 경험 한 만큼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 다 미련은 남을 거에요. 그렇지만 큰 대회를 치렀기 때문에 분명히 노련함이 생기겠죠. 체형관리만 잘 한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확실히 발전한 테크닉

오지연 코치 밑에서 훈련하고 있는 국가대표 후보선수들의 나이는 어리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비슷한 나이로 알려진 ‘러시아 그 선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와의 비교가 궁금해졌다. 

“우리 선수들도 테크닉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리프니츠카야와 비교했을 때도 점프나 스핀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밀리지 않거든요. 물론 경기 운영이나 표현력 같은 데에서는 좀 떨어질 수 있어도 기술은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오 코치는 특히 국가대표 후보선수들의 연령대가 굉장히 어리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금은 시니어(만 15세 이상)가 아닌데도 국가대표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선수들이 어려졌어요. 초등학생 선수들도 예전과 비교해서 실력이 정말 많이 올라왔고요.”

◆ 환경은 여전히 부족

선수들 실력은 많이 올라왔지만, 그를 받쳐줄 제반 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듯했다. 스케이트를 타고 점프, 스핀 등의 동작을 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올 때가 많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용 빙질이 아닐 경우 몸에 오는 충격은 더 심해진다.

“피겨스케이트는 아무래도 부드러운, 소프트한 빙질이 좋아요. 동작에 점프가 많다 보니 착지하면서 하체에 부담이 많이 오거든요. 소프트한 빙질을 유지하려면 링크의 온도 유지가 잘 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거죠.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를 위해서 따로 링크의 온도를 조절하려면 난방도 해야 되고, 그러면 전기세가 더 나오는 면도 생기니까 부담이 되는 것같아요.”

▲ 연습할 때는 진지하지만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 나이에 맞게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피겨 국가대표 후보선수들.

피겨스케이팅에 적절한 얼음의 온도는 영하 4~5도. 하지만 국내 빙상장은 보통 아이스하키 기준인 영하 11도에 맞춰져 있다. 아무래도 딱딱한 빙판에서 훈련을 하다 보면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피겨뿐 아니라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등 여러 국가대표들이 훈련장을 나눠 쓰지 때문에 현실적으로 피겨에만 맞춘 빙질을 기대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오 코치는 그나마 ‘겨울엔 나은 편’이라고 했다. 

“여름에는 경기장에 안개가 많이 껴요. 통풍 관리가 잘 안돼서. 특히 목동아이스링크가 심하죠. 정말 한치 앞도 보기 힘들어요. 그래서 여름에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기 시작했어요.”

물론 하나하나 비교해 본다면,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나아진 점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김연아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국가적 차원이나 연맹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아졌으리라.

“그래도 연아 이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예요. 훈련시간 배정도 많아졌고, 후원해주는 기업도 늘었어요. 피겨 담당하는 발레 코치도 있고요. 지금은 국가대표 후보선수들 훈련 시에도 가끔 외국인 코치들이 와서 교습을 하기도 해요.”

◆ 예측불가의 2018년

이제 국민의 관심은 ‘포스트 김연아’에 쏠리고 있다. 과연 그 다음을 누가 이을 것인가. 선수들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 중 한명인 오 코치에게 직접 물었다.

“2018년은 정말로 예측이 어려워요. 예전에는 선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선수를 한번 하면 오래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국가대표선수와 후보선수들 간의 격차도 꽤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실력이 많이 평준화됐어요. 누가 떨어질지, 누가 올라갈지 알 수가 없어요. 한마디로 밑에서는 해볼만한 게임이 됐고, 위에서는 절대 방심할 수 없게 된 거죠.” 

국가대표는 대회 출전 점수를 합산해 여자 8명, 남자 4명이 꾸려진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빛낼 유망주는 누가 될까.

◆ 제2의 김연아를 향한 유망주들의 도전

동갑내기 임아현(15∙강일중)과 김세나(15∙휘경여중)는 오는 4월부터 국가대표에 합류하게 된다. 김연아를 보며 꿈을 키워온 '김연아 키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늘 4월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김세나(왼쪽), 임아현. 이들은 2018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선의의 경쟁 관계다.

- 스케이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아현 :  TV에서 연아 언니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방학 특강으로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고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어요.

세나 : 저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 갔다가 가운데서 스케이트타는 아이들 보고 부모님께 시켜달라고 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을 거예요.

-피겨가 재미있을 때는 언제지요?

아현 : 점프가 잘될 때! 그리고 대회 나갈 때요.

-대회 나가는 게 재밌어요?

아현 : 대회 나가서 긴장 되는 게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대회 때 잘하게 되면 행복해요. 대회를 나갈 때 마다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생겨서 그걸 항상 보완하려고 노력해요. 

▲ 대회 출전할 때 느끼는 긴장감을 즐긴다는 임아현.

-소치올림픽 경기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아현 : 선수들이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멋있어 보여요. 특히 연아 언니가 올림픽에 두번이나 나가는 것도 존경스러워요.

세나 :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선수들마다 어떤 게 잘하는지 제 눈에도 보이니까 재미있어요. 그리고 각 선수들마다 배울 점도 많은 것같아요.

-지금은 국가대표 후보선수이지만, 4월부터 정식 대표팀이 되는데 기분이 어때요?

아현 : 그 말을 듣고 난 다음날부터 연습하는데 감흥이 달랐어요. 스케이트 타는 게 더 설레였어요. 이제 국가대표이니까 지금부터 ‘계속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세나 :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목표도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마음도 세졌다고 해야 하나? 안되는 기술도 더 열심히 연습할 거예요.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아요.

▲ 국가대표가 되자 개인적인 목표가 늘었다는 김세나는 한번 올라갔으니 다시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라고 밣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여러분들에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란?

아현 : 시간이 4년이나 남았지만, 꼭 나가고 싶어요.

세나 : 제 목표죠. 나가고 싶고, 잘 할 수 있을 것같아요.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어린 나이이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진지한 승부욕과 피겨에 대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 피겨 대표 선발 방식

피겨 국가대표는 매 시즌 11월의 랭킹대회와 1월의 종합선수권대회 성적을 합산해 남자 4명, 여자 8명 총 12명을 선발한다. 그리고 차상위 12명은 국가대표 후보선수로 선발한다.

올림픽이나 4대륙선수권대회는 11월 랭킹대회 성적 우수자가, 매년 3월 개최되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는 1월 종합선수권 성적 우수자가 출전하게 된다. 그외 국제대회 출전선수는 대회 전 열리는 각 대회들로 선발전을 대체한다.

[취재 후기] 오지연 코치는 앞으로를 위해서 피겨스케이팅에 더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다 보니 부상도 잦고, 이는 선수들의 빠른 은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진정 '제2의 김연아'를 보고 싶다면 국민과 스포츠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같다.

iversoon@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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