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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유승호 "'김선달' 섹시미, 저절로 나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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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유승호 "'김선달' 섹시미, 저절로 나오던데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7.16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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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이 순항 중이다. 닭을 봉황으로 속이고, 주인 없는 대동강을 팔아 먹고. 어린 시절 들었던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김선달 사기패'들의 사기극으로 탄생했다.

'김선달'의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그의 나이나 생김새 등에 대해서는 다뤄진 바 없다. 다만 '봉이 김선달'의 박대민 감독은 젊고 섹시한 사기꾼을 만들고 싶었다는 전언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는 설명으로, 남녀와 세대를 통틀어 호감을 얻고 있는 배우 유승호가 김선달 역에 낙점됐다.

[스포츠Q(큐)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생각해 보면 유승호는 다른 배우들보다 뭐든 시작점이 빨랐다. 2000년 MBC '가시고기'로 데뷔했던 나이는 여덟 살. 또래들이 '아역'을 맡을 때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닌 하나의 온전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맡는 캐릭터의 나이는 훌쩍 뛰었다. 18세엔 '욕망의 불꽃'에서 21세 김민재 역을 맡았고, 20세에 연기한 '보고싶다'의 강형준 역은 26세였다. '들어 보이는' 외모도 아닌데, 실제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캐릭터들을 연이어 맡은 이유는 뛰어난 연기력 외에도 나이답지 않은 차분하고 반듯한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봉이 김선달' 유승호

◆ 코미디 영화 '봉이 김선달', 즐겁게 촬영한 첫 현장 

그렇게 참 반듯하다고 평가받는 배우 유승호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차츰 달라졌다. 특히 이번 '봉이 김선달'에서는 삶을 즐기고 사랑하는 '쾌남' 사기꾼 김선달 역을 맡고, 코미디 연기를 소화했다.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 촬영 현장을 지금까지의 촬영장 중 가장 즐거웠던 곳으로 꼽았다.

"지금까지 제 출연작을 보면 조금은 어둡고 우울하고,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던 적이 많아요. 잠깐 쉬는 시간에 스태프 분들, 배우 분들과 함께 웃을 수는 있어도 촬영 자체에서 웃을 수는 없었죠. 하지만 이번엔 촬영 자체가 너무 재밌었고 웃음 참느라 혼났던 기억이 많아요."

'봉이 김선달'을 통해 관객이 유승호의 새로운 모습을 본 만큼, 유승호 역시도 이를 통해 새롭게 경험한 것이 많다. 사기행각을 벌이기 위해 여인, 노인, 스님 등 다양한 인물을 흉내낸 분장 연기가 그것이다. 노인 분장의 경우, 오랜 시간이 걸려 아침부터 꼬박 분장을 했다. 입 주변에 붙인 것들이 떨어질까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해, 이 장면은 나중에 후시녹음을 해야 했다.

"수염도 처음 붙였고, 여장도 그렇고. 스님 분장도 처음 하게 됐던 거라 모든 역할이 재밌었어요. 사냥꾼 역을 하기 위해 한여름에 호피를 입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국밥집 주모를 상대로 '미남계'를 펼치는 장면은 유승호의 능글맞고 섹시한(?) 연기가 들어간 장면이기도 하다. 관련해 어떻게 연기했냐 물으니 제법 농담 섞인 답이 돌아왔다.

"섹시미요? 어휴~ 저절로 나오던데요?(웃음) 앞으로는 굉장히 가벼운 역할도 해 보고 싶어요. ('제비' 같은 역할인가요?) 네. 재밌을 것 같아요."

▲ '봉이 김선달' 유승호

◆ 어린 나이에 경험한 군대, 많은 것 배웠다  

수년간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며 반듯함의 상징처럼 자리한 유승호다. 어쩐지 농담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는데,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여유까지 생겼다.

이는 또래 배우들은 경험하지 않은 군 생활을 통해서였다. 유승호는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2013년 3월 입대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또래 배우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하며 또래들과 어울리는 일이 적었던 유승호는 군대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각기 다른 출신의 사람들 틈에 섞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실 부모님은 대학에 가고, 군대에도 나중에 가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도망가고픈 생각이 있었어요. 군대에 가면 아무도 제게 터치를 못 하잖아요.

어린 제가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셨겠지만 제겐 많은 이유가 있었어요. 부모님께선 연기도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땐 다른 친구들은 연기에만 집중하는데 왜 난 공부까지 해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또, 어렸을 때 꿈이 군인이기도 했고…. 물론 들어가자마자 후회했죠.(웃음)"

▲ '봉이 김선달' 유승호

◆ 지난해 작품 네 편, "욕심이었다"..."즐기면서 연기할 것"

2014년 12월 전역 후, 유승호는 바쁜 1년을 보냈다. 2015년 2월 영화 '조선마술사' 촬영을 시작해 7월 촬영을 마쳤고, 6월 시작된 '봉이 김선달' 촬영은 9월 크랭크업했다. SBS 20부작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그해 11월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2월 마무리했다. MBC 에브리원 8부작 드라마 '상상고양이'도 함께했다.

"좋고 재밌는 작품이 들어오니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작년에만 네 작품을 연달아했는데, 사실 좀 무리였어요. 저도 그렇고 제작사, 제작진에 결코 좋은 결정이 아니었어요. 너무 여유가 없다 보니 준비도 못했고 서로에게 좋은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죠. '리멤버'가 끝나고 나서는 지금까지 휴식을 길게 갖고 있어요. 앞으로는 좀 더 천천히 여유있게 하려고 해요."

앞으로 배우 유승호의 활동에는 더욱 큰 기대가 모아진다. 올해로 연기 17년차, 유승호는 점차 작품에 대한 책임감은 커지지만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털어놨다.

"어렸을 때는 이 일(연기)을 시키는 게 너무 싫었어요. 난 관심도 없는데 왜 자꾸 시킬까 싶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다닐 때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나 잘 하는 것 한 가지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대체 뭘까. 공부, 운동, 노래, 춤 다 아닌데 그나마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이거였나 보다 싶었죠. 부모님께선 그걸 좀 더 일찍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신 거고요. 그때부터 제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좀 더 이 일을 사랑하고 책임감 있고, 영화에서처럼("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거다" '봉이 김선달' 속 대사) 즐기면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요."

▲ '봉이 김선달' 유승호

[취재후기] "예능 프로그램은 좋아하고 자주 보는데, 정작 나는 웃기는 걸 잘 못한다"던 유승호가, 종종 좌중을 웃기거나 목소리가 커졌던 순간이 있다. 다름아닌 군대 이야기를 할 때다. 이 점을 말해주니 "하하, 저도 어쩔 수 없나 봐요." 웃음과 함께 대답이 따라왔다. 바르고 사랑스러운 '국민 남동생'의 면모는 그대로지만, 보다 넓어진 시야만큼 보여줄 모습이 더 많은 배우 유승호로서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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