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17 (목)
[인터뷰] ‘대세남’ 유연석 "이 시대 '제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되길"①
상태바
[인터뷰] ‘대세남’ 유연석 "이 시대 '제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되길"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19 0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수아(윤진서)의 자살을 막으려 안간힘 쓰는 유지태의 아역 우진을 열연했던 상고머리 소년이 10년이 흘러 영화의 남자주인공으로 당당히 스크린을 장악하게 됐다.

유연석(30)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인간배아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영화화한 ‘제보자’(감독 임순례)에서 이장환 박사(이경영)의 논문조작과 비윤리적 연구 과정에 대해 방송사 PD 윤민철(박해일)에게 충격적 제보를 하게 되는 연구팀장 심민호를 맡았다. 영화의 타이틀대로 ‘제보자’인 셈이다. 주변의 비난에 고뇌하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캐릭터를 섬세한 눈빛, 다양한 감정선에 촉수를 내밀며 그려낸다. 개봉(10월2일)을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제된 중저음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 다룬 ‘제보자’에서 내부고발자 심민호 열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어요. ‘근래 이런 작품이 얼마나 있었을까?’부터 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진실 앞에 과연 난 당당할 수 있을까?’ ‘나도 저런 희생을 감수하고 공익과 진실을 위해 나설 수 있을까?’ ‘왜 진실 앞에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게 힘든 일이어야 할까?’”

시나리오에서 심민호가 많이 부각돼 있진 않았다. 메시지가 중요한 영화이기에 개의치 않았다. 심민호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 제보를 둘러싼 갈등이 제대로 표출되는 게 맞다고 여겼다. 그래야 영화가 힘을 더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배우로서 욕심을 접었다. 장면 안에서 심민호가 말하는 진실이 상대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어떻게 잘 전달될까에 공을 들였다.

“민호는 같은 연구원인 아내, 난치병에 걸린 딸을 둔 평범한 남자예요. 과학자로서의 양심, 애틋한 부성애를 연기해야 했는데 그가 겪는 갈등과 고민 자체가 바로 캐릭터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죠. 아픈 딸아이를 둔 아버지가 짊어진 삶의 무게도 그 고민 속에서 이뤄질 거라 판단했어요.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를 둔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딸바보 아버지들의 육아 프로그램에서도 힌트를 얻었어요.”

 

◆ “배우로써 의미 깊은 작품에 참여해 희열 느껴”

이 영화는 10년 전 우리 사회를 격랑에 휩쓸리게 했던 황우석 박사 사건을 모티프 삼았다. 캐스팅 당시 “꼭 한번 만들어 볼만한 영화”란 확신과 더불어 임순례 감독과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인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딱딱한 분이지 않을까 선입견을 가졌던 임 감독은 위트가 있는 사람이었다. 장면에서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배우에게 정확히 말해줘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때 사건을 저 역시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했어요. 맹목적으로 뉴스를 받아들였을 뿐이었죠. 영화 안에는 언론 그리고 언론인의 사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도 있는데 뉴스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배우로써 의미가 큰 작품을 한 것 같아요.”

영화 촬영 중 힘의 안배에 신경을 썼다. 방송사에서 제보 내용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선 최대한 담담하게 연기하려 했다. 제보자는 팩트(사실)만 이야기하면 되는 거니까 감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중요했다. 대신 딸아이 부분에서는 감정을 실어 날랐다. 윤민철 PD와 접촉하는 과정에선 ‘가진 증거가 없으므로 좀 더 호소력 있게 연기하자’를 염두에 뒀다. 두 남자배우가 투톱체제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만큼 박해일과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박해일 선배님은 후배 연기자가 편하게 연기하도록 배려해주시는 분이에요. 굉장히 열정적이라 저도 그 호흡에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원래 선배님의 팬이었는데 같이 공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 ‘은밀한 유혹’ ‘상의원’ ‘그날의 분위기’ 영화 3편 줄줄이 대기

유연석은 ‘제보자’ 외에 무려 3편의 영화에 이름을 걸쳐놓고 있다. 여배우 임수정과 호흡을 맞춘 로맨틱 스릴러 ‘은밀한 유혹’, 한석규·고수·박신혜와 공연한 사극 ‘상의원’은 촬영을 모두 마쳤다. KTX에서 만난 두 남녀의 24시간에 걸친 부산여행을 담은 멜로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오는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상대역은 문채원이다.

“2~3개월에 한 편씩 새 영화를 촬영하며 지냈어요. 촬영이 겹치다 보니 나중에는 3편을 한꺼번에 찍은 적도 있어요.(웃음) 지난 7월 초 ‘꽃보다 청춘’ 촬영 간 게 거의 1년 만에 맛보는 휴가였죠. 너무 다작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기회가 왔는데 일부러 안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못했던 작품이 많았는데 지금은 행복한 거죠. 몸이 힘들지라도 다 해내면 보람이 훨씬 클 것 같아요.”

▲ 2003년 '올드보이'에서 윤진서와 호흡을 맞춘 모습(사진 위)과 2014년 '제보자'에서 박해일과 함께한 유연석(아래)

‘올드보이’ 이후 배우의 길에 내실을 기하고자 세종대 연기예술과에 진학했고 연극과 영화를 누비며 다양한 캐릭터에 몸을 실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부문 감독상,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혜화, 동’(2011)에서 주인공 한수 역을 맡아 독립영화계의 걸출한 스타로 부상했다. ‘건축학개론’의 부유한 ‘압서방’ 선배 재욱, ‘늑대소년’의 2대8 가르마의 악역 지태에 이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는 살벌한 비서실장 박지원으로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여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예전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 관객에게 나를 어떻게 각인시킬까에 치중했다면 이젠 작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좋은 작품이 될까 하는 보다 큰 생각을 하게 돼요. 한 단계 성장했다고 자부해요.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시나리오, 캐릭터가 있다면 분량이 적든 많든,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가리지 않고 참여하려고요.”

유연석은 인터뷰 말미에 “진실과 정의를 위해 나선 내부 고발자들이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사는 사례들을 봤을 때 이 영화가 이 시대 제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취재후기] 인터뷰를 앞두고 사전 조사를 해보니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가 만만치 않아 깜짝 놀랐다. 얼추 신인인 줄 알았던 나의 무지 탓인 지도 모르겠으나. 요즘 최고의 상종가를 치고 있는 청춘스타 유연석은 팔랑거리는 스타가 아니라 묵직한 배우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화술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숙성시켜온 고민의 산물이자 몸에 밴 태도인 듯하다.

goolis@sportsq.co.kr

 

 

.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