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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스포츠콘텐츠의 예능화, '배꼽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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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스포츠콘텐츠의 예능화, '배꼽을 잡아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7.20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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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포츠-MBC스포츠플러스, 센스 넘치는 BGM-스팟영상으로 뜨거운 호응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 “어림없을텐데 전라도 사투리라...”라는 내레이션이 깔립니다. ‘최희섭의 새로운 도전 형.저.메 5월 대개봉’이라는 자막으로 영상이 끝나더군요. 고향이 빛고을 광주인 최희섭의 메이저리그(MLB) 해설 입문을 알리는 MBC스포츠플러스의 30초짜리 광고입니다.

#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콜롬비아가 조별리그에서 그리스를 3-0으로 완파했을 때입니다. SBS 축구중계팀은 엔딩곡으로 육각수의 ‘아싸라비아’를 선정했어요. 완벽한 경기력으로 돌풍의 서막을 알린 콜롬비아를 향한 찬사입니다. 가사엔 '아싸라비아 콜롬비아'가 있습니다.

▲ 메이저리그 해설 데뷔에 나서는 최희섭. “어림없을텐데 전라도 사투리라”고 걱정하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약 빨았다’, ‘센스 죽인다’ 등 열광적인 반응을 보냅니다.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되니 방송사도 ‘병맛’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지나치게 가볍고 맥락 없고 형편없어 보일지라도 대세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BGM을 기다리는 맛, SBS스포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버풀에 3-0으로 무너지니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가, 한물간 줄 알았던 사무엘 에투(당시 첼시)가 노익장을 과시하니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가 깔립니다. 손흥민이 토트넘 입단 후 첫 골을 넣었을 땐 1988년 서울 올림픽 주제곡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나왔습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야구중계가 11년 연속 시청률 1위를 달리는 비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 EPL 데뷔골을 넣고 감격해 하는 손흥민. SBS스포츠는 축하의 의미로 '손에 손잡고'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시즌 초반 부진해 KBO 퓨처스리그로 강등됐던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가 5월 초 콜업돼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자 ‘에반스의 유혹’이라며 얼굴에 점을 찍습니다. 2군행 전후 기록을 비교하며 유명한 그 노래 ‘아내의 유혹’을 삽입합니다. 에반스는 2008년 안방을 강타한 장서희로 재탄생했습니다.

MBC스포츠플러스는 자사 해설위원의 쑥스러운 추억도 과감히 들춰냅니다. 고소영과 최고 신인 동반 인터뷰를 가졌던 양준혁 위원, 양수경 선동열 전 감독과 ‘투앤원’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음반을 냈던 이종범 위원은 1990년대 초반 풋풋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팬들과 교감합니다.

유럽축구팬들 사이에서 ‘변태’라 불리는 김찬헌 SBS스포츠 PD는 “스포츠도 스낵컬처화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텍스트가 간결해지고 이미지가 풍부해지니 가볍게, 짧게, 스마트하게, 마음 편히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희화화하지 않고, 땀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는 이 방향이 절대 옳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3분짜리 동영상 클립으로 소식을 접하는 시대입니다. 재밌는 것이 얼마나 많나요.

스포츠콘텐츠의 예능화. '빅재미'를 선사하려는 방송사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자사 양준혁, 이종범 해설위원의 추억을 더듬는 MBC스포츠플러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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