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한마디 말도 허용치 않는 '침묵의 레스토랑 EAT'
상태바
한마디 말도 허용치 않는 '침묵의 레스토랑 EAT'
  • 이상은 통신원
  • 승인 2014.02.26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욕=스포츠Q 이상은 통신원] 아티스트들이 하나둘씩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트렌디한 동네로 떠오른 브루클린의 그린 포인트. 주말을 맞아 떠들썩해지는 거리에 자리집은 한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쨍’ ’딸그닥’ ’콸콸’ ’뚜벅뚜벅’ 등 접시와 수저들이 부딪히는 소리, 물 따르는 소리, 의자 움직이는 소리, 웨이터의 발소리로 요란하지만 사람의 말소리는 전혀 들을 수가 없다.

 
이곳은 4개의 풀코스 요리를 먹는 동안 한 마디의 말도 허용되지 않는 ‘EAT’(Do not Speak) 레스토랑이다. 말이 금지돼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도 ‘턴 오프’ 모드여야 한다. 오로지 눈빛이나 손짓, 표정만으로 서로 소통해야 하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하는 곳이다.

이 아이디어는 요리사 니콜라스 너만이 대학시절 인도의 한 절에서 경험한 ‘말없이 먹는 조용한 아침식사’에서 나왔다. 말이 금지된 아침 식사를 들면서 음식에 대한 고마움, 맛을 진정으로 음미할수 있었던 기억을 복원해 그 경험을 뉴요커들에게도 선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서로 대화하면서 식사하는 미국인들 입장에서 이곳은 무척 새롭고 자칫 어색한 분위기로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들은 가기 전에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한다. 혼자 ‘낄낄’ 웃다보면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아 더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연인이 오면 오히려 스킨십이 잦아지고 더 로맨틱한 식사를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또 다른 이유로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커플의 남자는 "밥 먹는데 드디어 여자친구의 재잘거리는 소리로부터 해방돼 너무 좋았다. 어느 나라에도 이런 레스토랑은 먹힐 거다. 일단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받아 대박날 거다"라며 감탄한다.

 

또 어떤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표정으로 얘기하다보니 몇시간 후 자신도 모르게 서로의 바디랭귀지를 이해하는 경험을 만끽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일단 말이 없기 때문에 행동이나 에티켓 하나하나가 훨씬 더 눈에 띈다. 그래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보기가 더 힘들다. 중간에 사람들이 조용히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재채기, 기침 또는 코를 풀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익스큐즈 미"하고 넘길 법한 작은 행동도 말을 못하니 자리를 피해서 처리하고 들어오는 예의를 차리게 되는 셈이다.

 
     

이곳은 한달에 두세차례 일요일 오후 8시부터 침묵의 4코스 요리를 제공하는데 몇달치 예약이 밀려 있는 상황이다. 말 없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어색해 하는 뉴요커들에게 하나의 도전을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남자친구와 싸웠을 때 이곳에서 저녁을 예약해서 조용히 함께 먹는다면 아주 훌륭한 화해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sangehn@gmail.com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