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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4) 사이클 레전드 조호성이 키운 박상훈, 그 '압축성장'의 결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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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4) 사이클 레전드 조호성이 키운 박상훈, 그 '압축성장'의 결실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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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이클> 전설과 신예의 의기투합, 메달권 도전…경륜 임채빈-이혜진도 '리우의 반란' 주목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 일제 강점기에 방방곡곡에서 유행했던 노래다.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스포츠 종목 가운데 사이클도 있었다. 엄복동은 1910년부터 1920년까지 주요 대회를 석권했던 사이클 스타였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하계올림픽에 나선 1948년. 한국 사이클도 이때 자전거를 싣고 런던으로 향했지만 이후 64년간 하나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이제 엄복동의 후예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도약의 페달을 밟기 위해 마무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이클의 역대 최고 성적은 조호성(42) 국가대표팀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0km 포인트레이스에서 4위를 차지한 것이지만 처음으로 올림픽 포디엄을 겨냥할 사이클리스트가 나올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지난해 개인추발에서 옴니엄으로 종목을 바꾼 박상훈(오른쪽)은 한국 사이클의 레전드인 조호성 감독과 함께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도전한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이 단 한 차례도 메달을 따낸 적이 없기에 박상훈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사진=조호성 감독 제공]

 한국 사이클의 전설 조호성 감독의 특훈을 받고 무섭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상훈(23·서울시청)이 그 후보다. 스승이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하여 무한질주해온 보람이 리우에서 열매 맺을 수 있을 것인가.

◆ 개인추발에서 옴니엄 전향, 2년차 박상훈이 일으킬 '리우 대반란'

박상훈이 처음부터 옴니엄 종목에서 활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2010년 세계트랙주니어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종목은 개인추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 조호성 감독의 조언으로 지난해부터 옴니엄으로 전향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호성 감독이 소속팀 후배이자 제자인 박상훈을 눈여겨본 것이다.

조호성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박상훈은 지난해 7월 일본 트랙컵과 중국 트랙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11월 칼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7위, 12월 영국 캠브리지에서 벌어진 월드컵 2차 대회 4위 등으로 꾸준히 성적을 올렸다.

대한자전거연맹은 올해 초 대표팀을 개편하면서 조호성 감독을 대표팀 C조 감독으로 선임했다. C조는 옴니엄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사실상 '박상훈 전담팀'이었다. 조호성 감독과 의기투합한 박상훈은 지난 3월 국제사이클연맹(UCI) 트랙사이클세계선수권 옴니엄에서 15위에 올랐다.

당시 세계랭킹 20위를 차지한 박상훈은 상위 18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대륙별 안배원칙으로 8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유럽 선수들이 18위 이내에 10명 포함되면서 턱걸이로 출전권을 받았다. 비록 커트라인 안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가 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냈지만 박상훈은 리우 올림픽에서 대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조호성 감독은 "박상훈은 충분히 나를 뛰어넘을 재목이다. 내 훈련 스케줄대로 잘 따라오고 경험 축적만 이뤄진다면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도 있다"며 "기록만 놓고 보면 5위권에 드는 실력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다. 내 오랜 경험을 박상훈에게 모두 물려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박상훈은 지난해 옴니엄으로 종목을 바꾼 뒤 기량이 급성장하며 단숨에 세계랭킹 20위 안에 들었다. [사진=박상훈 선수 페이스북 캡처]

이를 위해 박상훈은 지난달 투르 드 코리아 2016에 출전하는 등 기량을 점검하며 착착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옴니엄은 이틀 동안 플라잉 랩과 포인트 경기, 제외 경기, 개인추발, 스크래치, 독주 등 6개 종목 경기를 치러 종합 점수로 우승자를 가리는 종목이다.

이 가운데 박상훈은 원래 자신의 주종목인 개인추발에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포인트와 제외 등 다른 선수들과 순위를 다투는 종목은 아직 익숙치 못하다. 투르 드 코리아는 바로 순위 경쟁을 벌이는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 점검 무대였다.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집중 훈련을 한 뒤 리우로 건너가는 조호성 감독과 박상훈의 의기투합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얼마나 접근할지 지켜볼 일이다.

◆ 월드컵 최초 경륜 메달 임채빈-런던 아쉬움 떨치려는 이혜진의 도약은?

메달권에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은 남녀 경륜이다. 임채빈(25·금산군청)과 이혜진(24·부산지방공단스포원)이 리우 올림릭 남녀 경륜에 나란히 출전한다.

임채빈은 지난 1월 홍콩에서 열렸던 2015~2016 시즌 UCI 트랙월드컵 경륜 결승에서 3위를 차지하며 한국 사이클 사상 첫 월드컵 경륜 입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 여세를 몰아 일본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 경륜, 스프린드, 단체 스프린트를 석권, 3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아시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 한국 사이클의 에이스인 임채빈(오른쪽)은 남자 경륜에서 메달을 노린다. 임채빈은 남자 단체 스프린트에도 출전한다. [사진=대한자전거연맹 제공]

