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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은퇴' 싱크로나이즈드 6위 구슬-김가영의 구슬같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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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은퇴' 싱크로나이즈드 6위 구슬-김가영의 구슬같은 눈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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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현역 마지막 대회, "좋은 지도자 되겠다" 다짐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수고했어.”, “언니, 고마워.”

3년간 호흡을 맞춘 두 선수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한국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 구슬(23)-김가영(22)은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다”며 서로를 꼬옥 끌어안았다.

구슬-김가영은 20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듀엣 규정 종목에서 73.6881점, 자유 종목에서 75.4000점을 받으며 두 종목 모두 6위에 올랐다. 내심 바랐던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둘은 무거웠던 짐을 벗어서인지 해맑게 웃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구슬(오른쪽)이 "잘 따라워줘 고맙다"고 하자 김가영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한국체대 졸업반인 구슬과 김가영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내년 개최되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종목에 포함될 경우 은퇴 선언을 번복할 수도 있지만 아직 승선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 둘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대회에 나섰다.

서로를 향해 한 마디씩 해달라고 요청하자 김가영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는 “안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더니 “성질낼 때마다 잘 이끌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슬은 동생을 향해 “호흡이 중요한 종목이다보니 짜증날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고 미소지으며 “끝까지 잘 버텨준 가영이가 기특하다. 언니를 잘 따라와줘 고맙다”고 김가영을 지그시 바라봤다.

20대 초반, 둘은 운동에 전념하느라 못해본 것이 많다. 김가영은 “끝나자마자 그 동안 못 누렸던 것들을 맘껏 해볼 것”이라며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여행’을 꼽았다. 구슬은 “친구들하고 못해봤던 평범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며 학교 근처 술 마시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젠 지도자가 되기 위한 삶을 시작한다. 운동만 했던 둘에게 공부는 아직 버거운 것이 사실. 구슬은 “솔직히 공부까지 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며 “그동안 못했던 만큼 열심히 학습해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가영은 “선수들과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겠다. 우리는 운동하면서 힘든 일이 많이 겪었다”며 나보다는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배들이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가영(왼쪽)과 구슬이 경기 후 잘했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둘은 싱크로나이즈드의 현역 왕언니답게 후배들을 걱정했다.

자신들은 큰 대회만 출전해 발전이 더뎠다며 꿈나무들이 많은 기회를 얻기를 희망했다. 김가영은 “앞으로 우리가 길을 잘 닦아놓을테니 ‘사뿐사뿐’ 걸어와달라”고 전했다. 이어 “중간에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버티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싱크로나이즈드의 매력을 어필해달라고 청했다. 돌아온 답이 압권이었다.

“보시면 아시지 않아요? 예쁘잖아요. 한 번만 보면 아시게 됩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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