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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22) '영건탐정사무소' 영건 "저예산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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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22) '영건탐정사무소' 영건 "저예산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해요"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7.2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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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독립영화는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B급영화는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영화계에 2009년 등장한 '키노망고스틴'은 신선한 충격파를 선사했다. '이웃집 좀비'를 시작으로 '에일리언 비키니'와 '영건탐정사무소'까지 어지간한 단편영화 제작비라고 해도 할 말 없는 수천만 원의 제작비로 이들은 장르정신이 철철 넘쳐흐르는 B급영화들을 선보였다.

[스포츠Q 글 원호성·사진 이상민 기자] '이웃집 좀비'부터 '에일리언 비키니', '영건탐정사무소'까지 개성 넘치는 B급영화들을 제작한 '키노망고스틴'을 대표하는 한 사람이라면 단연 이들 영화를 연출한 오영두 감독을 꼽겠지만, 대중의 기억에 각인된 '키노망고스틴'의 이미지는 바로 영건이라는 배우다. 순박하다 못해 어눌해 보이는 모습부터 평범한 외모인듯 한데 쉽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콧수염의 외모까지. '키노망고스틴'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절대 영건이라는 개성 넘치는 배우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키노망고스틴'에서 스태프로, 배우로, 심지어 연출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선보이고 심지어 '영건탐정사무소'에서는 본인의 이름을 영화의 제목으로 올리기도 했던 영건 배우를 만났다. 그는 최근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에도 출연하는 등 '키노망고스틴'을 벗어나서도 배우로 새롭게 관객들과 만나고 있었다.

▲ 배우 영건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 '키노망고스틴'의 시작 "우리끼리 단편영화나 한 번 찍어 볼까?"

초저예산의 B급영화로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키노망고스틴'의 시작은 우연에 가까웠다. 오영두 감독과 오영두 감독의 아내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윤정, 그리고 오영두 감독의 군대 후임인 영건 배우 등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이 편한 마음으로 영화나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 점점 일이 커지게 된 것이다.

"오영두 감독이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중에 우리끼리 한 번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베다'라는 단편영화였어요."

"당시 형수님(메이크업 아티스트 장윤정)이 살던 옥수동 옥탑방에 모여 다 같이 차를 마시다가 이 방안에서 재밌게 우리끼리 단편영화나 한 번 찍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럼 저도 한 편 연출해 보겠다고 했죠. 그래서 각각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로 했는데, 당시 제가 준비한 작품이 좀비 소재의 시나리오였어요. 형수님이 그걸 보더니 그럼 단편 전체를 좀비 소재로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고, 그 다음에는 이왕 그렇게 할 거면 옴니버스화시켜서 장편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시작된 작품이 '이웃집 좀비'였어요."

'키노망고스틴'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웃집 좀비'는 모두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영두 감독과 영건 배우가 두 편씩을 연출했고, 류훈 감독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윤정이 한 편씩을 연출했다.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이웃집 좀비'는 옥수동 옥탑방을 배경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백신이 개발되는 이야기까지 좀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상당히 충실하게 다룬다.

하지만 여섯 편의 단편을 묶어 89분 분량의 장편 옴니버스 영화로 제작됐지만 '이웃집 좀비'의 총제작비는 어지간한 단편영화의 연출비보다 조금 많은 2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처음엔 300만원 정도로 예상한 제작비가 장편 옴니버스로 기획이 바뀌며 예산이 초과되게 되자 장윤정 감독이 직접 곗돈 1700만 원을 투자해 2000만 원의 제작비를 조달했다. 그리고 '키노망고스틴'은 '이웃집 좀비'가 정식으로 극장 개봉까지 하고 호평을 받자 다음 번 사고를 기획하게 된다.

▲ 배우 영건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사실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극장 개봉은 꿈도 못 꿨고 영화제에 보낼 생각도 안 했어요. 그냥 우리끼리 찍고 재미나니 주변 사람들도 보여주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영화제에 한 번 내보라는 권유가 있어서 영화제에도 한 번 내보게 됐죠. 그렇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이 됐어요."

