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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탑방 고양이'와 사는 남자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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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탑방 고양이'와 사는 남자 김선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1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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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로맨틱 코미디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대학로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공연이다. 히트 드라마를 각색해 지난 2010년 초연한 뒤 시즌10을 맞았다. 작가의 꿈을 안고 상경한 정은과 차도남 건축설계사 경민이 서울 창신동의 한 옥탑방에 동거하며 티격태격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경민 역을 5명의 풋풋한 훈남 연극배우들이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공연장인 대학로 틴틴홀 인근 카페에서 짙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김선호(28)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200대1 경쟁률 뚫고 완벽한 차도남 경민 역 캐스팅

“‘옥탑방’은 대학로 남자배우들이 한번쯤 해보고 싶어하는 역할이에요. 키 크고, 잘 생기고, 연기가 된다 싶은 젊은 남자배우들은 죄다 이 오디션에 지망하거든요. 이번에 무려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이 됐어요. 오디션 때 저의 다양한 면모와 순발력을 어필하는 데 주력했어요. 다른 배우들과 다른 매력, 디렉션을 빠르게 캐치할 수 있음을 연출자에게 신뢰시켜야 하니까요. 말투, 표정, 웃음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민에 가깝게 연출했어요.”

경민은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한 완벽한 조건의 남자다. 서울 토박이에 지적이면서 깔끔한 성격, 친절하고 자상하다. 서울의 변두리 동네인 창신동에 집을 짓는, 확고한 꿈을 지니고 있다.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로 불리는 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5명의 경민 가운데 김선호는 여성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훈남’으로, 송광원은 넋을 잃게 하는 ‘판타지 가이’로 각광받고 있다.

“완벽해 보이나 어설픈 매력이 있는 인물이에요. 장난기 많고 빈틈 있는 점은 저랑 비슷해요. 하지만 젠틀한 점은 달라서(웃음), 그렇다고 제가 비신사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젠틀한 말투를 구사하는 게 힘들었어요. 5명의 배우들이 경민을 연기하고 있는데 ‘김선호의 경민’은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건강한 경민인 것 같아요. 이제까지 경민 역을 소화한 40~50명의 배우들 모두 프라이드가 대단해요.”

 

◆ ‘옥탑방 고양이’ 다른 로코물과 달리 가볍지 않은 매력 발산

2년 전 ‘옥탑방 고양이’를 관람한 뒤 소극장 공연임에도 너무 예쁜 무대에 매료됐다.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며 자신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분출했다. 대학로에 넘쳐나는 숱한 로맨틱 코미디 공연과 달리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점이 마음을 흔들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창신동은 사람 냄새 나는 동네예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특별한 사람들이 만나 이뤄가는 이야기 안에는 부녀의 사랑, 청춘의 꿈, 남녀의 사랑 등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요즘 청춘들 가운데 꿈을 가진 사람이 참 드물고, 꿈을 이루는 사람은 더더욱 드문데 ‘옥탑방’의 주인공들 역시 꿈을 이루진 못해요. 하지만 우리와 같은 이들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관객의 가슴을 울리지 않나 싶어요. 상업극이지만 스토리라인이 다르죠.”

즉각적으로 터져 나오는 객석 반응은 연기를 하는 재미를 배가한다. 워낙 커플 관객이 많다보니 무대 위 멋진 남자배우를 향해 소리를 지르다 남친의 눈치를 보며 입을 틀어막는 여성 관객, 서로 싸우는 커플 등 재미있는 객석 풍경을 감상하는 점이 재미나다.

 

◆ 서울예대-신병훈련소 조교 거치며 배우로 담금질

서울대 인근 봉천동에서 성장한 김선호는 학창시절 앞에 나가 책을 낭독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다. 성량이나 발음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를 따라 연기학원에 갔다. 그때 나이 19세였다.

“배우는 절대 하지 말아라”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너무 못했다. 오기가 생겨 연기학원에서 매일 앞에 나가 낭독하려 했고, 많은 책을 읽는데 공을 들였다. 처음엔 오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특별해지는 느낌이 솟구쳤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란 희열에 빠져들게 됐다. 그런 마음으로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연기 전공으로 입학했다.

대학시절 배우 박희순, 임원희 등이 거쳐 간 동아리 ‘극예술 연구회’에서 연극을 하며 연기력을 벼렸다. 종강 후에도 동료들과 어울려 다니며 연습에 매진했다. 1학년 때 연기에 대한 고민이 가득할 때 조정석 주연의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노래와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에 큰 자극을 얻었다. 이후 군입대해 논산 신병훈련소 조교로 복무했다. 김선호를 탈바꿈시킨 터닝 포인트였다.

“늘 복창을 해야하니 발성과 발음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또 공익근무요원들을 상담하고 관리해야하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접했어요. 복권 1등 당첨자부터 게이, 성전환자, 조폭 형님 등을 접하며 성격이 활달해졌고 화술도 좋아졌어요. 북학 후 교수님들로부터 ‘너무 달라졌다’고 칭찬을 들었죠.”

 

◆ 연극 ‘셜록홈즈’ ‘보잉보잉’ ‘7년동안…’ 거치며 숨은 보석으로 주목

졸업 후 2011년부터 연극 ‘셜록홈즈’의 왓슨 박사, ‘보잉보잉’의 성기,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의 기억을 잃은 인호를 연기하며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짱짱한 성량의 목소리와 184cm의 우월한 신체조건, 하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의 훈훈한 비주얼로 관객들 사이에선 ‘공연계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공연 때문에 7kg을 감량해서 68kg이 됐어요. 전에는 착한 이미지였는데 살을 내리고 나니 예민함과 날카로움이 엿보인다고 해요. 배우는 관객을 끌 수 있을만한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저만의 매력을 만들어나가는 게 과제죠. 전 위트를 강조하려고요. 비극에서도 위트가 묻어나야 더욱 설득력이 있잖아요. 그리고 서른이 되기 전에 무대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모범생들’ ‘히스토리 보이즈’가 딱이죠. 후후.”

[취재후기] 인천의 집에서 대학로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오는 2시간 내내 노래 가사와 대사를 읊조린다. 짜투리 시간을 연습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집요한 성격이라 하나를 물면 계속 파고든다. 이 모든 게 “노력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요즘도 동료들과 연극 ‘햄릿’의 독백 대사를 뽑아서 스터디를 하고 있다. 언젠가 맡게 될지도 모를 ‘햄릿’을 미리부터 준비해두려고 하는 생각에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남자 냄새가 훅 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트루 웨스트’ ‘쓰릴 미’ 등 좋은 작품들은 넘쳐나니까 저만 잘하면 되죠."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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