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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얻은 보물, 이승우와 장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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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얻은 보물, 이승우와 장결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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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AFC U-16 선수권 득점왕·MVP 등극…장결희와 완벽 공격 조합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이 60위 밖으로 밀려난 한국 축구지만 미래는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선수권을 통해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장결희(이상 16·바르셀로나 카데테)라는 보물이 얻었기 때문이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6 축구대표팀은 20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AFC U-16 선수권 결승전에서 북한에 1-2로 역전패하긴 했지만 달라지고 더욱 강해진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발견했다.

어떻게 보면 북한과 결승전은 이기기 힘든 여건이 경기 내내 이어지기도 했다.

이승우를 집중 견제하기 위해 북한 선수들은 두서너명이 달라붙었고 단독 돌파 순간에는 유니폼을 붙잡고 늘어지는 반칙이 난무했다. 특히 후반 중반에는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설 수 있는 순간에서 유니폼을 잡고 넘어지는 광경도 있었다.

▲ 한국 축구가 AFC U-16 선수권 우승에 실패했지만 이승우(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와 장결희(앞중 오른쪽에서 두번쨰)라는 보물을 수확하는 성과를 얻었다. 사진은 20일 북한전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이 순간에서 주심은 퇴장 명령 대신 경고로 그쳤다. 만약 제대로 판정을 내려 북한 선수 한 명을 퇴장시켰더라면 수적인 우세를 점하면서 한국 쪽으로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는 끝났고 북한과 경기에서 졌다고 해서 실망할 것이 없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과 함께 우수한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음을 보여줘 2020년 도쿄 올림픽과 그 이후를 기대하게 했다. 지금 U-16 대표팀 멤버는 6년 후 23

세 이하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 '한국의 메시에서 아시아의 메시로' 세계로 발돋움하는 이승우

이승우는 조별리그 첫 경기를 제외하고 시리아와 4강전까지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일본과 8강전에서는 혼자 2골을 책임지며 5골을 넣었다. 시리아전에서도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었던 그는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 일선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이승우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침묵했다. 북한의 육탄 방어를 뚫지 못한 탓이다. 넘쳐나는 실력이나 자신감만으로 자신에 대한 집중 견제를 뚫어낼 수 없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럼에도 이승우는 결승전에서 발군의 기량을 펼쳤다. 날카로운 슛과 함께 북한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와 태클에도 공에 대한 집념 하나만큼은 세계 여느 수준급 선수들에 못지 않았다.

▲ 이승우(오른쪽)가 20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16 선수권 결승전이 끝난 뒤 득점왕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특히 후반 중반 북한 선수에게 퇴장을 줘야 하는 상황이 경고로 격하되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이승우는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16세 어린 나이지만 노련함이 넘쳐났다.

출전하지 않은 오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제외하고 자신이 출전한 5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경기당 평균 1골을 기록한 이승우는 득점왕과 함께 최우수선수(MVP)까지 받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를 동시에 넘어선 실력을 보여줬다.

이미 바르셀로나 후베닐A 팀에서는 이승우를 '아시아의 메시'로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최고의 인프라를 갖고 있는 일본 유스팀에서 성장한 일본 선수들도 이승우를 따라잡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이승우의 상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앞으로 이승우가 쌓아야할 것은 역시 경험이다. 북한의 육탄방어와 영악한 플레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기량 문제가 아니다. 소속팀 대선배 리오넬 메시(27)조차도 이런 경기에서는 방법이 없다.

이승우는 결승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끝까지 함께 뛰어준 코치 선생님들과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내년 칠레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졌지만 당찬 자신감은 그대로였다. 이승우는 분명 보물이다.

▲ 이승우(오른쪽)가 AFC U-16 선수권 북한과 결승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우는 우승을 놓쳤지만 MVP와 득점왕에 선정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승우와 정반대 장결희, 최고의 시너지 효과

축구에서 같은 성향의 선수가 호흡을 맞춘다면 어떨까. 호흡을 맞추기엔 편할 수는 있지만 동선이 중복돼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 있다. 투톱을 내세울 때 '빅 앤 스몰'처럼 극과 극의 선수들이 기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장결희와 이승우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찰떡 궁합을 발휘한다.

이승우는 일본전 단독 드리블 돌파에서 보듯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한다. 아기자기한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거나 크로스를 받아 골을 넣는 유형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상대에 빈 틈이 보이면 그대로 밀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은 한국 축구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반면 장결희는 오히려 한국형에 가깝다.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이어서 상대를 어떻게 따돌리는지를 잘 안다. 공간이 나면 어김없이 그 공간을 파고들어 활로를 뚫기 때문에 한국 공격수와 많이 닮아있다.

이는 화려한 스타일의 이승우와 잘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장결희의 지능적인 플레이와 이승우의 저돌적인 경기 운영이 맞물려 창의적인 축구를 한다는 점에서 더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의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유스 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성과를 냈다. 이제 한국 축구에도 진정한 '골든 제네레이션'이 싹트고 있다. 그리고 내년 칠레에서 열리는 FIFA U-17 월드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장결희(왼쪽)가 시리아와 2014 AFC U-16 선수권 4강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장결희 역시 이승우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진=아시아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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