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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또 오해영' 전혜빈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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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또 오해영' 전혜빈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드라마"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7.13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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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그야말로 '또 오해영' 열풍이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은 사랑에 빠져도 보고 아파도 본 20~30대의 감성을 건드리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또 오해영'은 외모, 능력, 집안 모든 면에서 우월한 동명이인 오해영(전혜빈 분)을 보며 살아온 오해영(서현진 분)의 이야기다. 이름만 같고 모든 면에서는 다른 두 오해영, 두 배우의 캐스팅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찬사가 따랐다. '금수저 오해영'의 준말, 이른바 '금해영'이라고 불렸던 전혜빈은 똑부러지면서도 깍쟁이같은 면모, 그럼에도 내면에 상처를 지닌 모습을 연기했다.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또 오해영'을 통해 전혜빈을 새롭게 보게 됐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전혜빈은 앞서 드라마 '조선총잡이' '직장의 신' '인수대비' 등에 출연했다. 그동안 쌓은 연기력은 '또 오해영'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 제대로 발휘됐다.

◆ 모두가 좋아하는 금해영, 마음 편하지 않았던 이유 

대본에서 '금해영'을 가리키는 표현은 '예쁜 오해영'이었다. '완벽녀' 설정을 연기하게 된 전혜빈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다들 '예쁜 오해영'이라고 불러주시는데, 처음엔 참 부담이 됐어요. 어떻게 보면 시청자가 좋아할 수 없는 캐릭터였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초반엔 좀 얄밉긴 했어도 결국엔 잘 성장한 해영이가 된 것 같아요."

▲ '또 오해영'에 오해영 역으로 출연한 전혜빈을 지난 1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또 오해영'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이 따랐다. 오해영(전혜빈 분)은 갑자기 박도경(에릭 분)과의 결혼을 취소해 버렸고, 도경은 오해영(서현진 분)을 '금해영'으로 오해해 그의 결혼을 깨 버렸다. 그러나 가해자들에게도 이들만의 사정은 분명했다. 각 캐릭터의 상황을 세세히 설명하고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린 덕분에, 시청자로서는 당사자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도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그런 성장담을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금해영의 경우에도 미움받기보다는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카메론 디아즈처럼, 미워할 수 없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표현하길 원하셨죠. 열심히는 했는데 생각대로 안되더라고요.(웃음)"

회차를 거듭하며 금해영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이 생겼다. 흙해영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던 금해영 역시도 나름대로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금해영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다.

"해영이가 알파걸처럼 보였어도 알파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부모든, 연인이든 사랑에 대해서는 늘 결핍이 있었어요. 여기에다가, 연인 도경마저 날 사랑해서가 아니라 불쌍하게 여겨서 결혼했다고 하니 충격이 컸을 것 같아요.

해영이는 늘 두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늘 모두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희란(흙해영의 절친)같은 베스트 프렌드는 없잖아요. (흙)해영이에게 자꾸 술 한잔하자, 했던 것도 친구가 되고 싶어서였던 것 같아요. 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했던 사람이니까 동질감이 있고, 굉장히 좋은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거죠. 해영 캐릭터로서도, 대본을 보는 저 자신으로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 '또 오해영' 전혜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또 오해영' 처럼 '미치게 좋은' 사랑을 하고 싶다"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금해영만의 또 다른 설정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도경을 사랑했던 금해영은 끝내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 준다.

"원래 시놉시스에는 한태진(이재윤 분)이 금해영에게 "함께 복수를 하자"고 제의하는 설정이 있었어요. '당신도 피해자 아니냐, 저 두 사람이 망가지는 걸 보고싶지 않느냐'는 대사도 있었죠. 금해영은 거절해요.

