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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5) 근대5종 명운 쥔 전웅태, 금빛 리허설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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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5) 근대5종 명운 쥔 전웅태, 금빛 리허설로 끝나지 않는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7.29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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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근대5종> 3월 리우 월드컵서 금메달, 역대 최고 11위 넘는다...정진화-김선우도 상승세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근대5종을 이렇게 설명했다. 출전 선수 모두가 에페 풀리그를 치르고 자유형으로 200m를 헤엄친다. 말을 타고 주로에 설치된 12개의 장애물을 넘으면 복합경기가 시작된다. 800m 트랙을 4바퀴 도는 중간 4차례 멈춰 40초 간격으로 20발의 총을 쏜다.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을 하루에 마치는 ‘끝판왕’ 종목. 한국은 1964년부터 올림픽 근대5종에 9차례 출전했지만 한 차례도 포디엄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엔 다르다. ‘대형사고’를 칠 기미가 보인다. 전웅태(21·한국체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 전웅태는 지난 3월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리우 월드컵 개인전에서 우승,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메달 전망을 밝혔다. [사진=국제근대5종경기연맹 제공]

◆ 리우 리허설의 남자, 물오른 전웅태

2014, 2015년 2년 연속 주니어세계선수권 2위, 2015년 아시아선수권과 챔피언 오브 챔피언스 1위, 2016년 1차 카이로 월드컵 4위, 2차 리우 월드컵 우승까지 전웅태는 세계 정상급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리우 올림픽 근대5종이 개최되는 데오도로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울려 올림픽 첫 메달 꿈을 부풀렸다.

체력과 정신력이 워낙 좋아 복합경기에서 막판 뒤집기를 연출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웅태다. 리우 리허설인 2차 월드컵 당시 펜싱, 수영, 승마 중간합산에서 6위에 머물렀지만 육상과 사격에서 대역전극을 펼쳐 엘 게지리 오마르(이집트), 마로시 아담(헝가리)을 제치고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한국 근대5종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1996년 김미섭, 2012년 정진화가 각각 기록한 11위. 기량이 만개한 전웅태는 최고 순위 경신을 넘어 내심 최초 메달 획득까지 겨냥하고 있다. “누군가 첫 걸음을 떼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전웅태다.

▲ 전웅태의 리우 도전은 말이 무작위로 배정되는 승마에서 변수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사진=국제근대5종경기연맹 제공]

관건은 승마와 펜싱. 특히 승마는 운이 따라야 한다. 자신의 말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 말을 배정받기 때문에 단시간 안에 말과 교감하는 능력을 키워 변수를 줄여야 한다. 펜싱은 5종목 중 유일하게 상대와 격돌해 격차를 벌일 수 있다. 전웅태는 “기술 종목에서 외국 선수들에 비해 처진다”고 보완을 다짐했다.

◆ 2회 연속 올림픽 출전 정진화, 기량 급상승 홍일점 김선우

전웅태 외에 정진화(27·LH)와 김선우(20·한국체대)가 남녀 개인전에 각각 출전한다.

정진화는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경험이 있는 주자다. 4년 전 런던에서 11위에 올라 한국 근대5종 올림픽 최고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근대5종에 나갈 수 있는 국가별 쿼터는 남녀 각 2명. 정진화는 올림픽 직전 기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려 이동기(한국체대), 황우진(광주광역시청)을 제치고 리우행 막차를 탔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영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 지난 5월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낸 정진화는 4년 전 자신이 거둔 올림픽 역대 최고 순위 11위를 리우에서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김선우는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리우로 떠난다. 승마와 펜싱에서 급격한 기량 향상을 보여 깜짝 이변을 기대할 만하다. 김성진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은메달을 시작으로 누구와 붙어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김선우는 2008년 베이징 윤초롱의 33위, 2012년 런던 양수진의 24위를 넘어 한국 여자 근대5종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본인은 올림픽 15위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김성진 감독은 “8위권도 가능한 성적”이라고 평가한다. 

<데이터 출처=국제근대5종연맹>

■ [Q] 아시나요? 세계선수권에선 메달을 따낸 한국 근대5종이 올림픽에선 톱10에 한 번 못들었다는 것을

한국은 아시아에서 근대5종 강호다. 1994년 처음 채택된 뒤 4차례 선택적으로 치러진 아시안게임에서 금 7, 은 6, 동메달 6개로 중국(금 6, 은 6, 동 3), 카자흐스탄(금 3, 은 1, 동 3)을 제치고 메달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1912년 근대5종이 도입된 올림픽에서 한국은 1964년 첫 도전 이후 9차례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카자흐스탄이 1996년 금메달, 중국이 4년 전 런던에서 은메달을 각각 따내 올림픽에서 도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이 메달 2개가 유일한 올림픽 전리품이다.

더욱이 한국은 세계선수권에서 금 2, 은 2, 동메달 3개를 따내고도 올림픽과는 메달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직까지 10위 이내 진입도 없었다.

물론 한국 근대5종이 세계선수권에서 성가를 높인 것은 2010년 이후의 일이다. 2010년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시작으로 성가를 높여오고 있다. 이듬해도 단체전서 은메달을 따내더니 2012년 올림픽을 석달 앞두고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첫 금메달을 단체전을 통해 획득했다.

당시 정진화는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따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자신감을 안고 입성한 런던에서는 출전선수 36명 중 11위를 마크, 한국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 김선우는 여자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승마와 펜싱에서 기량이 급상승해 8위권을 노려볼 수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이번에도 불운의 데자뷔가 될 것인가, 아니면 리우의 반란을 일으킬 것인가. 공교롭게도 상황은 4년 전과 비슷하다. 전웅태가 지난 5월 모스크바 세계선순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정진화는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진화로선 연속 실패로 올림픽 울렁증을 만들 수는 없을 터. 전웅태는 지난 3월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펼쳐진 리우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냈기에 자신감은 높다.

한국은 1984년 이후 2000년 대회만 빼고 올림피아드에 나섰다. 1992년을 끝으로 단체전이 폐지되고 개인전만 치러지고 있는데 1996년 김미섭이 남자 개인전에서 32명 중 11위를 차지해 톱 10 진입에 실패했다. 그 뒤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더니 정진화가 2012년 다시 11위를 기록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도전이었다. 다른 기록 종목으로 치자면 6~9명이 겨루는 결승에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셈이다.

■ 역대 올림픽 근대5종 한국 출전선수 최고성적

- 1964 도쿄 (남 1명) = 최하위

- 1984 LA (남 3명) = 개인전 38위(52명 출전), 단체전 17위(17팀)

- 1988 서울 (남 3명) = 개인전 12위(65명), 단체전 13위(19팀)

- 1992 바르셀로나 (남 3명) = 개인전 21위(66명), *마지막 단체전 13위(17팀)

- 1996 애틀랜타 (남 1명) = 남 김미섭 11위(32명)

- 2000 시드니 (남 2명) = 21위(32명)

- 2004 아테네 (남 2명) = 28위(36명)

- 2008 베이징 (남 2명, 여 1명) = 남 28위(36명), 여 33명(36명)

- 2012 런던 (남 2명, 여 1명) = 남 정진화 11위(36명), 여 24위(3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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