"'이웃집 좀비'가 부천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오영두 감독하고 술을 마시며 진짜 판타스틱한 영화를 한 편 더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오영두 감독이 남자가 여자를 감금하는 영화는 많은데, 여자가 남자를 감금하는 영화는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 영화도 어딘가엔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래서 여자가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영화가 바로 '에일리언 비키니'였어요."

'에일리언 비키니'는 '이웃집 좀비'를 능가하는 초저예산 영화였다. '에일리언 비키니'의 제작비는 불과 500만원. 안 그래도 초저예산 영화인 '이웃집 좀비'의 1/4 정도에 불과한 제작비였다. 그리고 '에일리언 비키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을 시작으로 판타스틱영화제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스페인 시체스판타스틱영화제에서 디스커버리상을, 그리고 일본 유바리판타스틱영화제에서 무려 대상을 수상하며 '키노망고스틴'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다.

'에일리언 비키니' 이후 '키노망고스틴'의 이름으로 세 번째 제작된 영화가 바로 2012년 개봉한 '영건탐정사무소'였다. '영건탐정사무소'는 그동안 제작된 '키노망고스틴'의 영화에 비하면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고, 이야기 역시 '역사상 가장 사소한 탐정'인 영건을 주인공으로 해서 타임머신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판타스틱하고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소박하게 그려낸다.

"'에일리언 비키니'가 일본 유바리판타스틱영화제에 갔을 때 일본에서 탐정영화로 유명한 하야시 카이조 감독이 심사위원이었어요. 하야시 카이조 감독이 우리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수상은 힘들 것 같다며, 대신 다음 영화에 개인적으로 조금 투자를 하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에일리언 비키니'가 유바리에서 덜컥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다음 영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상황이 됐어요."

▲ 배우 영건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유바리는 대상을 수상하면 다음해 영화제에 신작을 유바리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해야만 해요. 당시 유바리에서 받은 대상 상금이 2000만 원 정도였는데, 여기에 하야시 카이조 감독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돈, 그리고 '에일리언 비키니'가 일본에 선판매 되며 받은 돈까지 다 합쳐서 5000만 원을 가지고 1년 안에 새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근데 조건이 있었어요. 하야시 카이조 감독이 투자를 하는 조건이 단편이든 장편이든 상관없으니 무조건 탐정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5000만 원의 예산으로 '영건탐정사무소'를 만들게 됐어요."

'이웃집 좀비'와 '에일리언 비키니' 두 편의 제작비를 합친 것보다도 두 배의 예산이 투입된 '영건탐정사무소'는 확실히 '키노망고스틴'에 있어서는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편에 비해 비교적 제작 여건은 좋아졌지만 정작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1년 안에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한에 익숙하지 않은 탐정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영두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영건탐정사무소'가 개봉하고 나서 우리도 조금 아쉬웠어요. 그동안 '키노망고스틴'의 영화들이 기존 영화를 전복시키는 재미가 있었다면, '영건탐정사무소'는 우리끼리도 대중들하고 타협점을 찾으려고 했다는 것이었죠. 게다가 저에게는 제 이름이 영화의 제목으로 걸렸다는 점도 부담이 됐었죠."

'이웃집 좀비' 당시만 해도 본명인 '홍영근'으로 활동했지만, 이름을 '영건'으로 바꾸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에일리언 비키니'가 해외영화제에 연이어 초청이 되면서,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영근'이라는 이름 대신 '영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든 것이다.

"오영두 감독이 '영근'이란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다며 '영건'이라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는데, 차라리 그러면 앞으로도 '영건'이라는 브랜드로 활동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어요. '영건'이 한자로는 집이나 건물을 짓는다는 의미의 '영건(營建)'이라는 말도 있었고, 영어로 하면 'Young Gun'이잖아요. 열정도 느껴지고 에너지틱한 이름이라고 생각해 그때부터 '홍영근' 대신 '영건'으로 활동하게 됐죠."

▲ 배우 영건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 영건의 인생을 바꾼 오영두 감독과의 만남 "너 영화 좋아하나 보다?"