작가님은 복수보다는 가족, 사랑에 대한 금해영의 결핍을 좀 더 드러내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아픈 사연을 통해 공감을 부르고, 시청자가 보다 금해영의 편이 돼 줄 수 있도록요. 성적표가 서로 바뀌는 에피소드는 원래 없었는데 생긴 경우예요. 그때 해영 모녀가 손잡고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정말 기분이 이상할 정도였어요. "

전혜빈은 "감독님, 작가님이 너무너무 좋은 분이세요. 그 바쁜 와중에도 캐릭터 하나하나를 다 좋아하시고 잘 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모두의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지 않았나 싶어요"라며 거듭 제작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또 오해영'은 20~30대를 타깃으로 했다. 누구나 해봤을 짝사랑, 가슴 아픈 사랑, 결혼을 앞둔 나이에는 하기 힘든 열정적인 사랑을 다루며 큰 지지를 얻었다. 이 점은 전혜빈 또한 느끼는 부분이었다. 

"흙해영의 대사 중 '여자들은 짜게 구는 남자가 더 밉다'는 대사가 있는데 정말 와 닿더라고요. 그동안 사랑하면서 얼마나 짜게 굴었나 싶어서 뜨끔했어요. 언젠가부터 딱 받는 만큼 주는, 그런 사랑을 했던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모든 걸 내주는 사랑을 했지만, 상처를 한 두 번 받다 보니 손해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또 오해영'을 통해서 해영이처럼 '미치게 좋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날 미치게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어도 정말 행복할 테고요."

관련해, 자연스럽게 결혼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전혜빈은 30대 중반이다.

"예전엔 늦게 결혼하면 안 되겠단 강박증이 있었어요. 해탈한 건진 모르겠는데 막상 지금 나이가 되니 급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연이 쉽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쉽게 다가와지길 바라지도 않고요. 잘 기다리다 보면 인연이 곁에 와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지금 만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이유가 있을 거고요. 진짜 인연이 곁에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잘 볼 수 있도록 해야죠."

▲ '또 오해영' 전혜빈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 '러브' '밀크'로 함께 데뷔한 서현진, 동지애 느껴 

전혜빈과의 인터뷰에서는 상대 배우 서현진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극중 두 오해영은 같은 이름을 지닌 채 같은 학교와 회사에 다녔다. 실제 배우인 전혜빈과 서현진 역시도 공통점들이 많다. 서현진은 2001년 걸그룹 '밀크', 전혜빈은 2002년 '러브'로 데뷔했다. 이후 연기자로서 진로를 정하고 걸어왔다. 

"걸그룹으로 데뷔해 연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뼈아픈 일들을 겪었다는 점도 비슷해요. 그러다 보니 동지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서로 말 안 해도 아는 부분들이 있죠.  

활동 당시엔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매니저분들끼리 친해서 함께 공개방송에 가고 노래방도 갔던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는 기사나 방송을 통해서 현진이의 소식을 접했죠. 드라마에서 만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음, 그냥 좋아요. 잘돼서 너무 대견하고 축하해 주고 싶은, 친언니같은 마음이에요."

'또 오해영' 전혜빈의 마지막 촬영날, 서현진은 이를 기념해 케이크를 준비하기도 했다. '금해영'으로 불리면서도 기댈 곳 없었던, 방송 초중반에는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기도 한 전혜빈이기에 서현진의 '고생했다'는 말에는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언니 고생했어' 하더라고요. '고생은 네가 했지' 했는데 '언니가 고생한 거야' 하더라고요. 제 마음도 알아주는 것 같고, 참…. 내적, 외적으로 정말 좋은 친구고 훌륭한 배우예요."

서현진과는 이후 남미 여행을 함께 가기로 약속해 둔 상황이다. 전혜빈은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힘든 일이 있으면 찾게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가끔 아유미 같은 동생들이 고민이 있을 때 연락을 하고 찾아오곤 해요. 제가 동생에게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입장이 됐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후배나 주변 사람들에게 속을 터놓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 '또 오해영' 전혜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취재후기] 전혜빈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순간은 매번의 눈맞춤이다. 전혜빈은 질문에 답을 줄줄 이어가기보단, 자신이 궁금한 지점에 대해선 되묻고 의견도 밝히며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전혜빈은 에너지 넘치는 태도와 함께 매 질문마다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고 시원하게 답하는 언변만큼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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