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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7) 고상호, 성장하는 뮤지컬 배우의 담백한 이야기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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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7) 고상호, 성장하는 뮤지컬 배우의 담백한 이야기 (인터뷰Q)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07.2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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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서울로 상경한 제주 청년은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했다. 여전히 본인을 ‘꿈나무’라고 이야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뮤지컬 꿈나무’ 고상호가 작품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했다.

[스포츠Q(큐) 글 이은혜·사진 이상민 기자] “늘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죠.”

배우 고상호에게 작품 선택에 대해 물었다. 특별한 기준도 없고 ‘고른다’는 행위는 웬만해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 뒤로 늘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이 따라 나왔다. 항상 새롭고, 조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올해 뮤지컬 ‘명동로망스’와 ‘비스티’를 통해 자신이 해석한 캐릭터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인 고상호는 오는 8월 ‘트레이스 유’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새로운 구본하… “본하 답게 노래할 것”

 

지난 2012년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정식 공연을 선보인 뮤지컬 ‘트레이스 유’가 약 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오는 8월 3일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 2인극인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앞선 공연들보다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락 클럽 드바이 밴드의 보컬리스트 구본하를 연기하게 된 배우 고상호는 캐릭터의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해 내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 무대에 처음 오르는 고상호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에 참여하는 부담감에 대해 물었다. 질문 끝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부담되죠”라는 말이 따라 나왔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 그런 부담은 있지만 기존 공연과 지금 공연의 특징이나 장점들이 잘 조화될 수 있게 하는 게 현재로서는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제가 본하를 어떻게 연기해야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연습해야 하는 게 중요하고요. 저한테 ‘트레이스 유’는 ‘초연’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부담도 되지만 개인적으로 기대도 돼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트레이스 유’는 고상호가 그동안 참여했던 뮤지컬들과는 특징적인 결이 다른 느낌이 있다. 그가 연기하는 ‘구본하’가 밴드의 보컬리스트이니만큼 넘버의 장르 역시 ‘록’으로 이뤄져 있다.

고상호는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하며 다른 무엇보다 “노래를 잘 소화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넘버들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와 동시에 그 누구보다 ‘구본하’를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캐릭터가 록 밴드의 보컬이기 때문에 노래를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그리고 기존에 이 작품을 보셨던 분들도 만족스러울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음,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고상호가 아니라 본하답게’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노래가 노래에서 끝나지 않고 극 흐름의 장치로 작용하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 “‘명동로망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어요. 개인적인 삶에도”

 

‘고상호’라는 이름이 던져졌을 때 관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은 ‘명동로망스’와 ‘비스티’가 아닐까. 두 작품은 고상호의 최근작이자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고, 그의 매력이 한층 더 돋보였던 작품들이다.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현재를 살고 있는 9급 공무원 장선호가 1956년 명동의 로망스 다방으로 가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슬립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고상호는 ‘명동로망스’에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장선호를 연기했다. 이 작품을 통해 고상호는 수동적이던 장선호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수동적인 선호를 연기할 때 재미있었어요. 함께한 형·누나들 연기를 다 받아야 했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이걸 이렇게도 받아 보고, 저렇게도 받아 보고. 매번 달라져서 새로운 자극이 됐죠. 선호가 그 시대 명동으로 가서 만난 친구들에게 휩쓸리는 애여서 저는 그냥 ‘이걸 거스르지 말고 잘 휩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이 주는 걸 마음에 담고, 담고 또 담아서 마지막에 ‘장선호로서’ 잘 표현하는 것. 그게 중요했죠.”

막간막후의 열 번째 주인공이었던 배우 원종환은 ‘명동로망스’에 대해 “테이블 작업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설명했었다. 실존했던 예술가들을 공부해야 했던 ‘명동로망스’의 배우들과 달리 가상의 인물 장선호를 연기해야 했던 고상호의 테이블 작업 시간이 궁금했다.

“테이블 작업 많이 빠졌어요. 근데 그게 장선호였어요. 극 중에서도 선호는 전혜린, 박인환, 이중섭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저는 계속 몰라야겠다고 판단했죠.”

“저는 장선호가 현대의 20대와 30대를 대변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냥 이 작품 속 장선호를 보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나는 뭘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 이런 생각을 되뇌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누군가의 감춰진 꿈을 장선호라는 인물을 통해서 건드려 보고 싶었어요.”

‘명동로망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고상호의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천진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였다. 고상호는 이날 인터뷰에서 작품 속 모든 캐릭터들은 한 번씩 다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명동로망스’는 저한테 정말 소중한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순차적으로 모든 캐릭터를 다 해보고 싶어요. 나이가 조금 더 들면 박인환도 해보고 싶고 더 나이가 들어서는 이중섭도. 이중섭의 진중함 그 사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속에 들어있는 것들은 나이가 더 들면… 지금은 제가 생각해도 저는 좀 가벼워 보이거든요. 저도 나이도 먹고, 호흡도 밑으로 좀 내려가면 형들처럼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명로’는 꼭 할 거예요.”