이제는 '키노망고스틴'이 아닌 배우 영건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지만 정작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차마 상상도 못 하던 시절, 영건은 오영두 감독을 만나게 되며 비로소 영화인으로 한 발 다가서게 됐다. 그리고 영건의 인생을 바꾼 오영두 감독과의 만남이 이뤄진 장소는 아이러니하지만 청춘의 무덤으로 불리는 군대에서였다.

"제가 1997년 9월 군번이고, 오영두 감독이 1996년 9월 군번이니 딱 1년 차이가 나는 아버지 군번이었어요. 처음 이등병 때 할 일이 없으니 고참들이 책이나 보고 있으라고 해서 평소 영화를 좋아했으니 영화잡지를 집어서 읽기 시작했죠. 그런데 오영두 감독이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더니 '너 영화 좋아하나 보다?'라고 말을 걸었어요. 그렇게 처음 알게 됐죠. 군대에서 당시 철책부대였는데 초소 근무를 나가면 오영두 감독하고 밤새 영화 이야기를 하며 근무를 섰어요. 당시 저는 그저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이었지만, 이미 오영두 감독은 영화 연출부를 하다가 군대에 온 사람이기에 제게는 동경의 대상이었죠."

군 제대 이후에도 영건 배우와 오영두 감독의 인연은 이어졌다. 군대를 제대한 후 고향으로 내려갔던 영건이 영화에 대한 동경을 품고 2000년 다시 서울로 올라오며 오영두 감독과 만난 것이다.

"군대에서 오영두 감독을 만났을 때만 해도 제가 배우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제대하고 고향에 돌아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답답해진 거예요. 그래서 무작정 가방 두 개와 150만 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갔죠. 당시 오영두 감독이 화곡동에서 가족하고 같이 살았는데 그 집에 한 보름 정도 얹혀서 지냈어요. 그리고 오영두 감독이 제가 가진 돈에 맞춰 한남동에 옥탑방을 구해 줬고,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어떻게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한 번 경험해 보라며 엑스트라 일을 소개해 줬죠."

▲ 배우 영건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하지만 이 때는 아쉽게도 영건과 오영두 감독의 인연이 그렇게 길지 못했다. 서울에 아무런 기반도 없던 영건의 입장에서는 엑스트라로 간간이 출연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영건은 먹고 살기 위해 서울에서 1년 반 정도 대리운전을 하며 버텼다. 그러다가 결국 대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게 됐다.

"지방에 내려와서 다시 전처럼 평범하게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살았어요. 그러다가 28세 정도 됐는데 문득 계속 이렇게 살거냐는 의문이 들었어요. 일하고 월급 받으면 맨날 먹고 놀고 쓰고. 삶에 아무런 목적이 없던 거죠. 그래서 바로 연기학원에 달려가 연기를 배우고 싶다며 등록을 했어요. 그랬더니 제대로 연기를 배우고 싶으면 대학을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저는 대학은 공부를 잘 해야만 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연극영화과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런 저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연기학원을 다니며 준비해 늦은 나이에 동아방송대에 입학하게 됐어요."

뒤늦게 동아방송대에 입학한 영건은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학교에서 그래도 평생의 은사가 되는 배우 송옥숙을 스승으로 모시게 됐고,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충무로 현장에 진출해 영화 '싸움'에서는 오영두 감독과 같이 미술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무작정 비디오를 빌려 보며 영화를 좋아하던 소년은 멀고 먼 길을 돌아서 서른이 넘은 나이에 드디어 영화인으로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보시던 중국 무협영화를 같이 보다가 영화를 좋아하게 됐어요. 마침 제가 어린 시절인 1980년대가 홍콩영화의 전성기였잖아요. 당시 비디오 가게에 가면 홍콩영화 테이프가 가게 한 쪽에 가득한데 그 영화를 거의 다 봤어요. 그래서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배우가 주윤발이에요. 그게 제가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한 시발점이죠. 이후로도 주류 상업영화보다는 어설픈 완성도의 B급 영화에 더욱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오영두 감독도 저보고 B급영화 데이터베이스라는 말을 해요."

