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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21) 한창범, '형사전문배우'가 365일 수염을 기르는 이유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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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21) 한창범, '형사전문배우'가 365일 수염을 기르는 이유 (인터뷰Q)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7.1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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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히든스타 릴레이'. 스포츠Q는 매회 색다른 사연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서프라이즈'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에 출연하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스포츠Q(큐) 글 오소영 기자 · 사진 이상민 기자] "언제든 캐스팅이 가능하게, 늘 수염을 기르고 있어요. 수염을 기른 배역엔 분장 없이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할 수 있고, 수염이 필요없는 배역이라면 그때 밀면 되잖아요."

한창범은 촬영 스케줄이 비어있는 때도 수염을 기르고 있다. 갑작스러운 캐스팅에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늘 준비된 배우, 한창범을 만났다.

◆ '형사 전문 배우'가 '불륜남'을 연기하려는 이유

한창범이 직접 운영 중인 블로그의 닉네임은 '형사전문배우'다. 사건사고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형사 캐릭터는 단골 배역이다. 한창범은 MBN '실제상황', TV조선 '이것은 실화다', 채널A '모큐드라마 싸인' 등에 출연하며 주로 형사 역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젠 '형사전문배우'를 탈피하고 싶다고 했다.

▲ 지난 7일, 배우 한창범을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유쾌하고 즐거운 인터뷰였다.

"사실 형사 역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어요. 쉽게 말하면 3D 배역이죠. 형사 역을 많이 맡아서 그렇게 별명을 지었는데, 이젠 다른 역할도 연기하고 싶어서 얼마전부터는 '다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렇다면 새롭게 맡고 싶은 역할은? 누구나 멋있게 여기는 역할일 줄 알았는데, 답은 의외였다. '바람둥이'나 '불륜남' 역이다.

워낙 프로그램의 파급력이 크고, 리얼리티가 높게 연출하다 보니 범죄자 역을 단골로 맡는 배우들은 실생활에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악역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한창범은 오히려 남들이 꺼리는 역을 원했다.

"물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제 경우 남들보다 경력이 짧다 보니 얼굴을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이 꺼리는 역할을 맡아서라도 기회를 잡아야죠. 그리고 자신 있어요.(웃음)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 않나요?"

◆ '아친아' 서태지 보며 키운 연예인의 꿈

한창범이 연기를 전문적으로 시작한지는 7년째지만, 이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다. 어려서부터 노래, 춤에 일가견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끼가 있었다. 오락부장을 도맡았고. 주변에선 연예인을 하라고 수없이 권했다. 특히 아버지가 가수 서태지의 아버지와 죽마고우 사이로. '아빠 친구 아들'을 지켜보며 꿈을 키웠다.

"저희 아버지께선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세요. 서태지 씨가 너무 부러워서 아버지께 나도 방송 일을 하고 싶다고, 매니저라도 좋으니 관련된 일을 좀 시켜 달라 말씀드렸다가 굉장히 혼났어요. 그랬는데 이제야 제가 늦게 일을 시작하니 미안한 마음이 있으신가 봐요. '지금이라도 같이 가서 말해 볼까' 하시는데 무슨 이유로 가겠어요. 지금 전 무명배우인데."

▲ 배우 한창범

그는 지금까지 여러 좋은 기회가 있었으나, 그냥 놓쳐 버린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교 시절 오디션을 통해 유명한 기획사에 발탁될 뻔했으나 가족의 반대로 무산되고, 유명 영화 출연 제의도 받았으나 영화 제작 자체가 엎어지기도 했다. 이후 마음을 접고 사업, 햄버거 가게, 영업 등 다양한 일을 했지만 연기를 하고 싶어 공채 성우시험에 도전하는 등, 꿈을 잊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열망이 펑 터졌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그걸 꾹꾹 누르고 있던 거예요. 그러다 더는 못 참겠더라고요. 언제부턴가 드라마를 봐도 그 내용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배우의 눈빛과 표정만을 보고 있더군요. 잠이 들면 유명 감독님들이 나오는 꿈을 꾸고요. 참고 참았던 열망이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거죠. 더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필을 돌리거나 오디션을 보면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던 일을 과감히 접고, 연기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하고 싶었던 연기를 시작하게 된 소감은 어떨까. 한창범은 아주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시작하면 굉장히 잘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연기적인 면도 그렇고, 다른 면도 그렇고 잘 못 하더라고요.(웃음)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

▲ SBS '비밀의 문', MBN '실제상황' 출연 모습 [사진='비밀의 문' '실제상황' 방송화면 캡처]

◆ 4년만 기다려, 난 대기만성 배우 

비록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그만의 무기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며, 모든 면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단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촬영을 하더라도 늘 스태프들을 도와주는 스타일이다 보니 입소문이 좋게 나서, 다음 일에 대한 제의로 이어지곤 한다.

"저는 사람 간 배려,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촬영을 하러 가서 제 역할만 하고 올 수도 있지만, 현장을 익히고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안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이는 연기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창범이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상대와의 호흡이다. 내가 카메라에 잡히지 않더라도 상대에 대한 리액션이 장면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대사, 리액션을 보면서 항상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 점이 더 중요한 거 같고요. 연기든 뭐든, 역시 배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한창범은 '대기만성'한 배우가 되길 꿈꾼다. 자신만의 영역과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한 선배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시작은 비교적 늦었고, 지금은 이름 석 자 알리기도 쉽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성공하겠다는 다짐이다. 배우 안내상은 그가 꼽는 롤모델이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은데, 전 특히 안내상 선배님의 연기와 그분이 걸어오신 길을 존경해요. 출연하신 드라마 '송곳'을 보고 굉장히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하이킥' 등등, 선배님이 나오신 전작을 모두 찾아봤죠. 재연 프로그램에 나오신 적도 있었다가 지금 누구나 아는 배우가 되셨는데, 그 연기력은 정말 감탄스러워요."

연예계에는 수년의 무명생활을 견디고, 뒤늦게 조명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창범 역시 주변에 "4년만 기다려라"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 분야에서는 시간싸움인 것 같아요. 누가 이기나, 끝까지 버티면 결국 이기는 것 같아요. 전 지금까지 원하는 결과를 못 얻어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늘 노력을 해서 이뤄냈죠. 제가 즐겨하는 말이 '4년만 기다려' 거든요. 나중엔 지금을 돌아보면서 얘기하는게 제 꿈이에요."

▲ 배우 한창범

[취재후기] 끼 많은 배우 한창범의 또 다른 특기는 진행이다. 결혼식 사회는 단골이고, 최근에는 경찰방송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익숙하게 진행을 하기도 했다. 높은 친화력과 유머러스한 태도로, 초면의 상대와도 거리감이 없다.

그만큼 그와의 인터뷰는 웃음이 가득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4년 후, 혹은 그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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