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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여름 무더위 날린 수비여왕 '디그(DIG) 퀸'은 누구? (울산진하 세계여자비치발리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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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여름 무더위 날린 수비여왕 '디그(DIG) 퀸'은 누구? (울산진하 세계여자비치발리볼대회)
  • 강진화 객원기자
  • 승인 2016.07.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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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스포츠Q(큐) 글·사진 강진화 객원기자] 올해도 7월 말 태양 아래서 배구와 모래 해변, 비키니가 만나 그림처럼 예술같은 플레이를 양산했다. '2016 울산진하 세계여자비치발리볼대회'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에서 펼쳐졌다.

FIVB(국제배구연맹)가 주최하고 한국비치발리볼연맹과 울산 MBC가 공동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한국 2개팀을 포함하여 9개국에서 모두 10개팀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해 여름 해변 스포츠의 진수를 선보였다.

21, 22일 이틀간은 팀당 4경기씩 예선리그가 펼쳐졌고, 23일에는 준결승전과 3·4위전, 결승전이 열렸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코리아 A, B팀)과 중국 2개국에서 모두 3개팀이 출전했다.

노르웨이는 예선 4경기와 결승 토너먼트 등 모두 6전 전승으로 우승의 영광을 누렸으며, 예선과 결승에서 유일하게 노르웨이에 패한 중국은 아시아팀으로 가장 높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활약했다. 3위는 스페인이었고, 미국은 4위에 그쳤다. 코리아 A, B팀은 예선리그에서 팀별 4전 전패, 한국팀 전체 8전 전패로 단 1승도 거두는데 실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32~33도를 오르내리는 수은주, 타오를 듯한 모래 경기장, 작렬하는 태양…. 하지만 대회 내내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집념과 열정은 한여름 무더위를 훌훌 날렸다. 몸을 날리는 선수들의 공격과 수비 동작과 쉼없이 외치는 파이팅은 오히려 팬들의 심적 온도를 시원하게 떨어뜨렸다.

팀당 2명의 플레이어들은 국가의 명예와 개인의 자존심을 걸고 그동안 쌓아 온 기량을 맘껏 분출했다. 10개 팀 20명의 선수들은 승패를 떠나 하얀 백사장에 박진감 넘치는 화려한 영상을 연출했다. 몸을 사리지 않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주요 인물별로 살펴 본다.

'디그의 여왕은 누구일까?'

▲ '디그는 비치발리볼의 꽃' 노르웨이 제인 페더슨이 지난 21일 울산시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에서 열린 2016 울산진하 세계여자비치발리볼 대회 예선리그에서 공중에 가뿐히 다이빙을 하며 한 손 측면 디그를 하고 있다.

디그(DIG)는 상대방의 스파이크나 킬을 받아내는 리시브를 말한다. 모래를 흩날리며 온몸을 날리는 박진감 넘치는 디그야말로 비치발리볼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역동적이며 화려한 디그가 나올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가 터져나오고, 문외한도 비치발리볼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번 대회에는 두 명의 디거가 바로 눈에 들어 왔다.

'혜성같이 등장한 디그의 여왕' 스웨덴 제인 페더슨

노르웨이의 제인 페더슨은 신장 165cm의 단신이지만 자기보다 20cm이상 큰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노르웨이의 6전 전승 우승에 1등 공신이었다.

흡사 수영장에 뛰어들듯 일직선으로 몸을 날리는 탁월한 수비능력과 구석구석 빈틈을 찌르는 공격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해 냈다. 평소 얼마나 호되게 자신을 갈고 닦는지 그 연습량을 짐작케 했다.

특히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며 미칠듯이 펼친 페더슨의 디그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흡사 손에 공을 따라가는 강력한 자석이 붙어 있는 듯 초인적인 순발력과 집중력을 펼쳐 보였다.

▲ 제인 페더슨이 23일 준결승전에서 온몸을 던져 공을 받아내고 있다.
▲ 제인 페더슨이 23일 준결승에서 유연한 허리동작으로 디그를 시도하고 있다.
▲ 제인 페더슨이 23일 준결승전에서 과감하게 달려들어 공을 받아내고 있다.

◆ '그래도 디그의 여왕은 나' 미국 헤스터 이레네

미국의 헤스터 이레네는 공수 모두 뛰어난 선수였다. 호쾌한 공격력도 보여줬지만 세계 최상급의 디그 능력은 미국팀 코트를 지키는데 첨병 역할을 했다.

디그는 상대가 공격한 스파이크 등에 대한 수비 방법이다. 비치발리볼은 2인조로 진행되다 보니 일인당 수비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어떤 수를 써서라도 코트에 공을 떨어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레네는 공에 대한 뛰어난 탁월한 집중력을 보이며 나비처럼 날았다.  다이빙 두 팔 디그나 한 팔 디그는 물론, 공이 땅에 닿기 전에 공과 땅 사이에 슬라이딩하며 손을 쭉 뻗는 팬케이크 같은 디그 방법도 유용하게 사용한다.

