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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터널' 김성훈 감독 "대통령과 세월호 풍자? 그렇게 대범한 성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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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터널' 김성훈 감독 "대통령과 세월호 풍자? 그렇게 대범한 성격 아냐"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8.0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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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재난영화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강렬한 사회풍자 영화였다. 영화 '터널'이 개봉하고 나면 아마도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꼬는 강도 높은 풍자에 분노가 치솟아 '부들부들'할 사람이 제법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부들부들'하게 만드는 그 힘이야말로 바로 영화 '터널'이 지니는 힘의 원천이다.

3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오달수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터널'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터널'은 갑자기 터널이 붕괴되어 홀로 터널 안에 갇히게 된 정수(하정우 분)와 그를 구조하기 위한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 그리고 구조과정을 둘러싼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으로 8월 10일에 개봉한다.

'터널'은 영화가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바로 터널이 무너지며 하정우가 터널 속에 홀로 매몰되는 충격적인 비주얼로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하정우의 구조과정에서 상당히 강도 높은 풍자를 선사한다.

▲ 영화 '터널' 스틸 이미지, 인명구조보다 취재를 우선하는 취재진들의 모습

터널이 무너졌다는데 곧바로 출동도 하지 않고 태평하게 전화를 받는 119 긴급전화부터 매몰된 사람에게 전화해 생방송 취재를 하겠다고 덤비는 윤리도 팔아먹은 방송국 기자들, 그리고 사건현장에 나타나 피해자 가족의 심정이야 어떻든간에 일단 의전을 갖추고 기념사진까지 박는 정치인들까지. '터널'에 묘사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슴이 답답해 올 지경이다.

그런데 '터널'에서 풍자되고 있는 이 상황들이 영화적인 설정을 위한 작위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라 현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모습들이기도 하다. 베이지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찾아 얼굴도장을 제대로 찍고 다니는 행정안전처의 여성장관(김해숙 분)은 대통령의 이미지 풍자처럼 느껴지고, 잘못된 설계도와 정보로 터널붕괴라는 재난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못 하는 구조대원이나 언론, 정치인들의 비윤리적 행동, 그리고 터널 붕괴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2014년 대한민국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재난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풍자들로 영화 전반에 자잘하게 흐르는 유머의 흐름을 만든 것에 대해 "저 스스로도 두 시간 동안 어두운 이야기를 한다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며, "재난에 처한 인물에게서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아이러니한 웃음들이 관객들에게 보다 영화를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월호 사건에 대한 풍자나 대통령의 이미지 등 정치인, 언론인 등에 대한 강도높은 풍자에 대해서도 "전 그렇게 대범한 성격이 아니다. 어느 정도냐면 귀신이 나오는 영화도 잘 못 볼 정도"라며 "풍자라는 것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것이고, 이 영화도 특정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모티브를 얻었다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겪었던 그런 사건들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세월호 등 특정 사건에 대해 재조명하고 풍자를 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하지만, 김성훈 감독에게 준비과정에서 도움을 준 영화는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흑맥', '귀로', '마의 계단', '만추' 등을 연출한 거장 이만희 감독이 1969년 연출한 '생명'이 그 작품이다.

영화 '생명'은 연극계의 거목인 故 장민호 선생을 비롯해 미남스타 남궁원과 허준호의 아버지로 당대 최고의 개성파 배우로 불리던 故 허장강이 출연한 작품으로, 1967년 벌어진 구봉광산 낙반사고로 16일 동안 갱 속에 갇혀 있다 구출된 광부 김창선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 '터널'을 통해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관객들이 이것저것 다양한 시각에서 봐 주면 좋겠지만,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생명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고, 하정우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에서 오달수 씨가 정치인들에게 '지금 갇혀 있는 것은 도롱뇽이 아니라 사람입니다'라고 하는 대사가 우리 영화에서 제일 힘 있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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