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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운빨로맨스' 류준열, "걱정 금지, 의심 금지. 류준열을 믿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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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운빨로맨스' 류준열, "걱정 금지, 의심 금지. 류준열을 믿기"
  • 연나경 기자
  • 승인 2016.07.25 0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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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은 "어떤 유혹이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행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시구로,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해 데뷔 500일을 갓 넘긴 배우 류준열의 행보를 표현하기에 적절했다. 스스로도 로맨틱 코미디를 할 줄 몰랐다던 배우 류준열은 흔한 재벌 캐릭터일거라 추측했던 게임회사 CEO 제수호를 신선하게 연기해 편견을 깨며 '류준열' 이름 석 자가 가진 브랜드의 가치를 높였다.

[스포츠Q(큐) 글 연나경 · 사진 이상민 기자] '응답하라 1988'의 김정환 이후, 영화 '더 킹'의 최두일을 다음 캐릭터로 선택한 류준열이 드라마 종영 4개월 만에 드라마 '운빨로맨스'로 돌아왔다. 뚜껑을 열었더니,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를 연상시켰던 제수호는 어떤 함수에도 들어맞지 않는 버그처럼 화면을 누비기 시작했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류준열 표' 인생 캐릭터를 안겨줬다.

◆ "류준열은 빛났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다리에 물이 차오르는 느낌"

▲ 배우 류준열은 지난 14일 종영한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0과 1의 세계에 살다가 한 여자를 만나 변화를 겪는 제수호를 연기했다.

'운빨로맨스'는 로코퀸 황정음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응답하라'로 대세가 된 류준열의  드라마 차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었다. 류준열은 드라마가 방송된 8주간 '제복치'를 시작으로 '제린이' '제파고' 등 다양한 별명을 얻으며 로맨틱 코미디 속 클리셰를 깨는 '너드형'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고, 빛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준열은 취재진의 칭찬에 넉살 좋게 농담을 건넨 뒤 답을 하기 위해 고심했다.

"빛났다거나, 남았다, 해냈다 이런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막 바닷물에 발을 담근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천천히 깊은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제 막 발을 물에 담근 작품이 '응답하라'였다면 '운빨로맨스'는 발목까지 올라온 작품이랄까? 다음 작품은 종아리, 또 다음 작품은 무릎. 점점 바닷물이 차오르는 느낌으로 작품을 경험하고 있어요."

류준열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른 연기를 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영화에서의 류준열이 분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선이 굵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면, 드라마에서는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해 생활연기에 능하다는 평을 받는다. 류준열은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스스로에게서 꺼내면서 연기하는 배우지만, 그가 생각하는 제수호와의 싱크로율은 수치화 되지 않았다.

"작품을 하면서 인물에게 빠져들 때, (류)준열이와 이 캐릭터가 가까운 부분이 무엇인가 먼저 고민을 하면서 시작을 해요. 비슷한 점을 발견한 뒤에 그것들을 꺼내면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싱크로율을 수치화하기 애매한데요. 거침없는 표현과 행복감,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류준열에게서 꺼낸 부분이라 그 신들 만큼은 편하게 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새로 발견한 부분은 애교가 많다는 거랄까? 애교 많은 성격이 아닌데,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면서 이런 모습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나와 가까운 부분이 있으면 먼 부분도 있는 법. 어려움이 없을 리 없었다. 류준열은 제수호를 그려내는 도전을 하면서 그를 '로봇'같은 인물로 설정했다. 그는 강약과 엇박자, 쉼표를 생략한 대사 처리를 통해 제수호가 가진 뉘앙스와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수호라는 친구는 남의 말을 듣고 OK라고는 해요, 하지만 '그런데 말이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예요. 남의 말에 긍정'만' 하는 친구라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을 하다가 쉼표와 띄어쓰기를 무시한 대사 처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쏘아붙이면서 말하는 연기를 해서 수호의 대화 방식이 일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아직 잘 몰라서, 좀 궁금하네요. (웃음) “

◆ 로봇소리부터 택시운전사까지, 개봉작 5편·예정작 2편 "열심히 일한 결과"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전부터 '소'처럼 일한 배우였다. 그 결과, 1월 개봉한 영화 '로봇소리'부터 '양치기들'까지 작품 속에서 다섯 명의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운빨로맨스'와 '응답하라'를 포함해 상반기에만 7개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다.