임채빈은 한국 사이클의 에이스다. 남자 독주경기와 스프린트에서 모두 한국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임채빈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 스프린트 금메달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 대한자전거연맹이 가장 높게 메달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다. 임채빈은 강동진(29·울산광역시청), 손제용(22·부산지방공단스포원)과 함께 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잇따라 석권한 단체 스프린트 종목에도 출전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경륜에 출전했던 엄인영 감독은 "임채빈은 타고난 순발력과 회전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 경기력을 꾸준히 상승시켜왔다. 한국 사이클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인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런던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피아드를 밟는 이혜진은 4년 전 1회전 탈락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집중력을 가다듬고 있다. 현재 UCI 여자 경륜 랭킹 4위인 이혜진은 오랫동안 한국 사이클의 꿈나무와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고 지금은 메달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 스프린트 은메달과 경륜 4위를 차지했던 이혜진은 올 들어 더욱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UCI 센터 파견 교육 당시 만난 스코틀랜드 출신 로스 에드가 코치가 대표팀 코치로 들어오면서 이혜진의 기량 향상을 돕고 있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데이터 출처=국제사이클연맹>

그 결과 이혜진은 지난 5월 프랑스 1등급 대회에서 여자 스프린트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경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이달 초 열렸던 폴란드그랑프리에서도 경륜 금메달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현재 스위스 WCC에서 막바지 훈련을 하고 있는 이혜진은 "이번 올림픽은 4년 전 런던 대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결승까지만 나가면 컨디션에 따라 메달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했던 것이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도로 종목에서는 김옥철(22·서울시청), 서준용(26·국민체육진흥공단), 나아름(26·삼양사) 등 남녀 3명의 선수가 리우를 질주한다.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나아름은 지난 1월 아시아선수권 여자 개인도로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 한국 선수로는 6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남기며 런던에 이어 연속 올림픽 출전에 대한 자신감을 충전했다.

▲ 런던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여자 경륜에 나서는 이혜진(왼쪽)은 로스 에드가 코치(오른쪽)와 함께 훈련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사진=대한자전거연맹 제공]

■ [Q] 아시나요? 올림픽 사이클에서 한국이 1점차로 유일한 메달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한국 사이클은 한국선수단이 하계올림픽에 데뷔한 1948년 런던 대회부터 도전을 거듭해왔으나 아직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조호성이 남자 트랙 포인트레이스에서 4위로 메달에 가장 근접했던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1996년 같은 종목에서 7위로 그때까지 한국 사이클 최고 순위를 달렸던 조호성은 시드니에서 질주를 거듭했으나 러시아의 알렉세이 마르코프(16점)에 불과 1점로 뒤져 동메달을 내줘야 했다. 40km를 6바퀴 돌 때마다 포인트라인을 통과하는 순서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에서 1점차로 분루를 뿌렸으니 한국 사이클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기도 하다.

한국 사이클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리스트(5개) 조호성은 2004년 경륜으로 전향해 4연속 상금왕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2009년 아마추어 트랙으로 돌아왔다. 38세 나이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이 남은 메달에 세 번째로 도전했지만 11위에 그쳤다. 포인트레이스가 중장거리를 망라하는 ‘사이클 6종 경기’인 옴니엄에 편입되면서 포인트레이스 스페셜리스트만의 관록으로는 순위 싸움이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이클의 올림픽 도전은 그렇게 험난한 여정이었다. 1972~1980년 3차례 올림픽만 빼고 14차례 대회에 나선 종목이지만 한 자릿수 순위도 조호성이 두 번 기록한 것밖에 없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포함해 모두 36개 종목에서 74번 태극페달을 밟았지만 24차례나 피니시라인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실격을 당해 순위가 남아 있지 않다. 세 번째 대회인 1956년에서야 김호순이 88명 중 44명만이 피니스라인을 통과한 남자 개인도로에서 37위를 기록한 게 첫 완주였다.

■ 역대 올림픽 사이클 한국 출전선수 최고 성적

- 1948 런던 (도로 2명 1종목) = 미완주

- 1952 헬싱키 (도로 3명 2종목) = 미완주

- 1956 멜버른 (도로 2명 1종목) = 남 개인도로 37위(완주 44명)

- 1960 로마 (도로 4명 2종목) = 남 단체도로 30위(완주 30팀)

- 1964 도쿄 (도로 6명 2종목) = 남 단체도로 24위(완주 32팀)

- 1968 로마 (도로 1명 1종목 + 트랙 2명 3종목) = 남 개인독주 26위(완주 32팀) *트랙 첫 출전

- 1984 LA (도로 9명 3종목) = 남 단체도로 20위(완주 26팀) *여자 첫 출전

- 1988 서울 (도로 8명 3종목 + 트랙 7명 6종목) = 남 개인독주 15위(완주 30팀)

- 1992 바르셀로나 (트랙 5명 2종목) = 남 단체추발 14위(완주 20팀)

- 1996 애틀랜타 (도로 2명 2종목 + 트랙 8명 5종목) = 남 트랙 포인트레이스 조호성 7위

- 2000 시드니 (트랙 2명 2종목 + MTB 1명 1종목) = 남 포인트레이스 조호성 4위(역대 최고 순위) *마운틴바이크 첫 출전

- 2004 아테네 (도로 1명 1종목 + 트랙 4명 3종목) = 여 포인트레이스 17위(완주 18명)

- 2008 베이징 (도로 3명 2종목 + 트랙 1명 1종목) = 여 개인도로 58위(완주 62명)

- 2012 런던 (도로 2명 2종목 + 트랙 8명 6종목) = 여 개인도로 13위(완주 4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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