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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13) 연세 라크로스녀의 외침 "잠자리채 아니고 스틱인데요!"2008년 창단 '연세대 여자 라크로스', 명맥 잇는 여자 최고 명문클럽..."운동 효과 최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01 11:29 | 최종수정 2016.08.08 10: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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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s!] “잠자리채가 아니고요, 운동하는 장비입니다.” 라크로스를 즐기는 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이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변한단다. 미국 명문대와 상류층에서는 활발히 즐기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종목이 라크로스다. 그물이 달린 스틱(91~180㎝)으로 패스하며 전진하는 스포츠, 라크로스를 사랑하는 동아리를 신촌에서 만났다. 연세 여자 라크로스다.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연세 여자 라크로스는 2008년 창단했다. 경희대와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여자 라크로스 클럽이다.

▲ 이서연(왼쪽)과 다나카 키미가 공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라크로스는 그물이 달린 스틱을 사용하는 스포츠다.

취업 준비에, 아르바이트에, 팀 프로젝트에 다들 바쁜 가운데서도 매주 2회 훈련만큼은 거르지 않는다. 코치 겸 선수인 대학원생 권희원(심리학)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동생들을 지도한다. 고교 때 시작해 구력이 어느덧 10년이란다.

“수비가 공격보다 잔발을 더 많이 뛰어야 해. 보폭을 작게. 자세도 더 낮추고!“

권희원의 한마디를 놓칠세라 선수들은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 세운다. '몸꽝'부터 '만능 스포츠우먼'까지. 각자 다른 전공, 천차만별 운동신경을 갖고 있지만 스틱으로 패스를 주고받는 이 순간, 그들은 하나가 된다.

◆ "그게 뭐니?" 요상한 혹은 신선한 매력으로 입문한다

한국말이 서툰 친구가 눈에 띈다. 일본인 다나카 키미다. 전공이 법학인 그는 이화여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 다나카는 “일본에서는 라크로스를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데 이대에는 멤버가 적어서 연대에 와서 훈련하고 있다”며 “대외활동을 통해 말도 빨리 늘고 있다”고 웃었다.

스틱을 쥔 지 2년째. 다나카는 “우리 팀이 지역에서 파이널 4에 들었다가 마지막에 졌다”며 “이기지 못해도 좋았다. 하나의 목표를 함께 이루려고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서로 훈련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과정이 더 좋았다”고 라크로스의 장점을 어필했다.

▲ 정채윤(오른쪽)이 공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빼어난 기량으로 지난해 국가대표에도 발탁됐던 선수다.

생활체육 천국인 일본에서는 라크로스가 활성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요상한, 혹은 신선한 매력에 끌려 라크로스와 연을 맺는다. 정채윤(물리학과)은 “커버 없이 스틱만 들고 다니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꼭 이게 뭐하는 데 쓰는 것이냐고 물으시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계신다”고 웃었다.

미국, 일본에서 자랐거나 할리우드 영화에 친숙하지 않은 이상 라크로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다수다. 한 국내 포털사이트에 라크로스 키워드를 치면 준대형 세단이 먼저 튀어나온다. 권희원은 “정말 완전히 처음 접하는 친구가 라크로스를 하러 온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고려대, 경희대까지 한국의 여자 라크로스 팀은 4개. 매년 대학리그, 인도어리그, 여름리그가 펼쳐진다. 인도어리그, 여름리그는 소속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선수단을 구성해 출전할 수 있다. 라크로스인들이 모두 하나인 이유다.

◆ 태극마크를 품는 특별한 경험,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나"

라크로스로 얻는 특별한 장점.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것 아닐까.

정채윤은 지난해 7월 태국에서 개최된 2015 아시아태평양 라크로스 챔피언십(ASPA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라크로스협회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라 사비를 들여야 했지만 그는 “이런 경험을 어디 가서 또 하겠나 싶다”며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 국내 여자팀으로는 경희대와 함께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연세 라크로스녀들.

일본, 호주, 태국, 홍콩, 중국까지 6개국이 참가한 대회에서 한국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정채윤은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나서는 개인 운동도 열심히 했다”며 “풀이 작은 비인기 종목이니 이렇게 좋은 기회도 있다”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형형색색 전공, 배경을 가진 이들이 만나다 보니 사고의 폭도 넓어진단다. 양현아(교육학)의 경우 “처음엔 할 말 다하는 체대생들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귀띔했다. 운동을 하다보니 직설적인 화법에는 전혀 뒤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좋다”는 이야기는 곳곳에서 나왔다. 정채윤은 “물리학 전공인 나는 동기들이 전부 남학생이지 않느냐”며 “말 한마디를 해도 반응들이 다르다. 여러 분야에서 모르는 게 생겼을 때도 묻고 해결하기에 참 좋다”고 활짝 웃었다.