▲ 배우 영건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 배우 영건으로, 그리고 다시 '키노망고스틴'으로, "저예산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해요"

'키노망고스틴'은 2012년 개봉한 '영건탐정사무소' 이후 일단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오영두 감독은 다시 본래 하던 일로 돌아가 다시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고, 오영두 감독의 아내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윤정도 '미스터고', '탐정 : 더 비기닝' 등의 영화에서 분장을 담당하며 본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영건 역시 이후 '가비', '포항',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등 영화와 SBS '낯선 사람들', tvN '삼총사', SBS '육룡이 나르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키노망고스틴'이라는 이름이 기사화가 되면서 영화사나 영화단체처럼 소개가 되는데, 이것은 그냥 우리끼리 영화를 하는데 이름 하나 만들고 싶다해서 만들어진 이름이에요. 영화니까 '키노(Kino)'고, 망고스틴이 맛있어서 '망고스틴'인 거죠. 주변에 친한 지인이 같이 영화를 하게 되면 그 누구라도 '키노망고스틴'이 되는 거예요. 지금은 흩어져서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오영두 감독이 입봉하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 우리끼리 또 뭉쳐서 재미난 영화를 만들자고 약속했거든요. 저예산영화, 키치한 영화들은 언제든 계속 만들어져야만 해요."

'키노망고스틴'과는 별개로 배우 영건 역시 점차 활동영역을 넓히며 관객들에게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에서 '김병덕'(박근형 분)을 납치해 가는 어설픈 2인조 중 한 명인 '김진호'를 연기한 것도 영건에게는 배우로 활동하며 그래도 주류 상업영화에서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지고 조연으로 크래딧에 오른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초청된 '댄스 위드 마이 마더'라는 단편영화에 출연했는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조성희 감독이 그 영화를 보고 제 캐릭터를 기억하셨나 봐요. 그래서 '탐정 홍길동'을 준비하는데 저를 '김진호' 역에 캐스팅하려고 한 달 가까이 찾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시 전 소속사가 없어서 감독님이 쉽게 연락처를 알 수 없었고, 결국 다리를 건너 가비 연출부를 하던 사람하고 연결이 돼서 드디어 연락이 닿았어요."

▲ 영화 '영건탐정사무소'에서 탐정 '영건'을 연기한 배우 영건, 영화 '탐정 홍길동'에서는 '김진호'를 연기했다.

'키노망고스틴'의 영화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탐정 홍길동'에서의 영건을 본 관객이라면 아마도 영건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순박하고 어눌한 이미지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건이라는 배우의 실제 모습은 그런 어눌한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또박또박 정확한 딕션으로 말하는 발음도 발음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많은 영화를 봐 온 덕분인지 대화 역시 상당한 달변이다. 아직은 기존 영화에서 보여준 어눌한 연기의 이미지가 강해 어눌한 이미지로 주로 등장하고 있지만, 영건이라는 배우가 지닌 진짜 매력을 영화인들도, 그리고 관객들이 알아줄 날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좀 와일드한 성격이라 실제 성격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어눌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요. 조성희 감독도 '탐정 홍길동'에 절 캐스팅하고는 배우 같은데 배우 같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저도 배우니 제가 가지고 있는 원색톤으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저에게 어눌한 캐릭터를 원한다면 오히려 그 쪽으로 제 이미지를 키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그런 독보적인 캐릭터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매번 어리숙하고 순수해 보이는 캐릭터라고 해도 그 안에서 조금씩 캐릭터를 다르게 그려내려고 해요. 가끔 이러다 이미지가 지나치게 고정돼서 큰일나는 것 아닌가 생각도 되는데, 사실 큰일나면 좋은 거죠. 뭐. 하하하."

[취재후기] 영건은 최근 '탐정 홍길동'에 이어 임진승 감독의 신작 '아웃도어 : 비긴즈'의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좀 더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기 위해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도 깎고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도 출연을 계획하고 있다. 개성넘치는 조연배우가 점점 드물어져 간다는 충무로에서 영건이라는 배우는 새로운 활력을 선사해 줄 '단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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