◆ 뮤지컬 ‘비스티’, 감춰진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

 

수동적이고 유약해 보이던 장선호를 연기했던 고상호는 ‘명동로망스’ 이후 차기작으로 ‘비스티’를 선택했다. 이 작품에서 고상호는 전작의 장선호와는 완전히 상반된 ‘이승우’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호스트바 ‘개츠비’에서 일하게 된 승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승우는 개츠비를 빠져나가기 위해 모든 것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승우의 행동이 ‘비스티’를 보는 관객들에게 모두 보이는 것은 아니다. 승우에게는 감춰진 이야기들이 많고, 관객들은 그의 행동을 개츠비 사람들의 변화와 전화 통화 음성 등을 통해 추측한다. 극 전개에서 ‘승우’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의도적으로 제한되는 것이다.

“그게 승우의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앞에서 보이는 것보다 결론적으로 마지막에 승우가 ‘공사를 쳐서’ 이렇게 됐다는 걸 알게 하는 거요. ‘아, 이 모든 일들이 승우가 계획한 과정이었구나. 승우가 다 개입돼 있다’ 이런 걸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승우가 극 전면에 나서서 보여주는 장면이 더 있었으면 작품이 지루해졌을지도 몰라요.”

“물론 ‘감춰진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은 있죠. 더 보여줘야 할 장면들이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작품이 다시 올라갈 때는 그런 것들을 더 보완해서 선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은 ‘트라이 아웃’이었잖아요 더 좋아질 거예요. 그렇게 되겠죠?”

뮤지컬 ‘비스티’에서 고상호가 연기한 이승우는 전개에 따라 냉정하게 표현되긴 했지만 유독 유약한 느낌이 강했다. 처음 개츠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보이던 승우의 두려움은 그가 모든 일을 끝내고 개츠비를 떠날 때 다시 한 번 느껴진다.

개츠비라는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사를 쳤던’ 고상호의 승우는 마지막까지 흔들리고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처음에는 조금 더 날카롭고 무서운 승우를 연기했는데 진행하면서 노선을 바꿨어요. 저는 승우도 승우 나름의 이유가 있고, 아무리 나쁜 놈으로 보여도 ‘승우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구나’라는 공감을 얻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승우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얻고, 개츠비를 빠져나가는 순간 ‘공허함’이 더 느껴지더라고요. ‘자기 손으로 이 엄청난 일들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홀가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들었죠. 개인적으로는 승우가 이 일이 트라우마가 돼서 무슨 일을 못하거나, 최악의 상황에는 자살까지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 하고 싶었어요.”

◆ ‘좋아하는 걸 즐겁게 할 줄 아는’ 똑똑한 배우

 

고상호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2004년 제주도에서 서울로 상경하면서부터였다. 21살 어린 나이에 서울의 한 극단에 소속되게 된 고상호는 극단의 막내로서 충실한 시간을 보내며 연기와 탭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고상호가 연기를 위해 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집안일을 위해 “주말에 시간 비워 두라”는 말이 싫어 가장 연습이 많은 동아리를 찾기 시작한 고상호는 연극부에 들어갔다. 시작은 다소 불순했던 셈이다.

“처음에는 되게 불순했죠. 인정합니다. 학창시절 주말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어찌 됐건 그렇게 연극부 활동을 시작했고, 그때 밴드도 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중학교 때는 춤을 췄었고. 고3 때 진로를 고민하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 노래, 춤 다 할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고 그렇게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그게 지금까지 왔네요. 연기 재미있어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부족한 점도 많이 보이고.”

오랜 시간 동안 부족한 점을 채우며 한 길을 달려온 고상호의 꿈이 궁금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주도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극장을 갖고 싶다는 말이 먼저 흘러 나왔다. 그러더니 ‘배우’와 관련된 꿈이나 목표 대해서는 한참을 망설이고, 쉽게 답하지 못 했다.

“사실 이유가 없어요. 진짜 좋아하고 연기하면 행복하고 그래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저한테 이게 사라지면 저는 ‘선호’가 되지 않을까요. 그냥 삶이 돼 버린 것 같아요. 뭔가 ‘이룬다’고 규정을 지어서 그걸 이루면 끝날 것 같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만 쭉 가고 싶은…(웃음).”

“아. 그냥 제 인생에서 그런 거 하나는 남기고 싶어요. 이 작품 하면 고상호. 한 작품이라도 생긴다면 ‘내가 그래도 정말 배우 생활 잘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아서 하는 것뿐’이라는 말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렵다. 고상호는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아는 똑똑한 배우였다.

[취재후기] 차분하고 진중한 느낌을 가졌지만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더하거나 빼는 것 없이 담백하고 솔직하지만 무거울 정도로 진지하지도 않다. 고상호는 결이 다른 매력들이 쌓여 만들어진 배우였다.

인터뷰 내내 고상호는 ‘명동로망스’의 선호였고, ‘비스티’의 승우였다. 그리고 제주소년 혹은 제주청년이었다. 어쩌면 그의 말처럼 ‘뮤지컬 꿈나무’ 그 자체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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