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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6) 비워서 채운 기보배, 최초 2연패는 '긍정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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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6) 비워서 채운 기보배, 최초 2연패는 '긍정의 힘'으로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7.20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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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양궁> 에이스 기보배, 사상 최초 개인전 기록 도전에 한국양궁도 최초 4개 종목 천하통일 목표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사실 예전에는 내가 첫 2연패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마음을 비우려 노력하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을 보름밖에 남겨두지 않았지만 한국 여자양궁 ‘간판’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빗속에서도 연신 웃는 얼굴로 하루 400발을 쏘는 훈련을 소화했던 기보배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단체전 2관왕 기보배는 “양궁 국가대표 자리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훈련과 연습을 하면서도 항상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라면서도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한다. 겉으로라도 웃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런던 올림픽 여자 양궁 2관왕 기보배는 양궁 사상 최초로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한다. [사진=스포츠Q DB]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활 대신 해설위원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은 게 기보배에게 많은 공부가 됐다. 양궁인생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단다.

기보배는 “선수들이 선전하는 것이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 아시안게임 이후 더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 "단체전 8연패? 동료들과 함께라면 무서울 것 없다"

한국 여자양궁은 그동안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여자대표팀은 양궁이 1972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 이후 14개의 개인, 단체전 금메달을 석권했다. 서향순이 1984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금빛 화살을 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는 올림픽 7연패를 달성하며 '팀의 힘'으로 정상을 지켜왔다.

때문에 기보배는 단체전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기보배는 “단체전은 나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화살을 쏘는 것이기 때문에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단체전에 함께 출전하는 장혜진(29‧LH), 최미선(20‧광주여대)과는 매우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는 것이다.

▲ 기보배는 7연패를 달성했던 여자 단체전에서는 "함께 쏘는 것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개인전에서는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중이다. [사진=세계양궁연맹 제공]

하지만 사상 최초의 올림픽 개인전 2연패 도전에 대해서는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다. 기보배는 그간 이를 내려놓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예전엔 내가 한국 여자양궁 최초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말문을 연 그는 “하지만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마음을 비우려 노력하고 있다. (최)미선이도 최근 경기력이 좋고 워낙 잘 쏘는 선수들이 많다. 편한 마음으로 사대에 서려 한다”고 말했다.

◆ 태극궁사, 역대 올림픽 최초 '싹쓸이 금메달' 도전

한국 양궁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태권도와 함께 최고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한 것을 비롯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등에서 금메달 3개씩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의 독주가 계속되자 세계양궁연맹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개인전부터 점수 누적제 대신 세트 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세트제 방식으로 본선을 진행하고 있다. 최장 5세트까지 맞대결을 펼쳐 세트점수 6점 이상을 먼저 따면 승리하는데, 개인전은 한 세트에 3발씩을 쏴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획득한다.

▲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최다 연속 우승을 8대회롤 늘려가려는 한국 여자양궁대표 장혜진(왼쪽부터), 기보배, 최미선이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표적을 살피고 사대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각 나라에 한국인 코치들이 파견되고 또 귀화하는 선수까지 늘어나는 등 한국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지만 대표팀은 리우에서 올림픽 최초로 남녀 개인, 단체전에 걸려있는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겠다는 '천하통일' 목표를 세웠다.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30승 이상을 거둔 선수들 중 승률이 80% 이상은 태극 궁사들밖에 없다. 2013년 국제무대에 데뷔한 세계랭킹 1위 최미선이 89%(32승)으로 최고다. 2010년부터 국제대회에서 62승을 거둔 기보배는 81%. 남자에서 세계랭킹 1위 김우진(62승)과 6위 이승윤(49승)이 나란히 82%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리우행 멤버가 최종 확정된 뒤 5, 6월 참가한 콜롬비아 메데진 월드컵, 터키 안탈리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최미선은 두 대회 연속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기보배와 김우진은 지난해 8월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챔피언의 관록이 빛난다.

메데진에서는 남자 개인전만 놓쳐 실패했지만 마지막 리우 실전 점검 무대였던 안탈리아에서는 남녀 개인, 단체 '천하통일'을 맛보며 자신감을 확인했다.