남들보다 데뷔가 늦었기에 조급할 법했다. 하지만 그가 밝힌 '다작의 이유'에서 일말의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류준열이 가진 확고한 신념과 믿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역할이나 영화가 크건 작건, 수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준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충실하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조급함은 없어요. 원하지 않는 작품만 들어온다면, 1년이고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좋아하는 감독님들, 배우 분들, 제작진 분들이랑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팬들도 많이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은 살면서 많은 변수를 만나게 되기에, 본업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보다 본업을 즐기고 있던 류준열의 상태는 그야말로 '걱정 금지, 의심 금지, 스스로를 믿기'였다.

"배우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이 일이 즐겁기때문에 제가 배우로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의심한 적이 없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부담이 되냐, 걱정이 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행복하다'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긍정적인 생각이 연기에 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류준열에게 뚜렷한 롤모델은 없었다. 다만, 오랜 시간 연기를 하는 배우, 사람들이 찾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10년 후를 내다볼 땐 신중했다. 순간순간 밀려오는 후회가 이유였다.

"10년 후에도 연기를 하고, 똑같이 인터뷰를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쉽게 내다 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 했던 말이 다 후회가 되고 생각들이 바뀌거든요. 불과 한 시간 전에 했던 이야기도 '아 이게 아닌 것 같은데'하고 생각하는데, 10년 후에는 얼마나 많이 바뀌겠어요. 그래서 그리고 있는 자화상도 특별히 없어요. 단지 이웃을 생각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친구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는 정도예요."

◆ 류준열에게 '더 킹' 조인성·'택시운전사' 송강호란? "배움의 연속이에요"

 

류준열은 '응답하라' 촬영 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 킹'을 차기작으로 선택했고, '운빨로맨스' 캐스팅 확정 뒤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운전사' 출연을 결정지었다. 극 중 류준열의 역할은 들개파 보스 최두일과 광주에서 나고 자란 대학생 재식으로, 두 작품에서 대선배인 조인성·송강호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최두일의 경우, (조)인성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태수라는 인물의 고향 친구예요. 태수가 여러 사건에 휘말릴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방해를 하기도 하는 인물이에요. '택시운전사'에서는 광주 시민의 여러 가지 모습 중 하나를 보여주는 대학생 역할을 맡았어요. 광주 사투리 같은 경우, 사투리 선생님도 계시고 어머님도 광주 분이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데뷔 500일을 갓 넘긴 류준열은 과거 조인성이 출연한 '논스톱'을 보며 자랐고, '발리에서 생긴 일' 속 조인성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하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훗날 소년은 연기자가 됐고, 현장에서 대선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제가 처음 본 '논스톱' 속 (조)인성 선배님은 하이틴 스타셨는데, 18년이 지난 지금 그 분은 톱스타이자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셨어요. 만났을 때 감동적이었고 기분도 묘했는데, 현장에서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지만 배우 활동하면서 보내온 시간과 삶의 이야기를 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송강호 선배님과는 아직 많이 촬영은 하지 않았는데, 매일이 경이로워요. 우리 생각엔 송강호 선배님이 여유 있을 것 같고, 편안하실 것 같고, 아무렇게나 연기하실 것 같지만 절대로 쉽게 쉽게 하지 않고 노력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소한 것까지 배우려고 노력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와 순간순간 호흡을 함께 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요."

[취재후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류준열은 진짜지만 '유니콘' 같다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질문을 건넨 취재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인터뷰 인원이 많아 자신과 물리적 거리가 먼 취재진을 위해 인터뷰 막판에는 자리를 옮겨 인터뷰 마무리에 임했다. 취재진과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선 진짜였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땐 '상상속의 동물'처럼 현실에 없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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