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박태환-쑨양 우승구도 깬 하기노의 발톱은 '잠영'
상태바
박태환-쑨양 우승구도 깬 하기노의 발톱은 '잠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21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지막 50m 구간서 잠영 활용해 26초에 주파…막판 대역전극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태환(25·인천시청)과 쑨양(23·중국)의 대결 구도로 예상됐던 남자 자유형 200m 종목에 일대 돌풍이 불어왔다. 하기노 고스케(20·일본)가 당당하게 이 구도를 깼다.

하기노는 2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마지막 50m를 단 26초에 주파하는 놀라운 스퍼트로 막판 대역전극을 이뤄내며 1부45초2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기노는 150m까지 1분19초23으로 1위 쑨양에 0.93초 뒤진 것은 물론 2위 박태환에도 0.89초 뒤져 있었다. 50m를 보통 27초에 주파한다고 봤을 때 0.9초차는 거리로는 1.7m 차가 난다. 하기노는 마지막 50m에서 자신의 키(177cm)만큼의 차를 역영으로 따라잡은 것이다.

쑨양은 1분45초28로 2위, 박태환은 1분45초85로 3위로 밀려나며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 자유형 200m에서 우상 박태환 제압

사실 하기노의 주종목은 자유형이 아니라 개인혼영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00m 개인 혼영에서 동메달을 땄던 하기노는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 당시 200m 개인 혼영에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당시 400m 자유형에도 출전, 쑨양(3분41초59)에 이어 3분44초8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하며 자유형에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자유형보다는 혼영에서 더 강했다. 지난 8월에 열렸던 팬퍼시픽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종목 역시 개인혼영(200m, 400m)이었다. 자유형 200m에서는 1분46초08의 기록으로 토마스 프레이저-홈스(23·호주)에 0.1초 뒤졌고 자유형 400m 역시 우상 박태환(3분43초15)에 1.41초나 뒤진 3분44초56의 기록으로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박태환이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08년 당시 겨우 14세에 불과했던 수영 꼬마는 6년이 지난 지금 우상 박태환은 물론 잠재적 라이벌 쑨양까지 꺾는 위업을 달성했다.

◆ 예선과 결선 마지막 50m서 2.7초 차이, 그 원동력은

하기노는 영악했다. 끝까지 자신의 막판 스퍼트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첫 50m를 24초91에 끊은 하기노는 이후 27초대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구간을 28초73으로 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막판 스퍼트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는 박태환과 쑨양의 마음을 놓게 한 일종의 연막작전이었다.

하기노는 예선때보다 속력을 더 붙였다. 하기노는 첫 50m 구간을 24초71로 돌며 예선보다 0.2초나 빨랐다. 이후 100m와 150m 구간 기록에서도 예선보다 훨씬 빨랐지만 쑨양과 박태환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때 대이변이 일어났다.

하기노가 150m 구간을 돌면서 오랜 잠영으로 가속을 붙였다. 잠영 구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속도가 단축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영에서는 잠영할 수 있는 최대 거리를 15m로 규정해놓고 있다. 마이클 펠프스도 인간 한계에 가까운 13m의 잠영으로 기록을 단축시킨다.

하기노는 이 잠영을 십분 활용했다. 박태환과 쑨양이 막판 스퍼트로 일찍 치고 나오는 사이 하기노는 이들보다 긴 잠영으로 순식간에 2m에 가까운 거리를 따라잡았다. 이후 박태환이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며 속도가 떨어지자 역전에 성공했고 막판에 가서는 쑨양까지 제쳤다.

하기노의 마지막 구간 기록은 겨우 26초. 예선에서 기록했던 28초73과 비교했을 때 무려 2.73초나 차이가 났다.

하기노의 숨겨진 발톱은 바로 잠영이었다.

■ 하기노 고스케, 자유형 200m 예선-결선 기록 비교

구분 반응속도 50m 100m 150m 최종기록
예선 0.68 24.91 52.46(27.55) 1:20.26(27.80) 1:48.99(28.73)
결선 0.71 24.71 51.81(27.10) 1:19.23(27.42) 1:45.23(26.00)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