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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슈틸리케의 울림, 좋은 축구선수 만들기에도 '기승전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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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슈틸리케의 울림, 좋은 축구선수 만들기에도 '기승전결' 있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7.26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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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한번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용기 필요", 차두리 "후회없게 최선 다해라"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전국에서 모인 미래의 태극전사들이 4000여 석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강연자로 나선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전 국가대표 차두리, 여자국가대표 골키퍼 김정미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6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대한축구협회 강연시리즈 제10차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열었다. 이 자리를 찾은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 축구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는 귀중하게 다가올만한 조언들이 쏟아졌다.

◆ 축구가족에 큰 울림 준 슈틸리케, 선수에겐 용기-학부모에 지침서

청중은 축구강국에서 온 이방인의  시각에서 한국 축구와 선수들을 바라보는 슈틸리케 감독의 강연에 집중했다. 그는 자라나는 선수들에게는 용기를 주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을 주문했다.

먼저 포기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슈틸리케는 “한 번 실패하더라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대표팀이 스페인에 6-1로 패하고도 다음 경기에서 체코에 이긴 것이 좋은 예”라며 “어려운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 있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말고 정진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슈틸리케는 “첫 번째로는 공을 다룰 줄 아는 기술력, 두 번째로는 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그 다음은 체력이다. 체력은 기술력과 의지가 있다면 노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마지막은 전술적 이해도”라고 말했다.

슈틸리케는 이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좋은 선수 만들기 기승전결이다. 그는 “선수나 지도자나 이기려는 생각으로 전술적 이해도만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체격적인 부분에만 지나치게 얽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슈틸리케는 “어렸을 때는 체격에 따라 경기력에 많은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술력, 의지나 멘탈, 전술적 이해도는 체격과 무관하다. 측정이 힘들기에 알아보기 어렵지만 지도자는 이를 잘 판단하고 극대화해 능력을 꽃피우게 해야 한다”고 지도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강연장을 메운 청중은 대부분 선수들이었지만 학부모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선수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등학생 선수들의 학부형이 많았다. 부모들의 가장 많은 관심이 되는 진로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슈틸리케는 “유로 2016만 보더라도 우승국 포르투갈과 강팀 독일 등에는 어린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프로무대에 갈 필요는 없지만 또래들 중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성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프로냐 대학이냐보다 좋은 지도자 밑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길을 택하라고 말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한국이 자살률 1위라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학업 등으로 부담을 느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스포츠인들이 실패해도 딛고 일어나 다시 잘 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 좌절하는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 차두리 “후회 없게 최선을 다해라”, 김정미 “힘든 훈련도 참으니 추억”

국가대표팀에서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의 대를 이어 활약했던 차두리와 여자 축구의 명수문장 김정미는 자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용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조언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차두리는 후회 없는 축구인생을 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이 대패한 스페인전을 직접 관전했는데 직접 뛰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신기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후배들도 후회 없는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부모들의 묵묵한 지원도 강조했다. 차두리는 “아버지가 제게 많은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축구를 잘해야 한다는 말씀도 한번 하신 적이 없다”면서도 “다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을 때는 주변을 돌아보며 겸손하라고 말씀하셨고 독일에서 2부 리그를 전전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오히려 묵묵히 뒤에서 힘을 주셨다”고 말했다.

김정미이 강연은 여자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처음에 축구를 시작했을 때는 여자가 왜 축구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좋은 성적도 나오고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시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나는 자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도 내고 홍보도 하고 많이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축구할 때는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은 어린 선수들에게 세계적인 선수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훈련에만 집중하고 공부도 같이 하면 좋은 결과 낼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힘든 훈련에 좌절할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김정미는 “중학교 때 키가 커서 권유를 받았는데 고강도 체력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지나고보니 참고 훈련을 해나가던 그때 기억이 즐거운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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