체육교육 동아리로 출범했지만 현재 연세 라크로스는 물리학과, 교육학과, 의류학과, 국제학부, 언론홍보, 스포츠레저 등 다양한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다. 민진주(스포츠레저)는 “다들 생각하는 게 달라도 한 번만 부딪히며 운동하면 금방 친해진다”며 팀워크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 교육학도 양현아(왼쪽)와 체대생 민진주. 다른 세상에 살던 둘은 라크로스라는 공통 분모로 절친이 됐다.

◆ 체력 향상, 이보다 좋은 종목이 있을까 

라크로스는 아이스하키를 방불케 하는 보디체크가 매력이다. 보호장구는 미식축구와 다를 바 없다. 헬멧, 글러브, 어깨패드, 팔패드를 착용한다. 이는 남자부에 해당하는 이야기. 여자부 경기는 '논-콘택트 게임'이라 불린다. 마우스피스와 고글만 착용하면 된다. 격렬함에서 오는 부상 위험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안 다칠 수는 없다. 정채윤은 “눈도 다치고 코뼈도 부러지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아랑곳 않고 다시 운동을 한다”고 전했다. 양현아도 “발목, 허리, 무릎 등 아플 때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만 “헬스하다가도 다치는 걸요”라고 반문하며 운동 효과가 위험성을 뛰어넘는다고 주장했다.

올해로 라크로스 입문 3년째인 양현아는 “예전에는 트랙 절반만 뛰어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5바퀴도 참고 뛸 수 있다”며 “많이 뛰어야 하는 종목인 만큼 체력이 필수다. 체대생 동료들이 개인별 프로그램도 짜 준다. 운동은 한 만큼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내에서는 라크로스 스틱을 구입하기 어렵다. 해외 공동구매를 통해 들여온다. 가격은 200 불 미만이다.

“팀 운동을 찾다 라크로스를 만났다”는 양현아는 “운동 잘 하는 여자가 멋지다는 생각을 해볼 기회도 없었다. 운동신경이 모자라 지금도 구멍이지만 방학 때 아침마다 1시간씩 열심히 연습했다. 체력도 실력도 늘었다고 인정을 받았을 때 정말 좋았다”고 반색했다.

주장 이주연(체육교육학)은 “라크로스는 포지션 간의 역할이 매우 뚜렷해 다양한 기호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팔방미인같은 종목”이라며 “나의 경우 성격과 맞지 않아 단체 운동을 싫어했는데 골리를 하며 팀 스포츠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청소년 월드컵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한 그는 “라크로스는 땅 위에서 이뤄지는, 두발로 뛰는 스포츠 중 가장 빠르게 볼이 움직이는 종목”이라며 “라크로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 라크로스녀들은 미소를 머금고선 해가 지는 줄도 모른 채 계속해서 공을 주고 받았다.

▲ 정채윤은 “커버 없이 스틱만 들고 다니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꼭 이게 뭐하는 데 쓰는 것이냐고 물으시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계신다”고 웃는다. 잠자리채도 아니고 '무엇에 쓰는 물건일꼬' 하고 말이다.

■ 라크로스는?

하키, 축구, 농구가 결합된 스포츠라고 보면 된다. 남자 경기는 10명이, 여자 경기는 12명으로 한팀을 이룬다. 경기장 규격은 가로 49~55m, 세로 101m인데 여자부의 경우 세로를 81m까지 줄일 수 있다. 둘레 19.2~20.3㎝, 무게 142~145g의 고무공을 패스하며 골을 넣는 경기다. 골대는 폭과 높이는 183cm의 정사각형이다.

■ 라크로스 장비, 얼마일까 

스틱, 고글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라크로스는 비싼 종목이고 특정인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은 여기서 비롯된다. 연세 라크로스는 “주로 해외사이트에서 장비를 공동 구매한다”며 “배송료 포함 200달러(22만 원) 미만으로 전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헬멧을 포함한 보호구가 필요한 남자의 경우 최소 30만 원이 든다.

[취재 후기] 연고전(고연전)은 야구, 축구, 농구, 럭비, 아이스하키 등 5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최고 명문사학을 자부하는 이들 간의 스포츠 축제는 아직 남성만의 것이다. 5종목 모두 여자 선수들의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도. 연세대, 고려대에 모두 여자 라크로스 동아리가 있다니 문득 든 생각이다. 시범종목으로 추진해보면 어떨지?

▲ 코치 겸 선수 권희원(왼쪽)과 정채윤. 연세 여자 라크로스의 주축 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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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 기자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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