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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악연' 힘들었던 진종오, 그래도 진정한 '피스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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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악연' 힘들었던 진종오, 그래도 진정한 '피스톨 킹'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1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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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경기 큰 부담 느껴, 김청용 축하 부탁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홈에서 하는 경기라 부담이 됐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긋지긋했던 아시안게임 개인전 악연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5·KT)는 애써 웃어보였지만 얼굴에는 아쉬움만이 가득했다.

진종오는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179.3점을 쏴 동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다. 올림픽도, 세계선수권도 모두 그의 것이었지만 아시안게임 벽만큼은 이번에도 높았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16번째 사격에서 7.4점을 쏜 진종오가 두 손을 모아 입을 막으며 아쉬워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경기를 해서 부담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금메달을 따라고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단체전 메달을 꼭 따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해 평소보다 힘든 경기운영을 했다"고 고백했다.

진종오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월드컵 파이널까지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 개인전 2관왕을 차지했지만 유독 아시안게임에서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단체전에서는 금메달 2개를 따냈지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이 최고 성적. 이번에도 개인전 두 종목을 통틀어 동메달 1개에 그쳤다.

진종오는 16번째 사격에서 7.4점을 쏘며 미끄러졌다. 그는 “오늘 한 20년 늙은 것 같다”고 웃어보이며 “내가 못 쏜 것인데 무슨 할말이 있겠나”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 “많이 욕먹을 것 같다. 나도 사람이니 욕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날의 주인공이 김청용임을 강조했다. 진종오는 “청용이가 연습을 하면서 나를 많이 이겼다. 잘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며 “금메달을 딴 청용이와 팡웨이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으니 더 많이 축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단체전 시상직 직후 진종오(오른쪽)가 김청용에게 태극기를 둘러주고 있다.

많이 풀이 죽은 그는 “사격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고생한 대명이, 청용이와 식사를 하며 단체전 금메달을 딴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는 전날 부진 후 인터뷰에서 “선수 은퇴를 하지말라는 계시가 아니겠느냐”며 훈련에 더욱 매진할 뜻을 밝혔다.

진종오는 전날 50m 권총에서는 감기몸살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7위에 그쳤다. 이날도 그토록 고대하던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50m 권총(583점)과 10m 공기권총(594점) 세계 기록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1인자다.

은메달리스트 팡웨이는 “경기나 훈련을 하면서 진종오와 함께 식사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며 “진종오를 존경한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격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인생 이야기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한 김청용도 “종오 선배님과 함께 결선에 올라가지 못했다면 이렇게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하며 “선배님과 오랫동안 생활하고 싶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또 다시 그를 외면했다. 그렇지만 그는 동료로부터 인정받는 진정한 ‘피스톨 킹’이었다.

sportsfs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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