문형철 양궁대표팀 감독은 “개인전에서는 한국을 위해서 상대를 꺾어야 내 동료도 편하다”며 “한국 선수끼리 4강에서 만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단체전 8연패에 도전하는 여자양궁대표팀에 대해서는 “오히려 마음을 비웠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대표선발전 성적순 <자료 출처=세계양궁연맹>

■ 역대 올림픽 양궁 한국 성적

△ 여자

- 1984 LA = 개인 금메달 서향순, 동메달 김진호

- 1988 서울 = 개인 금메달 김수녕, 은메달 왕희경, 동메달 윤영숙

                   단체 금메달 (김수녕 2관왕, 왕희경, 윤영숙)

- 1992 바르셀로나 = 개인 금메달 조윤정, 은메달 김수녕

                            단체 금메달 (조윤정 2관왕, 김수녕, 이은경)

- 1996 애틀랜타 = 개인 금메달 김경욱

                         단체 금메달 (김경욱 2관왕, 김조순, 윤혜영)

- 2000 시드니 = 개인 금메달 윤미진, 은메달 김남순, 동메달 김수녕

                      단체 금메달 (윤미진 2관왕, 김남순, 김수녕)

- 2004 아테네 = 개인 금메달 박성현, 은메달 이성진 *개인전 최다 6연패

                      단체 금메달 (박성현 2관왕, 이성진, 윤미진)

- 2008 베이징 = 개인 은메달 박성현, 동메달 윤옥희 *중국 우승

                      단체 금메달 (박성현, 윤옥희, 주현정)

- 2012 런던 = 개인 금메달 기보배

                   단체 금메달 (기보배 2관왕, 이성진 최현주) * 단체전 최다 7연패

△ 남자

- 1984 LA = 개인 최고 8위 *미국 우승

- 1988 서울 = 개인 은메달 박성수 *미국 우승

                    단체 금메달 (박성수, 전인수, 이한섭)

- 1992 바르셀로나 = 개인 은메달 정재헌 *프랑스 우승

                            단체 5위 *스페인 우승

- 1996 애틀랜타 = 개인 동메달 오교문 *미국 우승

                         단체 은메달 (오교문, 장용호, 김보람) *미국 우승

- 2000 시드니 = 개인 최고 5위 *호주 우승

                      단체 금메달 (김청태, 오교문, 장용호)

- 2004 아테네 = 개인 최고 5위 *이탈리아 우승

                      단체 금메달 (박경모, 장용호, 임동현)

- 2008 베이징 = 개인 은메달 박경모 *우크라이나 우승

                      단체 금메달 (박경모, 임동현, 이창환)

- 2012 런던 = 개인 금메달 오진혁 *남자 개인전 한국 첫 금메달

                   단체 동메달 (오진혁, 임동현, 김법민) *이탈리아 우승

 

▲ 리우 올림픽에서 전인미답의 남녀 개인, 단체전 천하통일을 목표로 내세운 한국 남녀 태극궁사들이 남녀 개인,단체전 4개 종목을 석권한 지난달 터키 안탈리아 월드컵 현장에서 점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미선 장혜진 기보배 이승윤 김우진 구본찬. [사진=세계양궁연맹 제공]

■ [Q] 아시나요? 올림픽 양궁 '116년 레전드' 중 절반이 태극궁사들이라는 것을

올림픽에서 양궁은 1900년 도입돼 1920년까지 금메달을 25개를 쏟아낸 뒤 퇴출됐다가 52년 만에 뮌헨 대회부터 ‘현대양궁’으로 부활했다. 1988년부터는 단체전이 채택돼 남녀 개인,단체전 경쟁으로 정착됐다.

1984년 LA 대회부터 올림피아드에 뛰어든 한국 양궁은 금 19, 은 9, 동메달 6개로 현대양궁에서 나온 36개의 금메달 중 52.7%를 휩쓸고, 메달수도 31,4%를 점해 명실공히 세계최강으로 군림해오고 있다.

세계양궁연맹(WA)은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15주 동안 ‘1900~2016 올림픽 올타임 베스트 선수 15’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태극궁사가 7명을 차지했다.

1900, 1920년 금 6, 은메달 3개를 따내 역대 양궁 최다메달리스트로 남아 있는 전설 후베르트 판 인니스를 제외하고 현대양궁 레전드 중에서는 꼭 절반을 한국 선수들이 차지, ‘양궁 코리아’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15명 궁사들의 면면을 보면 올림픽 양궁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역대 올림픽 메달은 물론 업적, 기여도 등을 따진 결과, ‘신궁’ 김수녕이 단연 톱 레전드에 뽑혔다. 1988년 올림픽 최초의 개인,단체 2관왕에 오른 김수녕은 1992년 개인전 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000년 개인전 동, 단체전 금메달로 역대 최다 메달 2위에 올라 있다.

2004년 2관왕을 포함해 3개의 금메달을 수집한 박성현은 3위를 차지했다. 금메달만 3개를 수확한 윤미진이 5위, 단체전에서만 금메달 2개를 따낸 이성진이 9위에 각각 올라 태극낭자만 4명이나 포진했다.

