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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최연소 2관왕 '영건' 김청용, 블루드래곤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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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최연소 2관왕 '영건' 김청용, 블루드래곤 시대 열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1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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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진종오처럼 오랜 현역 생활 목표, "종오 선배 덕에 좋은 성적 낼 수 있었다"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날아갈 것만 같다. 도전을 이어가겠다."

무결점 사격으로 아시아를 제패한 고등학생은 앞으로 더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한국 사격을 이끌 차세대 주자라고 평가받던 그가 대형사고를 쳤다. ‘고교생 총잡이’ 김청용(17·청주흥덕고)이 한국선수로는 인천 아시안게임 첫 2관왕과 사격 사상 아시안게임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청용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오른손을 들고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김청용은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겷선에서 201.2점을 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롤모델 진종오와 세계적인 선수 팡웨이(중국)를 물리친 쾌거였다.

우승을 확정지은 그는 김선일 코치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김 코치는 아들뻘 되는 제자의 등을 두드리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진종오는 김청용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오늘은 청용이의 날”이라며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김청용은 앞서 열린 본선에서 585점을 기록해 한국이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데도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은 1744점을 기록해 중국과 인도를 1점차로 제쳤다. 진종오가 581점으로 7위, 이대명이 578점으로 13위에 머문 가운데 10대 사수가 한국 사격을 이끈 셈이다.

왼손잡이인 김청용은 결선에서 진종오와 등을 맞대고 과녁을 겨눴다. 그는 “종오형과 함께 결선에 올라가지 못했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옆에서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됐다”며 자세를 낮췄다. 진종오는 “겸손할 필요 없다. 네가 잘한 것”이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사격 입문 3년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축구를 좋아하던 중학생은 체육 선생님이 총을 공짜로 쏴보고 싶지 않느냐는 제안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방아쇠를 잡았다. 흥미를 느낀 김청용은 사격부가 있는 복대중으로 전학을 가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청용(왼쪽)이 진종오(가운데), 이대명과 함께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관중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김 코치가 지난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집중력이 탁월한데다 어린 나이임에도 대범함까지 갖추고 있다. 진종오 은퇴 후 권총 계보를 이을 선두 주자”라고 콕 집었던 선수였지만 아무도 김청용이 금메달까지라는 따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범함은 메이저대회에서도 살아 있었다. 그는 단체전 금메달이 걸려있던 6시리즈 마지막 발을 쏠 때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10점을 쐈다. 그는 “사실 정확한 점수를 전혀 몰랐다. 다 쏘고 난 뒤 환호성을 듣고서야 금메달을 확정지은 것을 알았다"고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중국 난징에서 개최된 유스올림픽 10m 공기권총 결선 마지막 대결에서 패해 은메달을 획득한 후 “훨씬 큰 대회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떨어봐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다.

아들의 시상식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청용의 어머니 오세명 씨는 “단체전에서 민폐나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었다”며 “아들이 금메달을 2개나 딴 상황, 취재진에게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나 김다정 씨는 “장난삼아 금메달, 금메달 말하고 다녔지만 동생이 설마 정말로 이렇게 해낼지 몰랐다”고 동생을 칭찬하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운동해야할 것”이라고 조언을 건넸다.

김청용의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양손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태극기를 몸에 휘두른 날, 김청용은 2011년에 하늘로 떠난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 대회가 끝났으니까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 산소를 찾아뵐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오랫동안 사격을 할 것 같다. 진종오 선배님과 오랫동안 생활하고 싶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많이 배우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portsfs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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