2014 세계여자비치발리볼 코리아투어에서 그녀의 디그가 이루어지는 순간 시간이 멈추어 버렸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 미국 헤스터 이레네가 21일 예선리그에서 공이 땅에 떨어지기 직전 디그를 시도하고 있다.
▲ 헤스터 이레네가 23일 3·4위전에서 넓이뛰기하듯 디그를 성공시키고 있다.

▲ 헤스터 이레네의 디그 동작은 예나 지금이나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대회 때 디그를 성공시키는 모습이다.

 ◆ 2전3기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스웨덴 제인 콩셰이븐

스웨덴의 제인 콩셰이븐은 뛰어난 실력과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선수다. 하지만 그동안 그가 뛰는 노르웨이 팀은 우승 문턱에서 아깝게 좌절하곤 했다. 2014년에 3위, 2015년는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콩셰이븐은 올해 그 한을 풀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3위-2위-1위' 마치 정상을 향해 등정하듯 한 해에 한 계단씩 오른 뒤 마침내 시상대의 맨 꼭대기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그동안 우승 전력임에도 목전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터라 감격스런 기분은  더욱 넘쳤을 것이다.

공격할 때는 독수리같은 눈으로 적의 허점을 꿰뚫으며 강력한 스파이크는 물론 공을 살짝 쳐 넘기는 슈팅을 날리기도 하고, 수비할 때도 상대 공격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블로킹에 성공하는 등 팀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 노르웨이 제인 콩셰이븐이 23일 결승전에서 지나가는 공을 아쉽게 바라보고 있다.
▲ 제인 콩셰이븐이 23일 결승전에서 중국 왕징웬과 네트 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 노르웨이 제인 콩셰이븐과 제인 페더슨이 23일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 기쁨에 겨워 포옹을 나누고 있다

다재다능한 스페인 실비아 포스미코바

스페인 실비아 포스미코바는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능력치를 가진 선수다.

175cm 크지 않은 키에도 공격력이 뛰어나며 토스 능력도 정통 세터급으로 나무랄 데 없이 일품이다. 뿐만아니라 수비력도 뛰어나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전면과 측면에 몸을 날리는 다이빙 디그는 물론 공중볼에 대한 반사적인 수비능력도 놀랍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예선 리그에서 4전 전승을 거뒀으나 준결승전에서 노르웨이를 만나는 불운으로 3위에 그쳤다. 3·4위전에서는 미국에 2-1의 신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정상은 놓쳤지만 포스미코바의 실력 만큼은 우승자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 스페인 실비아 포스미코바가 23일 3·4위전에서 온몸을 날려 리시브하고 있다.
▲ 전직 국가대표 세터? 포스미코바는 6인제 배구 세터의 정교한 토스를 비치발리볼에서 구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시아는 세계다' 중국 왕징웬, 왕징저

'만리장성'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예선리그에서 노르웨이에게 0패를 당했지만 3승1패로 준결승전에 진출한 뒤 미국을 2-1로 꺾고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도 1-2로 아까운 패배를 당했다.

중국에는 왕징웬(189cm, 21세)과 왕징저(186cm,19세)가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지만 장신에다 강한 승부욕으로, 서구 선수들 이상의 공격력과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아직 경험이 풍부하지 않아 범실도 있었으나 어느 강팀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펼쳤다. 머지않아 세계를 재패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중국 왕징웬이 23일 노르웨이와 결승전에서 디그를 시도하고 있다.
▲ 중국 왕징저가 22일 예선리그에서 볼에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디그를 시도하고 있다.

◆ 시상대에 우뚝 선 느낌보다 중요한 감동은 "세계가 하나 되는 것"

2016 울산진하 세계여자비치발리볼대회가 3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노르웨이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고, 중국과 스페인이 양 옆에 위치했다. 이들에게는 관중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대회 첫 정상의 기쁨을 안은 노르웨이 선수단은 자국의 국기를 펼치고 꽃다발을 하늘 높이 치켜올리며 승리의 포즈를 지었다.

하지만 한국 A,B 팀을 비롯, 미국, 체코, 캐나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각국 선수들도 기쁨을 함께했다. 9개국 10개팀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쳤기에 승패를 떠나 다같이 축제의 마당을 연출할 수 있었다. 내년 대회에서 또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 23일 결승전이 끝난 직후 입상팀들이 시상대에서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위 노르웨이, 2위 중국, 3위 스페인.
▲ 각국 선수들과 대회 주최 측이 23일 시상식이 끝난 뒤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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