한국 남자 궁사로는 2004, 2008년 단체전 연속 우승을 이끈 박경모와 임동현이 각각 7위,14위에 올랐다. 이들 한국 선수 6명은 역대 멀티메달 순위에서 9위 안에 포진한 올림피언들이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 1, 동메달 1개로 메달 순위에서는 23위에 그친 오진혁은 한국 남자 개인전 첫 금과녁을 명중시킨 성적을 인정받아 14위에 랭크됐다.

▲ 한국 남자 양궁대표 선수들이 맞대는 주먹에 올림픽 최다 메달로 정상을 달려온 '양궁 코리아'의 힘이 느껴진다. [사진=세계양궁연맹 제공]

외국선수로는 2011년 WA로부터 김수녕과 함께 ‘20세기 남녀 양궁 선수’로 뽑힌 대럴 페이스(미국)가 2위에 올랐다. 리우 올림픽에서 기보배가 사상 최초로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하는데 페이스는 1976, 1984년 남자 개인전을 연속 제패했다. 서방의 보이콧으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지만 개인으로서는 2연패를 달성한 퍼포먼스를 인정받은 셈이다.

리우에서 4번째 올림픽 시위를 당기는 마르코 갈리아초는 이탈리아 최초 금메달(2004년)로 6위에 올랐고, 역시 이탈리아 남자 궁사로 단체전에서만 금, 은, 동메달을 하나씩 따낸 미셸 프란질리는 8위에 자리잡았다.

1984년 첫 도전에서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이후 41세 교사로 2004년 은메달을 목에 건 일본의 양궁 영웅 야마모토 히로시가 10위, 2000년 남자 개인전에서 ‘3전 4기’로 호주에 1호 금메달을 안긴 시몬 페어웨더가 11위를 각각 차지했다.

20세기 초반 양궁에서 금메달을 5개 수확했던 프랑스는 1992년 남자 개인전에서 현대양궁 첫 금메달을 따낸 세바스티앙 플뤼를 12위 레전드로 배출했다. 2008년 결승에서 박성현을 꺾고 한국 여자 개인전 7연패를 저지한 장쥐안쥐안(중국)은 마지막 15위 자리를 장식했다.

□ 세계양궁연맹 선정 ‘1900-2016 올림픽 올타임 베스트 선수 15

① 김수녕(한국 3회 출전) = 여자 금 4-은 1-동 1 (1988년 개인, 단체 2관왕/ 1992년 개인 은, 단체 금/ 2000년 개인 동, 단체 금)

② 대럴 페이스(미국 3회) = 남자 금 2-은 1 (1976년 개인 금/ 1984년 개인 금/ 1988년 단체 은)

③ 박성현(한국 2회) = 여자 금 3-은 1 (2004년 개인,단체 2관왕/ 2008년 개인 은, 단체 금)

④ 후베르트 판 인니스(벨기에 2회) = 남자 금 6-은 3 (1900년 금 2, 은 1/ 1920년 금 4, 은 2)

⑤ 윤미진 (한국 2회) = 여자 금 3 (2000년 개인,단체 2관왕/ 2004년 단체 금)

⑥ 마르코 갈리아초 (이탈리아 3회) = 남자 금 2-은 1 (2004년 개인 금/ 2008년 단체 은/ 2012년 단체 금)

⑦ 박경모 (한국 2회) = 남자 금 2-은 1 (2004년 단체 금/ 2008년 개인 은, 단체 금)

⑧ 미셸 프란질리 (이탈리아 4회) = 남자 금 1-은 1-동 1 (1996년 단체 동/ 2000년 단체 은/ 2012년 단체 금)

⑨ 이성진 (한국 2회) = 여자 금 2-은 1 (2004년 개인 은, 단체 금/ 2012년 단체 금)

⑩ 야마모토 히로시 (일본 5회) = 남자 은 1- 동 1 (1984년 개인 동/ 2004년 개인 은)

⑪ 시몬 페어웨더 (호주 5회) = 남자 금 1 (2000년 개인 금)

⑫ 세바스티앙 플뤼 (프랑스 3회) = 남자 금 1 (1992년 개인 금)

⑬ 임동현 (한국 3회) = 남자 금 2-동 1 (2004년 단체 금/ 2008년 단체 금/ 2012년 단체 동)

⑭ 오진혁 (한국 1회) = 남자 금 1-동 1 (2012년 개인 금, 단체 동)

⑮ 장쥐안쥐안 (중국 2회) = 여자 금 1-은 2 (2004년 단체 은/ 2008년 개인 금, 단체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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