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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의 근본 문제, 선수들에게서 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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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의 근본 문제, 선수들에게서 답을 찾자"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2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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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육계 문제점' 토론회, 과열된 애국주의·전근대적 협회 운영 지적

[300자 Tip!] 4년마다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인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선수들 경기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메달이라도 하나 따내면 마치 자기의 일처럼 기뻐하고 환호했다.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데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스포츠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는 대회이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 스포츠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기 위한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 토론자들과 방청객들은 저마다 의견을 개진하면서 한국 스포츠가 개선해야 할 방안을 찾고자 애썼다.

[서강대학교=스포츠Q 글 박상현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지금 우리나라 스포츠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답은 선수들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를 즐기고 있는데 언론과 해설이 객관적, 전문적 데이터를 통한 심층 취재보도 대신 과열된 애국주의로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난 26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긴급토론회에서 꺼낸 한마디다. 스포츠 전반에 대한 문제가 우엇인지 집중 성토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의 해답을 바로 선수에서 찾자는 얘기였다.

◆ 선수는 즐기고 있는데 받아들이지 못하는 쪽은 누구?

이 교수는 스포츠문화연구소와 문화연대의 공동 주최로 열린 '소치 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민국 체육계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성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괜찮다고 하는데 정작 언론과 방송 해설자들이 강한 어조로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같다"며 "언론과 해설도 객관적, 전문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과열된 애국주의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김연아나 이규혁의 사례에서 보듯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고 국민들 역시 선수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등 정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미디어들도 국가주의 대신 심층 취재와 보도가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대표 발제를 통해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은 파벌, 왕따, 폭행, 짬짜미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억압적인 훈련 분위기와 연맹의 무관심 속에서 러시아가 파격 조건을 제시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선수들은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선수들이 운동하고 싶어하는 분위기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은 운동을 하고 싶은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운동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선수 생활이 위태로울 정도로 무릎 부상을 당했는데 강압적인 훈련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며 "김연아 역시 은메달을 따고도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출전 자체에 목적을 뒀기 때문이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김연아를 봤을 때 이번 올림픽은 떠밀리 듯 나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정말 운동하고 싶어 하는 선수가 몇이나 될 것 같나. 아마 100명 가운데 1명이 될까말까 일 것"이라며 "선수들은 감독, 부모가 시켜서 하거나 대학에 가기 위해서 운동을 할 뿐이고 어렸을 때부터 승부조작, 접대, 커넥션과 연결되어 있다. 다음 올림픽에서 메달 몇 개 못따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개혁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관심을 받는 검투사, 광대로 전락할 뿐"이라고 말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내내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파벌에 대한 문제점 역시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달영 변호사는 "어느 사회, 어느 집단, 어느 시대에나 파벌은 있었다"며 "파벌이 반목을 갖고 갈등을 빚을 것이 아니라 서로 주장을 공개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파벌의 부정적인 효과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장달영 변호사는 엘리트 스포츠 단체가 시스템이 아닌 일부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등 전근대적인 운영을 하고 있으며 권력을 쥔 집행진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모인 패널들은 스포츠계의 파벌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지적하고 이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치권의 파벌문제가 더 심각하면서 스포츠계에 비난과 사정의 칼날을 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 안현수 귀화, 본질을 바로 봐야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은 안현수(빅토르 안)였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을 놓고 올림픽 기간 내내 빙상경기연맹에 대한 집중 비난과 비판이 있었다. 파벌과 왕따, 짬짜미 등 내부의 문제 때문에 안현수라는 소중한 선수를 놓쳤고 결과적으로 3개의 금메달도 러시아에 넘겨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패널들은 안현수 귀화에 대한 본질을 바로 봐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 교수는 "안현수도 밝혔듯 파벌이나 왕따 때문에 귀화한 것이 아니다. 파벌, 왕따, 폭행, 짬짜미 등은 이미 지난 일"이라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경쟁이 버거운 상황에서 러시아의 파격적인 조건이 있었다. 선수 생명이 끊길 부상을 당했는데 연맹은 무관심하게 방치했고 여기에 한국 특유의 강압적인 훈련 문화에 거부감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 이준호 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짬짜미는 쇼트트랙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매도이며 감정적인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소신을 밝히면 매장당하는 분위기를 함께 지적했다.

이준호 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도 짬짜미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에 대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우리나라 선수 두 명이 결승전에 올라갔을 때 작전을 펼쳐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에 받는 것을 봤을 것이다. 이를 두고 그 누구도 짬짜미라고 하지 않는다"며 "짬짜미를 논하는 것은 기록이 아닌 순위가 중요한 쇼트트랙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 일부 세력이 장악한 스포츠 단체, 부패의 시작

현재 우리나라 스포츠의 문제점을 엘리트 스포츠 단체가 특정 일부 세력에 의해 장악돼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장 변호사는 "안현수는 연맹 집행부가 있는 한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겠다는 피해의식이 있어서 러시아로 간 것"이라며 "박태환도 연맹과 갈등이 있었고 이상화도 연맹에서 가라는 팀을 마다하고 서울시청으로 갔다. 김연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장 변호사는 "공교롭게도 잘하는 선수들이 협회 또는 연맹과 갈등관계를 맺고 있다. 연맹, 협회의 체제 뿐 아니라 현행 대표팀의 육성 시스템이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 현행 체제에서는 성공하려면 권력을 쥔 '그분'들의 지시에 따라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교수는 "이번에는 빙상연맹에서 터졌지만 사실 체육회 산하 모든 단체의 문제점이다. 다수의 정치인과 경제인이 체육 단체 수장으로 일하고 있다보니 정치, 경제적 커넥션이 악용되면 파벌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고 정 교수도 "비리 인사에 대한 징계는 조용해질 때 복귀할 수 있는 휴가에 불과하다보니 피해자가 가해자의 눈치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폭행이나 승부담합,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인사들에 대해 삼진아웃이 아니라 단 한번에 아웃시켜야 할 정도로 부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성적인 분석 대신 감정적인 폭발 경계해야

국민들이 금메달에 연연해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뀐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까지도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경향이 있어 소신있는 의견이 매장당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스포츠문화연구소와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소치 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민국 체육계의 문제점' 토론회가 지난 26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열렸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장달영(왼쪽부터) 변호사, 이준호 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 정희준 동아대 교수, 정용철 서강대 교수, 강재훈 KBS 기자,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이 전 감독은 "피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김연아의 프로그램 구성 난이도가 낮아 5점 정도 지고 들어갔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를 사실대로 얘기했다가는 매장당하는 분위기다. 나 역시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리의 실격이 맞다고 전화 인터뷰했다가 홍역을 치렀다"며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때도 프랑스 대표팀 감독 자격으로 직접 경기를 지켜봤는데 김동성의 실격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해설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유를 물어보니 소신을 밝혔다간 이후가 두렵다고 하더라"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김강남 축구 해설위원도 "독일 월드컵 당시 스위스전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논란으로 인해 소신을 밝혔던 신문선 해설위원이 뭇매를 맞고 하차했고 홈에서 열려 유리한 판정을 받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은 또 어떻게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의견에 동조했다.

[취재 후기] 스포츠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답을 찾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작 해당 당사자인 스포츠계 제도권 인사는 빠져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 관련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사자들이 직접 토론회에 나와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 앞으로 이런 토론회가 더욱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정부나 대한체육회 관련 인사도 참석시켜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도 대대적인 감찰이나 사정을 예고하며 겁박만 할 것이 아니라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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